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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소형차야 그래서 뭐?’... 현대차 베뉴의 당돌한 반문
기사입력 :[ 2019-07-07 13:31 ]


현대차 베뉴, 기죽지 않는 발칙함이 좋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솔직히 현대차 소형 SUV 베뉴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인도 전략형 모델로 출발한 상품이므로 가성비, 아니 가공비 – 가격 대비 공간비 – 가 좋은 모델이니까 기본기나 짜임새에는 아쉬움이 있겠구나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더 큰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대부분 소형차들이 가진 ‘아닌 척하는’ 방어적인 태도입니다. 소형차인데도 작지 않은 척, 저렴한 모델인데도 프리미엄 모델인 척합니다. 제가 이전 세대의 모닝을 싫어했던 이유도 경차이면서도 마치 소형차인 듯 진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스토닉을 좋아했던 이유는 해치백 프라이드를 대체하는 소형 SUV답게 담백한 스타일링과 정직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달리기 실력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모두 정직한 것이 오해하고 실수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베뉴한테는 한 방 먹었습니다. 베뉴 광고를 보고 저는 시쳇말로 빵 터졌습니다. 광고가 ‘나 소형차야. 그래서 뭐?’라는 당돌함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헤드 카피가 ‘혼 스타일’있던 겁니다. 사실 요즘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여행가고, 그리고 혼자 사는 것이 흔합니다. 그런데도 식당에 혼자 들어가면서 쭈뼛거립니다. 그런데 혼자서 하는 것이 뭐가 어떻냐는 반문을 베뉴가 쓱 던지는 겁니다.



통쾌합니다. 사실 저도 프리랜서 생활을 한 이후부터 혼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는 원래 혼자 보러 다닌 지 오래 되었습니다. (여럿이 본 영화도 나중에 혼자 감상하러 다시 가곤 합니다.)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이유도 오롯이 혼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혼자서 다니고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가 허연 사람이 혼자 다니면 좀 안쓰럽게 보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 혼자가 뭐 어떠냐고 말하는 자동차를 만나니 괜히 즐겁습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게 있습니다. 꽤 넓은 공간을 혼자 쓰라는 ‘스웩’입니다. 베뉴는 4미터 남짓의 짧은 찹니다. 그런데 실내는 좁지 않습니다. 박스형으로 생긴 덕분에 실내를 박스 구석 끝까지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특히 머리가 시원합니다. 혼자 노는 공간이라면 무엇이든지 싣고 다닐 수 있고, 어쩌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났다가 차에서 자는 차박을 해도 괜찮을 듯도 합니다. 인도에서는 온 가족이 타는 차로 인기라던데 그 공간을 혼자 독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라는 메시지가 발칙하고 즐겁습니다.



하나 더 웃기는 것이 있습니다. 인도의 베뉴와 우리나라의 베뉴가 전혀 다른 차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플랫폼이 아예 다릅니다. 애초에 인도용으로 기획되었는데 컨셉트가 꽤 괜찮아서 우리나라와 선진국용 모델도 개발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인도용은 기존의 소형차 플랫폼을 이용하고 우리나라와 선진국용은 한단계 위인 코나 플랫폼을 사용했답니다. 파워트레인도 준중형 아반떼에 사용하는 스마스트림 1.6 엔진을 넣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애당초 생각한 것 보다는 원가가 높은 차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형 뻘인 코나도 기본 장비가 아닌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등 지능형 안전 기술도 슬쩍 기본 장비로 넣어 놓았습니다. 당돌한 녀석입니다.

주행 감각은 무난합니다. 다부진 역동성 그런 거 없습니다. 자연스럽습니다. 그냥 공간을 즐기고 심플하게 살라는 능청스러움입니다. 인테리어 소재도 그냥 딱딱한 플라스틱 천지입니다. 이 가격에 이 등급에 뭘 더 바라냐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 대신 스위치나 다이얼들은 사용하기 편하게 큼직큼직합니다.



수동도 괜찮다면 1500만원에 꽤 널찍한 차를 상당히 괜찮은 장비로 구입할 수도 있고, 풀 옵션 때려 넣으면 2300만원 남짓까지 올라가지만 가성비는 여전히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베뉴’라는 이름의 스웩이 좋습니다. 미국의 지명을 모델명으로 사용하던 전통까지 깨고 공간이라는 보통 명사를 자기 이름으로 썼습니다. ‘네가 있는 바로 그곳이 가장 중요해’라는 뜻인가 봅니다.

검증된 부품으로 만든 실속 있는 차, 그런데 당돌함이 기분을 좋게 하는 차 베뉴였습니다. 젊은이 여러분, 기죽지 맙시다.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는 저도 기죽지 않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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