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이전에도 있었던 대왕조개 취식 어째서 이제서야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사실 이번 SBS 예능 <정글의 법칙>에서 터진 대왕조개 취식 논란을 보며 의아하게 여긴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을 게다. 그것은 이미 과거에 <정글의 법칙>에서 대왕조개를 잡아 맛있게 요리해 먹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2015년 팔라우에서 했던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는 단적인 사례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면, 당시 ‘김병만이 팔라우의 거대한 대왕조개를 살과 관자 등으로 나눠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 과정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해체한 대왕조개 일부는 찌고 일부는 삶는가 하면, 어떤 부위는 회로 먹도록 멤버들에게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며 이들은 ‘손바닥보다 큰 관자를 받아들고 입을 다물지 못했고, 관자 회를 초고추장에 푹 찍어 입에 가져가며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또 ‘대왕조개 껍데기에 조갯살을 듬뿍 넣고 라면스프를 뿌린 뒤 정글 퓨전라면에 도전했다’고도 했다.

<정글의 법칙>의 대왕조개 취식 사례는 지금 검색해도 부지기수로 나온다. 2014년 보르네오에서도 대왕조개를 취식했고, 2012년 바누아투 편에서도 대왕조개 사냥과 취식 장면이 마치 대단한 모험이나 되는 듯 그려진 바 있다. 당시 나왔던 영상 속에 들어간 자막을 보면 ‘무려 100년을 사는 대왕조개’라는 글귀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이 개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제작진이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도.



물론 팔라우 같은 곳에서 대왕조개는 6종류가 있고 보호종으로 채집이 금지되어 있지만, 식용으로 양식을 많이 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왕조개의 관자를 회로 썰어 먹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이번 태국편에서 대왕조개 취식이 논란이 되었고, 제작진은 현지 코디네이터가 동행해 “불법적인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 여기에는 애매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대왕조개에 대한 보호는 나라에 따라 다른 것인가 아니면 식용으로 양식된 것들만 허가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정글의 법칙> 팀에게만 예외적인 일이었던가.

하지만 법적인 문제들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보호종으로서 100년을 산다는 대왕조개를 잡아먹는 일이 제 아무리 ‘생존’을 보여준다고 해도 상식적인 장면으로 보기는 어렵다. 놀라운 건 이런 장면이 이미 2012년부터 나왔지만 법적인 문제 같은 논란이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후에도 당연하게 프로그램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등장해 왔다는 점이다.

그 관전 포인트는 이른바 ‘정글 먹방’이다. 정글이라는 야생의 환경에서 배고파하던 병만족들이 거대한 대왕조개를 잡아 맛있게 먹는 장면은 방송으로서 꽤 괜찮은 스펙터클이었을 게다. 물론 그 장면이 어떤 의미인가를 비판적으로 보지 못했던 우리들의 잘못도 만만찮다. 그렇지만 적어도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이라면, 그것도 ‘한때’ 생존보다 ‘공존’의 의미를 주창하며 정글로 갔던 프로그램의 제작진이라면 먼저 문제의식을 가졌어야 하는 게 아닐까.



논란이 제기되고 제작진이 사과도 했지만 6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편에서도 여전히 ‘정글 먹방’은 중요한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로 제시되었다. 바다사냥에서 그물 한 가득 잡아온 고둥을 직화구이로 먹으며 “치즈 같다”고 표현하는 먹방. 하지만 이번 생겨난 대왕조개 논란은 이러한 먹방을 단순히 욕망을 대리충족시켜주는 장면으로만 보게 만들지 못하게 했다. 생존이라고 말하지만 의도적으로 들어간 그 자연의 공간에서 색다른 ‘먹방’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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