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주도 송가인·홍자 팬클럽 창단 논란이 말해주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TV조선 예능 <미스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송가인과 홍자의 공식 팬클럽 출범 소식이 나오자 팬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송가인 팬 카페 어게인 측은 “소속사 관계자분께 송가인 팬클럽 창단식과 관련해 중단요청 문자를 남겼다”고 밝혔고, 홍자의 팬 카페 홍자시대 운영진은 이런 반대의사에 의해 “팬클럽 창단식은 잠정보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아직 송가인 공식 팬클럽에 대한 소속사 측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곧 입장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공식 팬클럽 출범 소식에 팬들이 화들짝 반발하고 나선 건, 이미 팬클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식 팬클럽을 만든다는 사실과 그 시기, 방법 등에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 소속사가 가수들과 1년 6개월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식 팬클럽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건 거의 보통의 팬클럽 가입비에 두 배에 달하는 가입비 책정이다. 방탄소년단의 공식 팬클럽 가입비가 2만5천원 인데 비해 이들 공식 팬클럽의 가입비는 5만원으로 책정됐다. 이것은 여러모로 송가인과 홍자의 팬덤이 5,60대 중장년층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의 “높은 자금력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스 트롯>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팬덤 역시 더 공고해지고 있는 상황에 소속사의 이런 공식 팬클럽 출범 시도는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팬들의 입장에서는 송가인이나 홍자에 대한 순수한 애정으로 결속이 생긴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마치 이러한 공식 팬클럽 출범 시도는 이것을 ‘사업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팬들의 애정이 ‘수익창출’이 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의도하는 소속사의 행보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



송가인과 홍자의 공식 팬클럽 창단 논란이 말해주는 또 한 가지는 팬덤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1990년대 이후 기획사들이 주도해왔던 팬덤 문화가 이제는 팬들이 주도하는 팬덤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 물론 기획사가 공식 팬클럽을 만드는 건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일이지만, 그 주도권은 온전히 팬들에 의해 유지되게 해주는 것이 지금의 달라진 팬덤 문화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의 경우, 공식 팬클럽이긴 하지만 이들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움직이는 그 힘은 소속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능가한다. 지민의 광복티셔츠가 반일 활동이라며 일본의 극우매체들이 비난하고 나섰을 때, 이를 전면에서 대응했던 건 다름 아닌 아미의 자발적인 운동이었다. 그 역사를 되짚어주고 티셔츠가 가진 의미를 되새겨주는 이런 일을 소속사가 주도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변화된 상황을 통해 보면, 인기를 얻고 있는 송가인과 홍자의 공식 팬클럽 창단 발표는 소속사의 성급함과 상황 인식의 부족을 드러내는 일이다. 먼저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기존 팬클럽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논의를 거친 후에 천천히 합리적인 수준의 공식 팬클럽 창단 발표를 해도 늦지 않다. 그런 소통의 과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공식 팬클럽은 ‘사업적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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