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2’, 몰입감에 반전은 물론 사회적 메시지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런 정도의 완성도와 몰입감이라면 시즌3도 무난하지 않을까.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는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기발한 사건들과, 그래서 추측하게 되는 여러 정황들, 그리고 이를 뒤집는 법의학에 근거한 반전요소들이 결합하면서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을 꼬집은 존속살인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에피소드는 <검법남녀2>가 시즌1에 비교해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걸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현병 환자라고 하면 여러 차례 드라마 등에서도 등장했던 것처럼 무언가 잠재적으로 사건을 벌일 수 있는 어떤 인물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일 수 있다는 걸 이 에피소드는 메시지로 제시하고 있다.

가난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던 조현병 환자의 집에서 사체의 흔적이 발견되고, 결국 도망치던 조현병 환자의 차에서 환자의 어머니 사체가 발견되면서 ‘존속살인사건’으로 결말이 날 뻔 했던 사건은 백범(정재영)의 끈질긴 법의학적 추적으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진다. 사체가 이미 부패될 정도로 오래 방치되었고, 배에 여러 차례 난 자상과 목에 난 자상으로 아들인 조현병 환자가 살해했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검찰은 심지어 그 환자의 신상명세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건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이 더해진 표적 수사였다. 알고 보니 목에 난 자상은 갑상선 수술을 한 부위가 사망 후 터진 것이었고, 배에 난 자상 역시 살해 목적이 아닌 뱃속의 가스를 빼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로써 존속살인사건의 진실은 충격적이게도 조현병을 가진 아들의 ‘간호 행위’였다는 게 밝혀진다.

이런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 속에서 드라마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을 꼬집고, 동시에 검찰의 실적을 위한 표적수사와 이에 공조해 신상마저 공개해 주목을 끌려는 언론의 선정성에 대한 비판을 담아냈다. 결국 “소설 쓰지 마”라고 일갈하곤 했던 백범이 끝까지 증거를 찾아냄으로써 밝혀진 진실이라는 이 이야기의 구조는 ‘성급한 결론과 판단’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전한다. 법의학이라는 소재를 장르물로 그려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까지 환기시켰다는 건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이 조현병 환자 가족을 돕는 척하며 사실은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갈취하고 있었던 복지사의 이야기는 또 다른 반전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게다가 왜 이 조현병 환자가 어머니가 사망한 후에도 이를 어린 아들에게까지 숨긴 채 방 안에서 사체를 두고 있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밝혀지면서 드러난 뭉클한 사연이다.



“한수야 나중에라도 이 에미 죽으면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몸뚱이는 아무데라도 내다 버려라. 그래야 나라에서 주는 돈이 안 끊겨. 알았지?” 이 뭉클한 어머니의 대사는 조현병이라는 질환에 대한 관리에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에둘러 전하고 있다. 가난과 병이 걱정되어 자신이 죽으면 몸뚱이를 아무데나 내다 버리라고 하는 어머니의 모정이라니.

<검법남녀2>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독특한 사건들이 주는 몰입감에, 우리네 현실을 꼬집는 사회적 메시지를 더해 드라마의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백범이라는 확고한 캐릭터가 있어, 이런 완성도의 성취를 보여줄 수 있다면 시즌3도 무난할 것으로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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