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콘트롤 타워...‘지정생존자’ 제대로 된 리메이크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드라마 리메이크 맞아?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드라마다. 나올 때마다 원작과 비교되며 때론 비판받기도 하는 게 그 많은 리메이크 작품들이 늘 거쳐 가던 통과의례지만 <60일, 지정생존자>는 다르다. 어찌 보면 리메이크가 맞나 싶을 정도다. 그 이야기가 우리의 상황을 그대로 담아놓고 있는 듯 보이니.

국회의사당이 폭파되는 장면에서 느껴진 기묘한 카타르시스는 우리네 정치적 현실의 정서가 투영되어서다. 미드 <지정생존자>에서의 폭파장면이 스펙터클한 느낌을 주는 정도에 머물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그 장면에 묻어난다. 물론 그 비극적인 참사 장면이 환기시키는 것도 남다르다. 삼풍백화점이 떠오르기도 하고, 성수대교나 세월호 참사가 겹쳐지기도 한다. 무너진 건물더미와 생존자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들... 그토록 많았던 우리네 재난 상황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드 원작에서는 아마도 9.11테러와 이라크 침공 그리고 IS의 테러위협 같은 것들이 그 작품을 통해 떠올리게 되는 상황이었을 게다. 하지만 <60일, 지정생존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북한이 자리한다.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불발탄이 북한이 동맹국에 수출해온 테러용 폭발물임이 드러나면서 대북 강경론자들인 군부의 ‘실력행사’ 요구가 이어진다.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된 박무진(지진희)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갈등하게 된다. 자신의 선택 하나로 한반도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상황은 남북 관계를 넘어 일본, 미국의 개입으로까지 이어진다. 일본은 ‘자위권’을 명목으로 영해를 무단으로 침범해 들어오고,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의 잠수함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리며 한반도 전역에 데프콘 2호를 발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무진은 과학자답게 팩트체크를 먼저 하려 한다. 동해안 해양 생태계 자료 분석을 통해 북한 잠수함이 침범한 게 아니라 침몰한 거라는 추론을 하지만 그건 ‘불확실한 도박’이 될 수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박무진은 핫라인을 통해 북한에 이런 사실을 확인받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VIP가 등장하고 박무진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증명된다.

미드 리메이크라는 이야기가 없었다면 온전히 한반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을 담아낸 원작 드라마라 여겨질 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60일, 지정생존자>가 애초 ‘60일’을 더해 우리의 헌법 상황을 고려한 원작의 재해석을 한데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원작과는 다른 우리네 상황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녹여낼 수 있을까를 심도 높게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한반도 상황을 넣어 만들어낸 재해석보다 더 이 드라마를 실감나고 몰입하게 만든 건, ‘콘트롤 타워’에 대한 남다른 갈증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콘트롤 타워’ 부재가 가져온 지워질 수 없는 아픈 비극을 겪었다. 조금만 빨리 정확한 판단에 의해 적절한 조치가 내려졌다면 달라졌을 안타까운 상황들. 우리가 위기상황에서의 ‘콘트롤 타워’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결국 <60일, 지정생존자>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졸지에 콘트롤 타워를 맡게 된 박무진이라는 인물의 고군분투를 담아낸 드라마다. 그래서일까. 미드 원작이 있다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우리네 이야기라는 몰입을 주는 드라마라니. 아마도 리메이크의 좋은 예가 바로 <60일, 지정생존자> 같은 드라마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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