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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찬’ 허재부터 양준혁까지, 레전드의 헛발질 보는 재미라니
기사입력 :[ 2019-06-21 17:19 ]


‘뭉찬’, 스포츠 예능과 아재 예능 사이 절묘한 줄타기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스포츠 예능과 아재 예능 중에서 JTBC <뭉쳐야 찬다>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는 수식어는 무엇일까? <뭉쳐야 찬다>는 아재개그가 방송가의 트렌드로 장악했던 2016년 말, 4명의 중년 아재의 패키지여행을 다룬 <뭉쳐야 뜬다>의 조기축구 버전이다. 제작발표회에서 김용만은 “<뭉쳐야 찬다>는 <뭉쳐야 뜬다>를 할 때 우리끼리 이야기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원년 멤버를 주축으로 삼아 축구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 안정환이 감독을 맡고,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과 함께 씨름의 이만기, 농구의 허재, 야구의 양준혁, 마라톤의 이봉주, 체조의 여홍철, 레슬링의 심권호, 사격의 진종오, UFC의 김동현 등 각 종목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어벤져스급 은퇴 선수들이 조기축구회 ‘어쩌다FC’의 선수로 합세했다.

선수로서도 레전드일뿐 아니라 감독과 코치로 활약했던 인물들이 모였는데, 감독은 나이가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안정환이다. 여기서 오는 초보 감독의 수난기와 함께, 한때 엄청난 운동능력과 불꽃같은 승부욕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들이 세월을 덧입고 너무나 어설픈 몸놀림과 아재 특유의 말장난을 치는데서 나올 재미를 기대하게 한다.



실제로 실력 점검 테스트 차원에서 펼쳐진 사회인 축구팀과의 경기에서 0대11로 참패를 당했다. 각자의 종목에서는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이지만 축구 필드에서만큼은 그냥 어쩌다 운동하러 끌려나온 동네 아저씨였다. 볼을 제대로 차기는커녕 뛰지도 못했고 허재는 기본적인 축구 룰에도 어두울 정도로 무지했다. 축구다운 장면은 사실상 찾기 힘들었고, 서로를 탓하는 고성과 안정환의 흔들리는 동공과 찹찹한 한숨, 엉망진창 축구실력과 헉헉거리며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는 <천하무적 야구단>, <청춘FC>, <우리동네 예체능>의 뒤를 잇고, KBS에서 준비 중인 또 다른 축구예능 <으라차차만수로>처럼 도전과 성장을 담은 스포츠 예능이지만, 전문 분야와 상관없는 축구를 통해 짊어진 짐을 내려놓고 세월의 트랙에서도 잠시 벗어나 소년으로 돌아간 중년 남성들의 낄낄거리는 유희를 보다 기대하게 한다. 본격 스포츠 예능을 표방하지만 축구 실력으로 보나, 방송 경험으로 보나 평균 수준보다 한참 부족한 멤버들이 하나둘 배워가고 성장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재미가 축구라는 소재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뭉쳐야 찬다>는 관찰예능의 흐름 속에 있던 <뭉쳐야 뜬다>과 달리 캐릭터들이 더욱 도드라지고, 축구단으로 뭉쳐 경기를 뛸 것이기 때문에 상황과 관계가 더욱 확실하다. 이만기와 심권호의 관계, 과거 박명수 같은 허재의 화통은 물론, 어느 정도 노력이 실력으로 드러나고, 팀으로 단합되기까지의 성장스토리에서 정서적 유대와 재미를 찾는 전통적인 리얼버라이어티의 공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력하면 누구든 나아지고 그 대가가 조금은 있을 수 있다는 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다. 결과가 기대된다”라는 김용만의 말이나 성치경 CP의 “<뭉쳐야 찬다>는 도전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전설들이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통해 다시 기쁨과 감동, 재미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포부가 가리키는 바가 너무나 명확하다.

리얼버라이어티의 흔한 공식이지만, 관찰예능의 문법을 흡수해 출연진을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인물로 새롭게 단장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축구도 전혀 모르고, 예능 방송에도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이 다수 있다 보니 성장의 여력은 매우 높은 편이다. 방송이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캐릭터 집합이란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그래서 안정환의 인내와 순간순간 표출하는 답답함은 이 프로그램의 주요 역습루트다. 계속된 항의와 질문으로 인해 ‘네버엔딩’ 반복 설명을 해야 하고, 공을 찰 때의 발 모양이나 공을 맞춰야 할 부분을 일일이 짚어준다. <청춘FC>에서 보여준 따뜻하고도 정확한 코칭이 인물의 매력을 한 겹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예상된다.



오합지졸 데뷔전을 치른 첫 방송에 이어 지난 방송에서도 기초적인 축구 지식을 놓고 벌인 ‘축구 골든벨’의 오답 퍼레이드, 집중력과 순발력을 키울 수 있는 ‘8세 축구 훈련법’과 기초 패스 연습에서 한 박자 늦게 따라주는 어설픈 반응속도와 낮은 집중력 등 이른바 몸개그가 곳곳에서 터졌다. 축구 연습보다 고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은 것 같아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캐릭터를 잡아가기 위해 포커스를 둔 장면이기도 했다.

같은 시간 방송 중인 <도시어부>는 중년 아저씨들의 취미를 방송으로 가져오고, 취미에 빠진 중년 남자들의 순수함과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입담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낚시를 즐기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이유다. <뭉쳐야 찬다>도 마찬가지로 축구에 관심이 없거나 스포츠예능을 잘 보지 않더라도, 아저씨의 정서를 바탕으로 충분히 즐길 구석이 있다. 특히 출연하는 전설의 전성기를 기억하거나 2000년대 후반 예능에 향수가 있다면 더더욱 관심을 가져볼만한 예능이다. 2.7%로 시작한 시청률도 3.2%로 살짝 오름세다. 감성을 자극하는 예능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왁자지껄한 아저씨들의 수다와 몸개그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가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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