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화재 입은 칼국숫집에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엔터미디어=정덕현] 그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가게 섭외에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던 게 사실이다.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가게를 왜 굳이 섭외해 솔루션을 주는가에 대한 비판여론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지난 여수 꿈뜨락몰이 그랬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백종원은 “이유식 먹이듯 떠 먹여줘야 되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새로 찾은 곳이 원주 미로 예술시장이라는 건 이런 여론을 상당부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곳은 지난 1월 화재가 나서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겨버린 곳이다. 안타깝게도 복구가 되지 않아 그 화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화재도 큰 아픔인데, 손님마저 발길이 끊겼으니 시장 사람들은 이중고를 겪는 셈이 됐다.

이번에 출연할 네 가게 중 이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75세 원상기 할머니가 운영하는 칼국숫집이었다. 백종원은 모니터를 통해 그 곳을 보며 “외관이 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곳은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할머니가 생계를 위해 임시로 지은 가건물에 오픈한 가게였다. 홀과 주방의 구분조차 없었고, 문과 창, 벽 등은 비닐로 대충 가려져 가게로서의 외관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다.



금세 복구돼서 돌아갈 줄 알았는데 “희망이 없다”는 할머니는 그래도 “일하는 게 좋다”며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 가게의 메뉴는 여러 가지였지만 주력 메뉴는 칼국수, 수제비 그리고 팥죽. 가게를 찾은 백종원은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은 칼제비와 팥죽을 주문했다.

맛은 어땠을까. 백종원은 처음 맛을 보고는 “묘하다”고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는 진한 국물을 좋아하는데 그 칼국수 국물은 진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굉장히 담백한 맛으로 마치 “누룽지 먹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이 집의 칼국수가 다른 칼국수 맛집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며 “칼국수 마니아라면 한번쯤 경험해볼 만한 맛”이라고 했고, 특히 “반죽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 담담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맛은 팥죽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아무 맛도 안난다고 했지만 금세 팥 맛이 쑥 올라온다는 백종원은 팥죽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다고 했다. 팥죽에 설탕을 넣자 맛이 확 살아난다는 백종원은 팥죽 마니아라는 김성주에게 팥죽을 보냈고, 김성주는 맛있다며 남김없이 다 먹었다.



75세로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자로서는 최고령인 칼국수집 할머니는 화재를 당하고 임시거처에서 가게를 열고 있었지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셨다. 연세는 있으셔도 표정과 말에는 소녀 같은 모습이 남아 있었다. 허름한 가게지만 찾아와준 젊은 손님들에게 마치 손자들을 대하듯 일일이 모자란 건 없는지 맛은 괜찮은지 묻는 할머니. 마치 허름해도 이상하게 마음만은 푸근해졌던 고향집 할머니를 보는 느낌이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결국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이 어딘가 부족한 가게의 레시피나 운영 방식, 메뉴 등에 조언을 해준다. 또 이렇게 거의 한 달 가까이 방송에 나간다는 건 그 자체로 굉장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중요해지는 건 누가 그런 혜택을 받아야 하는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원주 미로예술시장의 칼국수집 할머니는 이 프로그램이 오랜만에 찾은 가장 적합한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도움을 주고픈 마음이 생기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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