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장사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놀라운 프로그램

[엔터미디어=정덕현] “빵 만든 지 20년 됐다”고 했지만 빵집 아저씨는 ‘경력’보다 중요한 건 ‘실력’이라며 10년 정도 일한 분도 자신보다 나은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젊어서 잘하는 게 없었고 오토바이를 사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했던 빵집에서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는 이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스무 살에 결혼해 이미 장성한 아들을 두고 있다는 아저씨는 “같이 늙어가서 좋다”고 했다. 이런 아버지라면 아들이 친구처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이런 겸손한 빵집이라면 적어도 배보다 마음이 먼저 포만감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도.

아마도 이런 좋은 느낌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도 없는 지점일 게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특정 지역을 찾아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거기서 우연히 만난 분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콘셉트인 프로그램. 그런데 그 단순한 길거리 인터뷰를 보다보면 마음부터 푸근해진다. 세상은 참 넓고 따뜻하고 좋은 분들도 참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수원 행궁에서 만난 전통 무예 시범을 보이고 있다는 한 청춘은 ‘조종’으로 알고 ‘조정’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는 우리네 삶의 비의가 묻어난다. 조정을 조종으로 알고 운동을 했던 청춘은 이제 그 경력으로 수원 행궁에서 전통 무예 시범을 벌이고 있다. 이 전통 무예 시범을 한 경력은 그를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침 내부 공사를 하고 있는 이발관에서 만난 사장님과 바로 옆집에서 달고나집을 운영하는 딸의 삶도 그렇다. 이발 일을 배워 50여 년간 그 일을 해왔던 사장님은 먹고 살기 위해 처음 그 일을 하게 된 것이지만 그 힘겨울 수도 있는 일은 잘 자라 단단하게 느껴지는 딸을 성장시켰다. 본래 방송작가였다는 딸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을 하다가 아버지가 나이 드셔 곁에서 도와드리자는 마음으로 내려와 달고나집을 하게 됐다고 했다. 방송작가에서 달고나집 사장으로의 대변신. 그렇게 변화무쌍한 것이 삶이었다.



물론 달고나집 사장님은 드라마 작가 같은 글 쓰는 일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달고나를 팔고 있어도 이것이 나중에 작가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면서 평생 한 가지 일을 해오신 아버지를 “장인”이라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아버지의 한결같이 헌신하는 삶의 모습은 아마도 어떤 일에서든 제 길을 찾아가는 딸의 단단한 내면의 밑거름이 되었을 게다.

‘중화분식’이라는 특이한 이름 때문에 찾게 된 중국집 사장님 역시 자신 혼자 음식점을 운영하고 너무 많은 손님이 올까봐(?) 걱정하게 될 줄 알았을까. “방송 타면 손님이 많이 오고 그러면 힘들어서 안된다”는 이야기로 유재석과 조세호를 웃게 만든 사장님은 1년 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남편에게 그 기술을 알려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나한테 기술 알려줘서 이렇게 용돈벌이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웃으며 말씀하시지만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빵집 사장님이나 달고나집 사장님 그리고 중국집 사장님 모두 생업을 하시는 분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장사에 대한 욕심이나 상업적인 냄새가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 빵집 사장님은 자신보다 잘 하는 집이 많다고 겸손하게 말씀하셨고, 달고나집 사장님은 장사보다 생업의 위대함을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담아 전했다. 심지어 중국집 사장님은 방송이 나가고 너무 많은 손님이 올까봐 걱정하는 말로 욕심보다는 ‘일의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야기하셨다.

세상은 넓고 실로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 그래서 배울 점이 있는 분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방송을 보다보면 과연 왜 우리가 저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어야 하는가를 알 수 없는 인물들 또한 넘쳐난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굉장한 시청률을 내고 있지는 않아도 보는 분들에게 늘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하고 있는 건 거기 등장하는 위대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들이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커다란 공감이고 위안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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