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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나빠질 순 없는 한국GM의 유일한 선택지
기사입력 :[ 2019-06-28 09:57 ]


쉐보레에 필요한 ‘수입차 전략’…욕심을 버려야 산다

[전승용의 팩트체크] 한국GM의 실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차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뭐, 비슷한 세그먼트의 현대차, 기아차와 비교해보면 가격, 상품성, 성능 등에서 경쟁력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현대·기아차의 국산차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기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잘해서가 아니라 한국GM이 잘하지 못해서라는 평가가 더 많은 현실이죠.

원래 한국GM 차량의 가격은 현대·기아차보다 조금씩 더 비쌌습니다. 그래도 나름 잘 팔렸죠. 예전에는 팔릴 만했으니까요. 단단한 차체에서 나오는 안정성과 정숙성, 핸들링과 주행감 등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죠. 디자인과 옵션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은 현대·기아차가 좋아 보일 수 있지만, 기본기는 한국GM이 좋다는 인식이 있었죠.



그런데 시간은 흘렀고, 현대·기아차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과 옵션은 더 화려하게 발전시켰고, 눈에 보이지 않던 기본기도 몰라보게 향상시켰습니다. 또, 하루가 멀다 하게 신기술이 적용된 신차를 쏟아내며 한국GM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습니다. 반면 한국GM은 계속된 헛발질을 반복했고, 여기에 의도치 않은 악재까지 겹치면서 뒷걸음질을 했습니다.

한국GM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 중 하나는 국산차와 외산차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맞는 최적의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2011년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한국GM은 다양한 신차 출시를 통해 현대·기아차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국내시장 점유율 10%를 넘기겠다는 당찬 목표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못 이루고 있습니다.



‘정우성 앞세워 바람몰이하는 쉐보레 트래버스’란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쉐보레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쉐보레가 인터넷 슈퍼카인 이유. 막상 옵션 카탈로그 보면 현대·기아차나 르노삼성보다 필요한 옵션이 없는 경우도 많고 최상위 등급은 동급 경쟁차종과 경쟁할 마음이 있는지조차 의문인 수준의 가격대로 책정. 중간 등급과 최상위 등급 간의 기본옵션 격차 및 가격 격차가 너무 큼. 브랜드 인지도나 판매량을 생각하면 경쟁업체 차량과 가격대라도 맞추거나 성능을 눈에 띄게 좋게 하거나 해야 하는데 둘 다 안 됨. 그러면 누가 쉐보레 차량 삼? 인터넷에서나 현대·기아 까면서 대안 차량으로 떠들지만, 오천 중반 주고 트래버스?’

‘GM아..내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옵션 몇 개 알려줄께...기사에서 언급한 것은 아주아주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고. 통풍시트와 반자율주행, LED 헤드램프는 이미 미국 출시 버전에 있는 것이지만, 웬만하면 한국에도 넣어 들여오길 바래. 그리고, 2열 윈도우 블라인드도 웬만하면 추가했으면 좋겠어. 가족을 위한 차라면서 가족을 위한 옵션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지 않니?? 그리고 중요한 것 한가지...기어레버에 붙어있는 수동변속 버튼 좀 꼭 없애서 들어와 줘...그리고 가격은 5000이 넘어가면 아마도 ㅠㅠ일 거야…’



문제는 가격입니다. 지금 판매되는 한국GM의 차량은 도저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모델뿐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델까지 모두 해당합니다. 한마디로 한국GM의 차는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사양은 없는데, 가격만 비싼 차’로 인식되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을 명확히 구분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트레일 블레이저) 등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델들은 현대·기아차와 경쟁시키되, 이들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성과 가격으로 내놔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상품성이 더 좋으면서 가격도 저렴한 것이고, 가장 나쁜 것은 상품성이 더 안 좋은데 가격까지 비싼 것이겠죠.

점유율이 10배나 차이 나는 거인과 싸우려면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자기희생이 필요한 법입니다. 스스로의 상품성에 자신이 있는 한국GM이니, 가격 정책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단종 됐지만)크루즈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면 절대 안됩니다.



대신 볼트와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타호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또는 들여올) 모델은 아예 수입차로 포지셔닝하고 수입차와 경쟁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써야겠죠.

수입차는 완제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고사양 모델이 판매됩니다. 당연히 시작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쉐보레는 경쟁 모델보다 비싼 차를 파는 나쁜(?) 회사가 되는 겁니다.

특히, 쉐보레는 미국 자동차로, 흔히 말하는 미국 감성이 담겨있습니다. 현대·기아차에 비해 그리 친절하지 않습니다. 보닛도 가스리프트로 안 열리고, 사이드미러도 자동으로 안 접히고, 웬만한 고급 모델이 아니면 통풍시트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현대·기아차에 비해 사양이 부족할 수밖에 없죠.

수입차로서 다른 장점들을 어필해야 합니다. 앞으로 출시될 트래버스, 콜로라도, 타호 등은 기존에 국내에 판매되던 모델들보다 더 미국적입니다. 당장 8월에 나온다는 트래버스만 해도 국내에서는 팰리세이드의 경쟁 모델로 꼽히는데요.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보다 차체 길이가 209mm 더 깁니다. 휠베이스도 171mm나 차이 나고요. 그런데 이게 무슨 동급 경쟁 모델입니까? 참고로 팰리세이드와 싼타페의 길이 차이는 210mm, 휠베이스 차이는 135mm 입니다. 같은 기준이면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보다 한등급 높은 차량인 거죠.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는 모델로 포지셔닝을 해야 합니다. 트래버스뿐 아니라 콜로라도와 타호 등은 기존에 국내에서 판매되던 차들과 결이 다른 새로운 모델입니다. 어설프게 현대·기아차와 볼륨 싸움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동안 쌓아온 한국GM 인프라의 혜택을 누리면서 수입차와 경쟁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지금 방식으로는 잘 팔리긴 힘듭니다. 올해 1~5월 판매량을 살펴보면 이쿼녹스는 852대, 임팔라 226대가 팔렸을 뿐입니다. 이보다 더 나빠질 게 있을까요?

미국적 감성의 한국적 논리가 필요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설득할지를 고민해야겠죠. 그만큼 마케팅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 차가 당신에게 왜 필요한지를 더 그럴듯하게 이해시켜야겠죠. 혹시 압니까. 이게 잘 되면 GMC까지 들어올지도.

단,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국내 생산 모델에 대한 과감한 가격 인하 정책이 있어야겠죠. 그래야 소비자들이 국산차로서의 쉐보레와 수입차로서의 쉐보레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이 모든 것은 GM 본사의 의지에 달려있겠지만, 어쨌거나 이 방법 이외에는 한국GM이 다시 살아날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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