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택시면허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
기사입력 :[ 2019-07-02 09:57 ]
국토부의 모빌리티 해법, 불확실성 해소의 계기가 될 것인가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지난 6월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택시와 플랫폼 간의 상생 방안을 7월 중 제시하기 위해서 관계자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토부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으나 일종의 운송 네트워크 사업자(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방식은 타다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이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 기존 택시 사업자의 면허를 인수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을 통해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 간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이 실제로 도입되면 기존의 면허 총량은 유지되므로 지나친 과잉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정부가 추진하던 택시 감차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도 시장의 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아직 많이 남은 넘어야 할 산들

하지만 이 방식이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합니다. 면허 총량(공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신규 수요가 생겨나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즉 택시 사업자들은 면허 구매를 원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많을수록 기존 가격에 면허를 팔기보다는 최대한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총량제 시행 전 면허 인수 비용에 대한 허용 범위까지 함께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모빌리티 업계에는 이러한 제도가 도입되면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면허 인수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진다면 제도가 실현되더라도 해당 제도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해나갈 기업이 막상 없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정부에서 양측에서 모두 수용할 만한 합당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할텐데 이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어떤 모빌리티 플랫폼이 이러한 운송 네트워크 사업자 면허를 구매할 수 있는지 자격 조건에 관한 규정도 필요합니다. 단순히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면 되는지, 아니면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는 판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 조건이 지나치게 널널해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까다롭다면 자칫 특정 사업자만을 위한 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모빌리티 플랫폼이 확보한 운송 네트워크 사업자 면허로 어떤 형태의 사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과 택시에 대한 규제 혁신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그 취지는 기존 택시 산업과는 다르게 요금이나 차종 규제가 없는 운송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여전히 택시 업계에서는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모빌리티 플랫폼에게 운송 네트워크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더라도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해서 기준을 제시하고, 이와 동시에 택시 업계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을 좁히는 작업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 불확실성 해소의 계기

이렇듯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이 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모빌리티 업계는 방향이 정해지지 않고 첨예한 갈등만 지속되고 있어서 해당 분야에 관심과 의지가 있더라도 섣불리 사업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방향이 정해지고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제도가 도입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신규 기업의 모빌리티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래서 역으로 거대 자본의 투자가 몰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모빌리티 업계는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대규모 자본 투자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거대한 자본 투자가 오히려 쉬워져 타다와 같이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서비스들이 대규모 자본을 유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버와 같은 해외 모빌리티 플랫폼이 자본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고요.



아니면 현대차그룹, SKT(티맵)와 같은 대기업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중형 택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니발, 쏠라티 등 대형 프리미엄 택시에 적합한 차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직접 사업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관련 업체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차량 판매망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SKT 역시 티맵 택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티맵 택시를 택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을 제공하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운송 네트워크 사업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잘만하면 오히려 한국 모빌리티 시장의 역동성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 있었던 택시 시장이 이번 제도 도입을 계기로 모빌리티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실제 제도 도입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정부와 업계 관련자들 간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날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이동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