‘구해줘! 홈즈’, 대한민국 숨은 집을 찾는 현명한 방식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MBC 예능 <구해줘! 홈즈>는 수많은 먹방, 관찰, 여행 예능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꽤 눈에 띄는 콘텐츠를 지닌 프로그램이다. <구해줘! 홈즈>는 매주 박나래, 노홍철 등의 패널들이 의뢰인의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의뢰인들이 요구하는 조건은 꽤 상세하다. 가격이나 교통 등은 기본이고,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 가족의 구성 등등에 따라 원하는 조건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구해줘! 홈즈>는 과거 큰 히트를 쳤던 MBC <러브하우스>나 비슷한 컨셉으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JTBC <내 집이 나타났다>와는 맥락이 다르다. 이제 더 이상 대중들은 무너져 가는 헌집을 새집으로 고쳐주는 프로젝트에 공감하지 못한다. JTBC <내 집이 나타났다>가 실패했던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낡은 집이 멋진 집으로 변신했을 때 감탄하지 않았다. 전문가의 손길로 호기롭게 리모델링된 집을 꿈꾸는 시대가 아니라, 내가 살 조건 맞는 집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출연자들이 리모델링된 집을 비싼 값에 팔고 적당한 전셋집을 찾아 떠날 거라는 시청자의견이 그렇게 냉소적인 것만은 아닌 셈이다.



MBC <구해줘! 홈즈>는 지금 시대에 맞게 대중들의 ‘내 집’에 대한 가려운 점을 잘 긁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모두는 맘 편히 발 뻗고 쉴 집을 꿈꾼다. 물론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역세권의 아파트를 내 집으로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아파트의 매매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불어 아파트 전세와 월세 역시 미친 듯이 널뛰는 나라다. 결국 적당한 가격, 적당한 교통조건, 만족스러운 공간의 삼위일체가 딱 맞는 집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구해줘! 홈즈>는 아파트는 아니더라도 그 대안으로 만족스러운 집들을 살펴주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구해줘, 홈즈>의 진행자들 역시 아파트의 편리함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어쩌다 가끔 아파트 매물이 나오면 박수를 치며 감탄한다.

또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김숙과 박나래, 김광규 등은 무명시절부터 서울 변두리에 거주하며 여러 집들을 전전해온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을 위한 홈즈가 되어 패널들이 ‘살기 좋은’ 집을 찾아다닐 때, 그들은 날카롭게 집 볼 때의 유의할 점들을 이야기한다.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이 있지만 채광, 수압 등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예능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구해줘! 홈즈>가 단순히 ‘집 찾기’ 프로그램에서 그친다면 지금 같은 흥미진진함을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무조건 아파트가 최고라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눈가림 때문에 이 도시에 얼마나 다양한 컬러를 집들이 존재하는지 사람들은 잠시 잊곤 한다.

<구해줘! 홈즈>는 무조건 아파트가 최고, 라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다양한 집들이 도시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집들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 비해 꽤 다양한 공간감을 보여준다. 그 다양한 공간감 덕에 <구해줘! 홈즈>는 때론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방팔방 주변이 똑같은 집이 아닌, 자연이나 도심과 어우러진 독자적인 집들의 매력을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어이없는 방식으로 꾸며진 집들을 볼 때는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구해줘! 홈즈>는 이처럼 투자하기 좋은 집이 아닌, 다양함이 있는 살기 좋은 집의 가치를 은연중에 어필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 동안 TV 속 드라마나 예능에서 화려한 연예인의 집만 봤던 시청자들에게 일상과 맞닿은 즐거움을 주기 충분하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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