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거짓말에 아무런 죄의식이 안 느껴진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박유천은 마약 투약 혐의가 인정돼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2일 오전 수원지법에서 열린 사건 선고공판에서는 그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140만 원 추징과 보호관찰 및 치료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그는 구속 68일 만에 석방됐다.

그는 구치소를 나서며 “앞으로 사회에 많은 봉사를 하면서 열심히, 정직하게 노력하겠다”고 했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눈물을 글썽였으며 “자숙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집행유예로 석방된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과연 평범한 이들이 똑같은 마약 투약 사건을 벌이고, 심지어 이를 은폐하기 위한 다양한 거짓 행동들을 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면 집행유예 같은 판결이 가능했을까. 사실 체모를 모두 제거해 검사에서 마약 투약 사실을 은폐하려 했고, 심지어 언론에까지 나와 “사실이라면 연예계 은퇴” 같은 거짓말로 여론을 호도했다는 사실은 그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 석방된 사실은, 대중들에게 납득이 되지 않고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결국 마약을 하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갖가지 은폐 조작을 일삼는 범법 행위를 해도 돈과 힘이 있으면 풀려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셈이니 말이다. 그토록 많은 마약 의혹 사건들이 터지고 심지어 성 접대 의혹과 세금 탈루 의혹까지 터지고 있는 YG에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성토하며 허탈감을 표현하는 대중들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박유천의 동생 박유환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은 대중들에게 또다시 공분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박유환은 트위터에 “안녕, 여러분! 오늘은 실시간 방송을 하지 않고, 형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밀린 얘기를 다 할 거다. 미안하다! 내일은 방송을 할 거다. 약속하겠다! 다시 한 번 모두 감사드린다”는 글과 함께 형 박유천의 모습을 공개했다.

반려견을 안고 생일축하로 팬들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카드와 선물들 앞에서 사진을 찍은 박유천의 모습은 자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만일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 있었다면 결코 SNS 상의 사진으로 그런 모습을 내보이는 일은 하지 못했을 게다. 물론 그것을 담아 SNS에 올리는 동생의 행동 또한 전혀 이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몰지각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법 집행이 중요한 건, 그것이 벌을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죄를 지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는 걸 알려줘 또 다른 죄가 벌어지지 않게 하려는 예방적 의미도 있다. 하지만 박유천처럼 죄를 저지르고도 거짓말을 하고 결국 집행유예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는 모습을 대놓고 내보이는 걸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 허탈감들이 자칫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저어되는 부분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박유환SN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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