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짠내투어’, 어째서 이렇게 심심해졌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tvN 예능 <짠내투어>는 제목처럼 ‘짠내’ 가득한 불운의 상황들이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애초 이 프로그램이 기획되게 만들었던 김생민이 10년 전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어 하차했고, 정준영은 성관계 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 피의자가 되면서 하차하게 됐다. 게스트로 출연했던 래퍼 마이크로닷은 부모 사기 논란에 휩싸이며 통편집되는 사태를 겪었고 승리 역시 버닝썬 사태가 터지며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정도의 연속적인 출연진 관련 논란들이라면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간다는 게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그래도 <짠내투어>는 뚝심 있게 방송을 이어갔다. 그나마 박나래나 박명수 같은 베테랑 개그맨들이 포진해 있고 회차마다 다양한 게스트들을 불러 새로운 여행기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래서 편성시간대를 월요일 밤 11시로 옮기고 <더 짠내투어>로 이름을 바꿔 돌아온 건 심기일전의 의미가 컸다. 출연진도 대거 교체되어 박명수만 남고 한혜진, 이용진, 규현이 합류했다. 여기에 첫 번째 여행지인 대만 가오슝에서는 게스트로 황광희가 투입됐다. 그래서 새롭게 돌아온 <더 짠내투어>는 어땠을까.



첫 번째 설계자로 나선 한혜진의 투어는 역시 트렌드를 앞서가는 모델이라는 그 캐릭터에 맞게 힙한 플레이스를 찾아가고 먹거리는 레트로를 추구하는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는 여행을 보여줬다. 더운 날씨에 길거리를 계속 돌아다니며 땀에 흠뻑 젖은 상태에서 뜨거운 국물 요리에 차를 마시는 그 여행 스케줄이 주는 ‘짠내’는 분명 존재했다. 게다가 새롭게 만들어진 가심비 룰이라는 것도 지금껏 가성비만 따지던 여행에 새로운 포인트를 더해주었다.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최근 개그맨들 중 주목받고 있는 이용진이었다. 그의 재치 있는 멘트나 캐릭터는 이틀 차에 설계자로 나서면서 여행의 색깔로도 그대로 묻어났다. 투머치토커로서 일단 뱉고 보는 그의 말은 거짓말이 많았지만 그것 때문에 그의 캐릭터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더 짠내투어>의 내용들에서 그리 뾰족한 지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여행이라는 소재 자체가 너무 많이 소비된 탓도 있지만, 이 ‘짠내투어’라는 프로그램의 고유한 색깔을 대변할만한 확실한 캐릭터가 잘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여행이라는 소재만으로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 어려운 시대다. 그렇다면 독특한 차별점을 내세워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짠내’를 대변하는 주인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처럼 투명하게 연예인들의 실상들을 파악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연예인과 ‘짠내’는 몇몇 인물들을 빼놓고는 그리 매칭이 잘 되는 조합은 아니다. 진짜 ‘짠내’를 드러낼만한 그런 연예인을 찾기가 쉽지 않고 이미 성공한 연예인들이라면 자칫 이런 여행의 설정이 시청자들에게는 그리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프로그램의 관건은 애초에 기획했던 것처럼 진정성이 느껴지는 짠내의 주인공을 여행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투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닐까. 그저 여행을 소재로 하며 웃음을 유발하려는 방송분량을 채워넣으려는 노력이 아니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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