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검법남녀2’, 법의학과 법의학의 대결이라니

[엔터미디어=정덕현] 시즌제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네 드라마에 있어 보통 시즌2는 시즌1과 비교해 더 나아지기가 쉽지 않다. 그건 이미 시즌1에서 어느 정도의 틀거리가 시청자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즌1의 그 틀거리를 반복했다가는 쉽게 내용이 들통 나고 그건 드라마의 긴장감에 맥을 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에는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시즌1보다 더 강력해진 몰입감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 비결은 시즌1에서 보였던 틀거리를 시즌2가 오히려 잘 이용해 반전의 키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연속살인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이미 죽은 사체들을 이용해 연속살인인 양 꾸민 사건은 바로 이런 <검법남녀2>의 반전과 몰입을 위한 트릭(?)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법의학은 결국 사체를 통해 사건의 정황을 들여다보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시점이 된다. 따라서 연속으로 터진 사건들에서 나오는 빨간 스타킹이나 등에 난 상처 등은 그것이 동일범의 연속살인이라는 걸 추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두 번째 발견된 목맨 사체나 세 번째와 네 번째 사건으로 추정하게 만든 발목과 피가 이미 죽은 사체를 마치 연속살인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백범(정재영) 법의관에 의해 밝혀진다.



또한 첫 번째 사체의 코에서 검출된 피에 죽은 줄 알았던 성진그룹 재벌3세 오만상(김도현)의 DNA가 발견되면서 검사와 법의관들은 모두 경악한다. 그리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간다. 추측이지만 아마도 이 사건은 오만상이 저지른 살인을 덮기 위해 비리 검사에 의해 고용된 닥터K라는 의사가 연속살인인 것처럼 꾸민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모든 정황은 그 닥터K가 장철(노민우)이라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일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건 법의관과 법의학적 지식을 가진 외과의사의 대결구도다. 백범 법의관은 은솔(정유미) 검사에게 이것이 연속살인이 아니었다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며, 만일 법의학적 지식을 가진 이 닥터K가 진짜로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연속살인을 위장한 그 솜씨에서 드러나듯이, 법의학적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도 사건현장을 은폐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검법남녀2>는 시즌1에서 오리무중에 빠져버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체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 법의학의 세계를 들여다본 것에서 나아가 이제 법의학을 이용한 살인사건이라는 또 다른 세계를 들여다본다. 결국 이 닥터K라는 인물의 등장은, 이제 법의학과 법의학이 살인과 검시라는 두 메스를 들고 대결하는 과정을 다룰 것이라는 걸 예고한다.



같은 법의학적 지식이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사체가 남긴 마지막 증언을 듣기 위해 활용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활용한다. 같은 메스라도 누군가에게는 활인검(活人劍)이 되고 누군가에는 살인검(殺人劍)이 되는 그 대결은 그래서 흥미진진해진다.

시즌제 드라마는 쉬워보여도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이 그 이야기 구조에 더 익숙해지고 따라서 향후 전개 과정을 뻔히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검법남녀2>는 시즌제 드라마의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시즌2의 몰입감이 시즌1보다 더 강력하게 느껴지는 건 이런 노력이 들어있어서다. 시청자들에게 이같은 진정성이 전달된 것일까. 1회 3.7%로 시작한 <검법남녀2> 시청률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최근 회차에선 8.7%까지 치솟았다. 성공적인 시즌제로 자리잡은 <검법남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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