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시점을 바꾸니 달라 보이는 정치의 세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 드라마] 사실 ‘국회 파행’이라는 뉴스 제목은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무덤덤해질 지경이다. 그래서 시큰둥하게 “또야?” 하고 넘어가게 되는 정치권 이야기들... 대중들은 정치 이야기에 흥미를 갖긴 하지만, 그 반복되는 스토리에 신물이 난다. 어째 정치권 이야기는 매번 똑같이 반복되고 달라지는 게 없어 보일까. 이런 식상함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그런 무관심은 또 다시 정치권의 눈치 보지 않는 ‘파행’으로 이어진다. 어느 정도는 조장된 무관심이다.

그러니 이 정치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모 아니면 도가 되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신물 나는 정치에 아예 무관심해진 이들은 보지도 않고 “또야?” 할 테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미 익숙한 국정감사니 선거자금후원이니 당내 경선 같은 소재들은 이미 뉴스로 봤던 그 식상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은 정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이런 ‘위험한 선택’들을 절묘하게 비켜나간다. 그것은 정치권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점을 보좌관이라는 그간 수면 밑에 존재했던 이들로 바꾸면서다. <보좌관>의 정치 이야기를 흔히 미디어에 들어나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로만 들여다보면 얼마나 식상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송희섭(김갑수) 의원과 조갑영(김홍파) 의원이 당내에서 원내대표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 그들만의 이야기로 처리된다면 어땠을까. 한참 밀리고 있던 송희섭 의원의 패색이 짙어질 즈음 갑자기 조갑영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하는 걸 보며 시청자들은 또 뭔가 약점을 잡혔나 보네 했을 게다.



하지만 <보좌관>은 이런 사안의 겉면이 아니라, 송희섭 의원의 보좌관 장태준(이정재)과 조갑영 의원이 러닝메이트로 쓰고는 이제 팽하려던 강선영(신민아) 당 대변인의 기묘한 역학 구도 속에서 조갑영 의원의 정치자금 후원 비리를 찾아내는 이면의 모습을 그려낸다. 즉 <보좌관>은 우리가 정치판 뉴스에서 자주 봐왔던 노동자 문제나 공적제보자 문제 같은 것들이 처리되는 과정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움직임이 동원되었는가를 담아낸다. 정치란 그저 맨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독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무수한 역학관계 안에서 많은 이들의 말과 행동들이 겹쳐져 나타나는 거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사실 정치인에 대해 대중들은 그리 호의적인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것도 송희섭이나 조갑영 같은 노회한 정치인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드라마는 이들의 면면을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시선이 <보좌관>에는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 그 노회한 정치인들이 군림하고 있는 그 밑의 보좌관이나 비서, 인턴 같은 인물들의 고군분투는 그들을 위한 행동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장태준처럼 의원이 되고픈 야망 때문에 하는 행동이거나, 아픈 과거사를 숨긴 채 나름의 소신을 이어가려는 윤혜원(이엘리야) 비서의 선택이고, 하다못해 막연히 장태준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는 인턴으로 들어와 자신이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른 채 뭐라도 도움이 되어 자기 존재를 알리고픈 한도경(김동준) 같은 인물의 열정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갖는 다층위의 인물들과 그 다양한 시선의 결합이다. 맨 위에 송희섭이나 조갑영 같은 인물이 서 있다면, 그 밑으로 장태준과 강선영의 시선이 교차되고 그 밑으로는 또 윤혜원이나 한도경 같은 인물의 시선이 겹쳐진다. 장태준은 노회한 정치인인 송희섭과 이제 풋내기로 들어와 여전히 정치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가진 한도경 사이에 서 있는 인물로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낸다. 여기에 강선영과 윤혜원이 보여주는 유리천장을 겪는 여성들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드라마의 이야기는 더 풍부해진다.



같은 소재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식상해질 수도 있고 흥미진진해질 수도 있다. <보좌관>은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많이 봐왔던 그 식상한 정치이야기들을 가져와 다양한 인물군들의 시선과 입장으로 녹여낸다. 이를 통해 그 식상하고 나아가 신물 나는 정치이야기들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말고 한 걸음 다가가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 안에 그 식상함을 깨주는 다양한 시점들이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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