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도 제작진도 무감했던 방송의 사유화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어쩌면 이렇게 생각이 없을까. 지난 6일 방영된 tvN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마켓>에서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인 혜리는 친동생이 운영 중인 쇼핑몰을 대놓고 홍보했다. 노래 가사를 맞춰 단독샷을 받는 상황에 동생의 쇼핑몰 이름을 적은 종이를 들고 홍보한 것.

출연자들이 종이에 적힌 쇼핑몰 이름에 낯설어하며 “무슨 뜻이냐”고 묻자 신동엽은 “물어 봤는데 동생 쇼핑몰이라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출연자들이 너무 노골적인 PPL에 대한 지적을 했고 혜리는 “제가 투자를 해서”라고 답했다.

방송의 이 과정은 사실상 혜리도, 출연자들도 또 나아가 제작진도 그것이 ‘노골적인 PPL’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혜리가 적은 쇼핑몰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모자이크로 처리해 내보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메모를 읽는 소리는 그대로 나갔다. 이것은 알면서도 내보냈다는 것이고, 그것을 ‘예능’으로 포장하려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웃기 위해 했다는 PPL은 과연 시청자들이 웃을 수 있는 일이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그렇게 쉽게 웃고 넘길 만큼 가벼운 일이었을까. 그 순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그 쇼핑몰의 이름이 올랐다. 혜리가 가진 이름값에 더해 쇼핑몰이 거론되면서 만들어진 엄청난 영향력이다. 만일 그걸 진짜 PPL로 하려 했다면 얼마나 돈이 들까.



이 지점은 시청자들에게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만일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누군가가 봤다면 그건 꽤 큰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이다. 누구는 쉽게 이름값을 얹어 돈 한 푼 내지 않고(심지어는 출연료까지 받아가며) 나와 ‘자신이 투자한’ 쇼핑몰의 이름을 거론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올려놓는다. 보통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일종의 ‘방송을 사적으로 활용한 것’이지만 거기에 대해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전혀 무감했다는 뜻이다. 그런 정도는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 여겼을 거라는 것. 물론 제작진은 혜리의 이런 PPL이 게스트들이 늘상 해오던 신작 홍보와 다르지 않다고 여겼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홍보조차 그다지 탐탁찮게 생각하는 대중들이다. 게다가 이건 아예 어느 정도의 동류의식 속에서 적당히 허용되곤 하던 대중문화 산업과는 상관없는 개인사업 아닌가.

혜리는 동생의 쇼핑몰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오자 SNS에 “실검이라니. 축하축하. 내 동생.”이라는 글까지 올렸다고 한다. 물론 논란이 일자 삭제했고, 소속사는 “혜리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며 공식사과문을 내놨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감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최근 들어 대중들이 연예인들에게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방송의 사유화’다. 연예인들의 가족이 방송에 나오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고, 관찰카메라라는 명목으로 사실은 자기홍보를 하는 경우가 드러났을 때 그 역풍이 만만찮은 이유가 그것이다. 이런 변화된 상황을 생각했다면 결코 이런 방송이 가능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