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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블유’ 속 시원한 걸크러시, 어째서 시청률은 안 오를까
기사입력 :[ 2019-06-28 17:05 ]


‘검블유’, 낯선 듯 익숙한 이 느낌의 정체는

[엔터미디어=정덕현]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는 실로 여성 시청자들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속 시원한 걸크러시를 매회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배타미(임수정)는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는 인물. 지금껏 멜로드라마가 그려왔던 그 어떤 여주인공보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다.

포털업체의 1,2위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배타미는 놀라운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준다. 1위업체였던 유니콘에서 쫓겨나다시피 해고당해 2위업체인 바로로 옮겨온 배타미는 TF팀을 맡아 그 1,2위 사이의 간격을 점점 좁혀나가고 있다. 그는 2위가 1위를 넘어서기 위해 손해 볼 것 없는 유혈경쟁도 피하지 않고, 유니콘과 계약한 웹툰 작가를 섭외해 바로로 끌어오는 데도 성공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정정당당한 방법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1위에 올라서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도 동원한다. 유니콘의 대표이사인 송가경(전혜진) 남편이 저질렀던 검색어 조작 사건의 증거를 들이밀어 그걸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업계 2위의 웹툰작가를 끌어오는 과정이 그렇고, 심지어 바로의 길거리 카메라에 불륜현장이 포착되어 가정이 파탄 났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사내가 만들어내는 논란을 적당히 이용해 포털 사용자를 끌어오고 당사자가 아닌 아내에게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그 사내에게 한 방을 먹이는 대목도 그렇다. 그는 싸울 줄 알고 손에 피를 묻힐 줄 아는 파이터로서 조금씩 2위업체인 바로의 위상을 끌어올린다.



사랑에 있어서도 배타미는 주도적이다. 스스로 자신의 어장에 들어온 박모건(장기용)을 ‘관리’한다. 그간 멜로드라마의 남녀관계를 떠올려보면 배타미와 박모건의 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어 있다. 박모건이 오히려 사랑에 더 목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래서 비혼주의자인 배타미는 갈등한다.

이러한 걸크러시의 모습은 배타미만이 아니다. 그와 같은 팀에 있는 차현(이다희)은 과거 유도를 했던 인물로 남자들 몇은 쉽게 때려눕힐 수 있는 여성이고, 실제로 폭력 전과까지 있다. 그가 빠져든 남성은 막장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설지환(이재욱). 그런데 여기서도 차현이 설지환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몸을 다쳐 촬영을 잠시 쉬게 되면서 드라마에서 갑자기 설지환이 사망한 걸로 처리되어버리자 차현은 촬영장을 찾아 감독과 담판을 벌여 그를 다시 되살리려 준다.

이 정도면 시청자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열광할만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생각보다 시청률은 답보상태다. 3%대에서 좀체 반등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그것은 이 걸크러시를 내세운 여성들을 위한 멜로드라마의 구도가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 드라마는 잘 들여다보면 그간 멜로드라마가 보였던 남녀의 모습을 뒤집어놓은 상황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잠자는 남자를 옆에서 내려다보는 여자의 모습이 그렇고, 다친 남자를 대변해주고 보호해주는 여자가 그렇다. 흔히 어장관리도 여기서는 여성이 하고, 일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들은 전부 여성들이 하고 있다. 하다못해 술자리 업소도 남자들이 술을 따라주는 곳이 등장한다.

이것은 그간 멜로드라마가 해왔던 남녀의 성역할 구분을 뒤집어 보여주려는 의도이고 이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남녀의 성만 바뀌었을 뿐, 등장하는 이야기는 일과 사랑을 두고 밀당이 오고가는 그 기성의 틀이라는 게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좀 더 팽팽한 포털업체들 간의 일 이야기에 집중하고 사랑이야기는 좀 더 뒤로 밀어뒀으면 어땠을까 싶다. 성역할 구분을 뒤집어놓는 좋은 시도를 했지만, 그것이 그 성역할 구분을 공고히 해왔던 사랑이야기를 재연해놓은 건 어딘지 아쉽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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