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를 방송을 통해 욕망하는 시대, 이대로 괜찮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TV를 켜면 넘쳐나는 게 음식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그 곳에서 음식을 먹는다. 또 그곳에서 장사를 한다며 음식을 만들어 판다. 외국인들이 먹고는 감탄하는 장면을 마치 리와인드가 걸린 테이프처럼 한 시간이 넘게 반복적으로 쳐다본다. 진짜 생업을 하는 이들의 집을 찾아가 음식 장사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방송이 나간 후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그 음식을 맛보며 감탄하는 모습을 들여다본다. 연예인들이 요리를 배워 일시적인 가게를 오픈한 후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심지어 이제 고등학교 급식을 위한 오디션을 펼쳐지기 하며 군부대까지 찾아가 군인들에게 맛좋은 음식을 선사하고 엄지를 올리는 그들의 리액션을 담아낸다.



이쯤 되면 방송의 반 이상은 음식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무시로 등장하는 게 PPL이다. 재벌가 2세가 과연 갔을까 싶은 샌드위치집은 매번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뼈다귀 해장국집이나 설렁탕집은 등장인물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자주 드라마의 공간이 된다. 하다못해 인물과 인물이 만나면 가는 곳이 카페다 보니 특정 브랜드의 카페는 아예 드라마 한 편 내내 등장하며 그 브랜드 이름을 알린다.

1인 방송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튜버들 중에 수많은 이들이 이른바 ‘먹방’을 한다. 경쟁적이 되다보니 자극으로 흐르는 경우가 다반사고, 일반적인 식사로는 보기 어려운 엄청난 양을 먹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넣고는 힘겨워하는 모습을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영상을 잡아내기도 한다. 어쩌다 음식이 이처럼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어버렸을까.



최근에는 먹방의 이런 트렌드처럼 이른바 ‘집방’이 새로운 트렌드로 고개를 들고 있다. MBC <구해줘 홈즈>는 대표적이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6%(닐슨 코리아) 대의 꽤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의뢰인의 요구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게 그 콘셉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짜 힘은 ‘갖고는 싶지만 갖기 힘든’ 집에 대한 판타지를 건드리는데서 나온다.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 살이를 하고 있는 우리네 도시인들에게 마당이 있는 집에 독특한 인테리어를 가진 집이 주는 로망은 클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집방은 아니지만, 간간히 MBC <나 혼자 산다>나 SBS <미운 우리 새끼> 같은 연예인 관찰카메라는 자연스럽게 집방의 면면을 담는다. 새로 이사 간 집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소개하는 영상들은 그걸 보는 시청자들의 욕망을 건드린다. 집방, 먹방 같은 새로운 방송 트렌드들이 채워질 수 없지만 마치 채워진 것처럼 느껴지는 가짜 욕망을 실현시켜 주고 있는 것.



사실 의식주에는 인간의 본연적인 욕망이 담긴다. 그래서 우리는 방송에 나오는 의상과 뷰티에 시선을 보내고 음식과 집에 대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먹방이니 집방이니 하는 방송 트렌드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도하게 쏟아져 나온다는 건 정상적일까. 그건 우리네 의식주의 삶에 그만큼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획일화된 방송 트렌드의 반복은 시청자들에게도 갈증을 채워주기보다는 쉽게 진력이 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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