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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의 이발사’, 이들에게 머리를 맡긴 손님들이 안쓰럽다
기사입력 :[ 2019-07-19 17:26 ]


‘세빌리아의 이발사’, 새로운 도전에 비해 준비 과정이 허술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에브리원 예능 <세빌리아의 이발사>에는 묘한 불안과 조마조마한 긴장이 흐른다. 먹거리에서 이발과 미용으로 소재가 바뀌었을 뿐 <스페인 하숙>이나 <현지에서 먹힐까> 등 해외에서 팝업숍을 운영하는 기존 예능과 같은 작법과 배경을 갖고 있음에도 그렇다. 외국에서 우리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는 호기심과 새로운 삶의 가능성, 단순한 삶이 주는 행복과 로망 등의 설렘과는 조금 다른 정서와 교감으로 다가온다. 특정한 에피소드의 영향은 아니다. 제작진의 의도와는 다르게 누구나 한번쯤 있을 법한 머리를 망쳐본 경험에서 불거지는 불안감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200년 된 건물에서 90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경력 53년차 이남열 이발사와 청담동의 유명 헤어 디자이너 수현과 함께 이민정, 정채연, 에릭, 앤디, 김광규가 스페인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한국식 이발소와 미용실을 차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미용은 일상적인 음식과 달리 보다 전문적인 기술과 교육이 필요한 분야고,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영역이다. 주인공은 예능 첫 출연인 이민정을 중심으로 한 에릭과 앤디, 김광규, 정채연 등인데, 정작 콘텐츠는 이연복, 백종원의 예능처럼 두 명의 전문 기술자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중이 높아야 하는 주인공들이 보조를 담당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안하던 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지만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성취를 느끼고, 손님의 반응을 통해 소소한 희열을 찾고,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매력이 발산되는데, 미용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빌리아의 이발소와 미용실은 그러기 어려운 생태다. 그렇기 때문에 첫 예능 출연한 이민정의 매력도 ‘예쁜데 털털하다’와 같은 전형적인 패턴으로 그리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최소한의 미용 기술과 언어 모두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다 보니 작은 공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기술자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회차가 거듭된다고 드라마틱하게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현지에서 먹힐까>나 <강식당>처럼 팝업숍 예능의 정수인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함께 힘을 합하고 서로 도우면서 성장스토리의 만족과 성취를 재미로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출연자의 역할도 애매하지만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공간 자체의 설명도 불충분하다. 아담하고 사랑스런 마을의 이발소와 미용실에 작은 간판을 바꿔달고 출연 연예인의 포스터를 크게 뽑아 붙였다. 포스터가 사실상 인테리어의 전부다. 물론 제작비라는 현실 제약이 있겠지만, 거의 손을 안 된 인테리어는 공간의 매력으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나영석 사단의 세심한 ‘무대미술’ 기술과 비교했을 때 로망 발화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심지어 남녀로 나뉘어 업장을 달리 운영한다. 안 그래도 산만한데 로망의 자극도 없으니 이야기가 더욱 모이지 않는다.



얼굴을 큼지막하게 담은 포스터를 보면 한류의 위상을 확인하고 한국 스타일을 전파하러 나간 의도가 엿보이는 것 같다. 그러데 한쪽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사라진 물뿌리개와 비누와 식초를 이용해 머리를 감겨주는 수십 년 전에 대부분 사라진 이발소 풍경을 가져간다. 인생을 바쳐 기술을 이룩한 장인의 가위질과 면도를 경험하는 건 진귀한 체험이지만, 우리의 오늘이라고 하기는 방법이나 스타일상 곤란하다.

공간, 캐스팅, 풀어가는 방식 모두 하나로 엮이질 않고,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사전 정보, 사전 준비 과정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서문이 없는 불친절한 이야기가 됐다. 그런데 막상 문을 열었는데 출연자들은 미용기술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머리감기조차 숙련되지 않았으며, 고객의 눈높이에서 소통해야 하는 서비스직임에도 언어에 대한 준비, 현지 스타일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다. 이는 설득력과 진정성의 문제다.



유일하게 새로웠던 건 밖에만 나가면 환호를 받았던 반응 일색이었던 기존 팝업숍 예능과 달리, 부정적인 반응과 불신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자막은 분명 평안하고 만족하고 있다고 하지만 머리와 수염을 내맡긴 손님들의 불안한 눈빛과 체념한 미소는 그런 포장으로는 도저히 감출 수 없는 진정한 리얼리티였다.

팝업숍 예능은 이야기가 있는 다큐에 가깝다. 에피소드는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특정한 시선을 통해서 형성된다. 인기스타들이 인지도가 리셋된 설정 속에서 깨닫는 행복의 보편성과 단순함, 해외에 나가 현지인들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느끼는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 등이 재미가 된다. 그런데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쿡방을 벗어난 소재라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새로운 도전에 비해 준비 과정이 너무 허술해 보인다.



한국미용의 멋과 기술을 선보이고 뿌듯해할 것인가. 한국이란 미지의 먼 나라에서 온 장인의 특별한 손맛을 선보이는 게 재미인가. 스페인 사람들의 스타일링에도 무리 없는 글로벌한 면모를 드러낼 것인가. 제목은 이발소인데 미용실이랑 동시에 따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초점이 모이지 않고, 부실한 준비과정이 초반부터 두드러지면서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왜 스페인까지 가서 동네 이발소와 미용실을 빌려서 장사를 하는지 전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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