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델루나’에 겹쳐지는 꽤 많은 작품들, 그리고 내용물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호불호가 완전히 나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겹쳐지는 작품들이 꽤 많아서다. 떠오르는 작품이 많은 분들은 비교하며 볼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신기한 세계로 보일 것이다. 그 차이는 극명한 호불호를 만들 수밖에 없다.

우선 시청자들이 단박에 떠올린 작품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다. 영원히 죽지 못하는 도깨비와 그 천형 같은 영생으로부터 그를 구원해주는 도깨비 신부의 이야기. <호텔 델루나>의 죽지 않는 존재 장만월(아이유)은 그래서 여자 ‘도깨비’처럼 보인다. 그의 앞에 새 지배인으로 나타난 구찬성(여진구)은 그래서 전생의 어떤 인연으로 장만월과 연결된 존재일 것이라는 기시감이 든다. 전생에 잇지 못한 사랑을 호텔 델루나에서 이어가는.

죽지 않는 존재 장만월이 지내온 그토록 긴 세월이 담겨진 사진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떠올리게 한다. 우주인으로 조선 땅에 들어와 죽지 않고 살아가며 엄청난 부와 지식을 동시에 갖게 된 인물의 역사가 사진 속 달라진 배경 속에 여전한 젊음을 가진 모습으로 담아지던 장면들. 그래서 총지배인 노준석(정동환)의 죽음은 죽지 않는 신적 존재와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대비를 담은 <하이랜더> 이후의 많은 작품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또 갑자기 기사가 귀신에 의해 깨어나 구찬성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언뜻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떠오른다. 물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 캐릭터들이 마치 좀비처럼 공격하는 장면들이지만, <호텔 델루나>의 기사와의 대결 장면만 떼고 보면 비슷한 느낌을 준다. 파란 눈을 갖고 깨어나 공격하는 귀신의 형상은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의 대결을 담았던 <왕좌의 게임>의 한 대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호텔 델루나>에서 더 많이 연상되는 작품은 홍자매의 2013년 작품이었던 <주군의 태양>이다. 죽은 귀신들이 눈에 보이고 그 공격에 깜짝 깜짝 놀라는 모습으로 주는 코미디적 요소들이 그렇다. 매니저가 되지 않으려 거부하는 구찬성을 되돌리기 위해 장만월이 무수히 많은 귀신들을 깨워내 그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장면도 많은 좀비물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호텔 델루나>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나무도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왕좌의 게임>이 철왕좌와 대비시켜 상징으로 그려내는 나무의 ‘영생’과 ‘기억’의 이미지가 그 나무에서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떠오르는 건, <호텔 델루나>가 그리고 있는 판타지적 세계의 레퍼런스들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해지는 건 이러한 다양한 레퍼런스들 자체가 아니라, 이것들을 갖고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인가다.

생각해보면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도 그렇게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을 갖고 우리네 삶이 죽음과 겹쳐져 있어 때론 쓸쓸하지만 또한 그래서 찬란하다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호텔 델루나>는 이런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세계관을 가져와 무슨 다른 이야기를 건넬 것인가. 여기에 이 작품의 관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하고 신기한 외관은 충분하니 더 중요해진 건 그 안을 무엇이 채우고 있는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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