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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렌트·구독·공유, 그 애매모호한 차이들에 대하여
기사입력 :[ 2019-07-05 13:15 ]
모빌리티 구독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앞으로의 자동차 시대를 예측하는 전망 중에 대표적인 것이 ‘소유의 시대’를 넘어 ‘이용의 시대’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를 Mobility as a service(MaaS)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볼보(Care by Volvo), BMW(Access by BMW), 포드(Canvas) 등 다양한 업체들이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지만 구독을 모델로 사업하는 스타트업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산 브랜드 중에서는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자동차가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는 회사마다 세부적인 사항은 다르지만 소비자에게 가입 등급/금액에 따라 자사 내 여러 모델 중에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을 선택해 제공하며, 소비자는 매월 1~2회 정도 차량을 교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구독 서비스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면 사실 구독과 렌탈의 차이점이 어떤 건지 잘 와 닿지 않습니다. 거기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하고 있는 공유(셰어링)라는 단어까지 생각하면 이들이 어떻게 다른 건지 더 헷갈립니다.

사실 헷갈리는 건 당연합니다. 이러한 용어들은 아직 확실하게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사용자마다 정의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그래서 전문가, 언론들도 각자 다른 정의를 가지고 사용하다 보니 혼란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거기다 최신 경향에 부합하는 단어일수록 마케팅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다 보니 그 차이점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알파고로 인해 인공지능이 높은 관심을 받자 대부분의 IT 기기들의 마케팅에 무분별하게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것처럼 말이죠.

저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들을 접하면서 이 단어들의 모호한 차이점에 대해 헷갈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해봤습니다.



◆ 렌트 vs 구독, 그리고 공유

우선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는 렌트입니다. 렌트는 물건을 구매하는 대신 일정 금액의 대여료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렌트의 대표적인 품목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이 있으며, 자동차 역시 렌트가 활성화된 분야 중 하나입니다.

렌트의 장점은 사용자는 관리를 신경 쓰지 않고 사용만 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렌트는 본질적으로 ‘물건’을 임시로 대여하는 것이고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받는 것은 그에 따른 부가적인 혜택입니다.



구독도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렌트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구독이 렌트와 가장 다른 점은 물건이 아닌 무형의 재화(콘텐츠, 서비스)에 비용을 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구독은 전통적으로 물리적인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콘텐츠 분야에서 활발했습니다. 전통적인 구독 모델인 신문이나, 최근의 대표적인 구독 모델인 넷플릭스 모두 콘텐츠에 비용을 내는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구독의 분야가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의류, 양말, 그림, 꽃, 면도날 등의 정기배송 서비스 역시 렌탈처럼 물건을 제공받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물건에 비용을 낸다기보다는 정기적으로 물건을 탐색하고 구매해야 하는 귀찮음을 덜어주는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자동차 렌트와 구독도 이러한 관점에서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렌트는 특정 차종을 비용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운영하는 구독은 ‘여러 종류의 차를 타보는 경험’에 비용을 지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구독해 넷플릭스가 가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것처럼, 자동차 제조사가 보유한 자동차를 하나의 콘텐츠로 본다면 자동차 구독 역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얘기해 구독은 특정 차량의 독점적 이용보다는 이동의 즐거움이라는 가치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의 구독 서비스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일정 기간 바꿔 탈 수 있거나 월에 일정 시간은 특별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구독은 물건이 아닌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보니 약정 기간이 길지 않거나, 소비자가 원할 시 자유롭게 구독을 해지할 수 있다는 부가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차이점을 살펴보아도 여전히 용어가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두 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하기에 모호한 영역이 있으므로 어떤 서비스는 렌트와 구독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보통 렌트라는 단어에 비해 구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선함이 있으므로 구독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쓰이는 감이 있습니다.



여기에 공유라는 단어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본래 공유는 남는 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고 그로 인한 대가를 얻는 것을 얘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는’ 자원이라는 점으로 본래의 사용처나 사용자가 있는 것을 임시로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 공유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공유 경제는 이러한 본래의 뜻보다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경제와 공유 경제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는 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양 측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공유 경제 모델은 플랫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유경제=플랫폼 경제’는 아닙니다.

플랫폼 경제에는 공유 경제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승차 공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승차 공유 플랫폼이 필요하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에는 승차 공유뿐만 아니라 일반 택시, 고급 택시 등 다양한 공급자가 존재하는 것이죠.



◆ 앞으로의 구독과 공유의 모습은?

지금까지 구독, 렌트, 공유의 개념에 대해 나름대로(?) 살펴봤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념 정의는 각각 다르므로 제 설명과 다른 의견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의 정의보다 중요한 것은 구독과 공유가 주목받고 있는 흐름입니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건을 소유하고 이용하는 것보다 그 물건을 통해 어떤 가치, 효용을 얻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더 나은 가치, 효용을 얻을 수 있다면 특정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구독하거나 공유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의 미래는 어떨까요? 개인적으로는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도 매력적이지만 이동 그 자체에 대한 구독이라기보다는 자동차를 콘텐츠로 보고 다양한 자동차에 대한 경험을 구독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장에는 제한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동 그 자체에 대한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특정 모빌리티 플랫폼의 서비스를 구독하면, 택시와 전동 스쿠터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고, 월 몇 회는 고급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업성은 따져봐야 하고, 이러한 모델이 지속 가능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의 흐름으로 봤을 때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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