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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소녀’, K팝 아이돌 월드 꿈꾸는 CJ 세계관의 첨병될까
기사입력 :[ 2019-07-12 12:34 ]


스토리텔링 꼬인 ‘유학소녀’가 남긴 가능성과 아쉬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팝을 사랑하는 다국적 소녀들의 한국 아이돌 체험기 Mnet <유학소녀>가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공개하는 것을 끝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3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애초 8부작을 목표로 제작했지만 다행히 스페셜 편을 구성해 1회 연장하기로 하면서 즐겨 본 시청자들을 위한 후일담을 남겼다. 다음 주에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소녀들의 모습과 미방영분을 보여주기로 예고했다.

<유학소녀>는 데뷔를 목적으로 한 서바이벌이 아닌 아이돌 체험기라는 점과 아시아권을 넘어서 유럽, 이집트, 미국 등지에서 날아온 K-팝 재능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기존의 Mnet 아이돌 콘텐츠와는 확연히 다른 시도였다. 또한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6 AOMG편의 우승자인 마리아나 <프로듀스48>의 치바 에리이처럼 다른 방송에 얼굴을 내비친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 시청자들이 처음 만나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다만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방송 콘텐츠로 나아가기 위해서, 혹은 팬덤의 지지가 필수 요소인 아이돌 콘텐츠 차원에서 봤을 때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방송의 인기가 소녀들이 품은 꿈을 펼칠 기회의 크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커버댄스 영상 정도로만 접하던 외국인 아이돌 지망생들을 TV로 끌어들인 것은 흥미로웠으나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지 않고 흩어졌다. 처음부터 뮤직비디오 제작과 최종 음원 발표를 목표로 삼고 단계별로 성장하는 미션 과정에 집중했으면 긴장감도 생기고 목적의식이 불분명한 에피소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지 않았을 테니, 소녀들의 성장기에 보다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오디션을 보는 것도 느닷없지만 부산, 광주, 경주 여행을 떠나고 마지막 날 인사동에서 시간을 보내며 한식당의 한상차림에 감탄하는 한식 사랑, 도장 파기 체험 등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같은 한국 문화 체험이 경중 없이 나열되면서 ‘팝시클’처럼 톡톡 튀는 개성은 사라지고 이것저것 다 섞여 있어서 오히려 밋밋해진 불완전한 조합이 되고 말았다. 굳이 한국 자랑과 사랑을 여기서까지 펼쳐놓아야 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남는다.



3주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한식과 뷰티와 같은 한국 체험과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성장기를 다루는 아이돌 콘텐츠가 겉돌면서 감정선을 꼬이게 만들고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에도 괜한 신파모드도 함께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바이벌쇼도, 리얼버라이어티도, 관찰 예능도 결국은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유학소녀>의 한 가지로 모여지지 않는 스토리텔링이 아쉽다.

그럼에도 <유학소녀>를 보면 괜스레 응원을 하게 되고, 잘되길 바라며, 성장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일종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젊은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던 것을 실제로 이루어가는 상황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가보고 싶던 먼 타국으로 와 아이돌처럼 생활하는 3주간의 시간은 이들에게 인생의 기회다. 단 3주지만 멋진 숙소에 K-팝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엠버의 곡을 받고, 가장 잘나가는 뮤직비디오 감독과 댄스 선생님까지 확실한 지원을 받는다. 그 위에서 소녀들의 땀, 눈물, 웃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꿈이 살아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늘지 않는 실력 때문에 속상해하는 동료를 달래는 루나처럼 어른들도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성숙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친구들과의 이별에 가슴 아파하고, 가족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는 영락없는 소녀의 얼굴이 나온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 같은 갈등이 없다는 점에서 청정했고, 어린 친구들이지만 진지하게 자신을 걸고 세상에 도전하는 태도에 감명을 받았다.

할리우드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세계가 있다면, Mnet에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위시한 CJ만의 아이돌 월드가 있다. <유학소녀>는 그 안에서도 가장 이질적이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으로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비아시아인 친구들을 우리나라로 데려와 아이돌 산업과 트레이닝을 맛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Mnet이 내건 슬로건 ‘WE ARE K-POP’의 자부심을 가장 직설적으로 담고 있는 기획이다.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서, 그 전에는 흡수하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들을 ‘K-팝’ ‘아이돌’이란 이름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리즈에 가세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유의미한 성과다.

다만, 기존의 아이돌 콘텐츠로 집중하지 않고, 한국 관광과 한국 사랑을 드러내는 외국인 예능의 문법을 답습하면서 소녀들의 꿈과 매력이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점이 끝내 아쉽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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