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성폭행 파문, 피해자 2차 가해하는 무책임한 의문제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배우 강지환의 성폭행 사건은 충격적이다. 그만큼 우리가 드라마 등을 통해 봐왔던 강지환의 이미지가 ‘성폭행’, ‘성추행’ 같은 단어와 어울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범죄 사실은 명백히 드러났다. 긴급 체포된 강지환이 첫 경찰조사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지만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여성들이 자고 있던 방이었다”고 처음에는 진술했지만 지난 15일 법무법인 화현을 통해 그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측도 지난 16일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며 강지환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했고, 출연 중이던 TV조선 토일드라마 <조선생존기>에서도 하차했다. 10화까지 방영된 <조선생존기>는 남은 분량을 서지석으로 교체해 촬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강지환의 성폭행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고, 그 스스로도 모든 혐의를 인정한데다 소속사와 계약해지, 프로그램 하차까지 이뤄졌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처음 왜 강지환의 집까지 갔냐는 의문을 제기한데 이어, 여자라고 해도 둘이 완강히 거부했으면 성범죄를 피했을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강지환은 만취상태가 아니었고, 피해자들이 112에 직접 신고하지 못한 건 그 곳이 외진 곳이라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 강지환이 호송 중 “동생들이 인터넷이나 매체 댓글들을 통해서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을 겪게 해서 오빠로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한 대목이 마치 그와 피해자들의 관계가 가까웠을 거라 여겨지게 만들지만 사실은 지난 4월부터 일했던 피해자들은 친한 사이가 아니라 업무상 관계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즉 오빠 동생으로 표현한 데도 그만한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지난 16일 피해자들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들 둘만 강지환의 집을 방문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당시 회사 소속 매니저 2명, 스타일리스트, 가해자 등 8명이 함께 단합회 겸 스태프 송별회로 그의 집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강지환의 집을 왜 피해자들이 갔는가 하는 의문제기가 터무니없다는 증거다. 결국 갑을관계에 있어 업무의 연장선으로 회식에 참여했다 피해를 당한 것이었다.

놀라운 건 피해자들이 소속된 외주업체 측에서 피해자들을 회유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강지환은 이미 잃을 것 다 잃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느냐”며 “너네가 앞으로 닥칠 일들을 무서워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강지환과 갑을관계에 있는 외주업체 측에서도 피해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지를 더 걱정했다는 얘기다.

사실 이렇게 명백히 모든 사안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는 2차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문제기로 인해 보다 상세한 정황들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 성범죄의 경우 그 사안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장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 ‘꽃뱀’ 운운하는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째서 피해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겪어야 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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