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요한’, 지성의 아우라는 매력적이지만 의외의 난관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새롭게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은 과연 <열혈사제>의 성공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사실 <녹두꽃>은 좋은 작품이었지만 SBS 금토드라마의 위상을 단박에 올려놓았던 <열혈사제>만큼의 성공을 가져다준 작품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시 장르물로 돌아온 <의사요한>은 어떨까.

일단 어렵지 않은 장르물이라는 점과 요한(지성)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가진 강점이다. 아픈 환자와 그들을 고치는 의사라는 의학드라마가 가진 장르적 익숙함을 이 드라마는 기본 틀로 갖고 있다. 물론 이런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첫 회에서는 그 요한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모습으로 극적인 등장을 선보였다.

교도소에서 한바탕 신고식(?)을 치른 요한이 칼로 베인 상처를 제 손으로 마취도 하지 않고 꿰매는 장면이 주는 강렬함에, 응급을 요하는 수감자를 슬쩍 들어와 고치고 나가버리는 미스터리함을 더해 이 캐릭터는 한 회 만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인물이 되었다. 이 독특한 캐릭터는 향후 교도소에서 나가 한세병원으로 복귀해 벌어질 사건들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였다.



하지만 요한만큼 중요할 수 있는 강시영(이세영) 캐릭터는 아직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술 중 누군가가 죽게 됐고 그것으로 절망에 빠진 인물로 등장했다. 물론 드라마가 이 캐릭터의 성장담을 그릴 거라는 건 예상되는 일이지만, 첫 회에 유독 눈물 흘리는 장면들이 많이 들어간 점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다소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금토드라마라는 시간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드라마의 너무 어둡거나 우울한 분위기는 시청자들의 유입에는 그다지 좋은 요소들이라고 보긴 어렵다.

강시영 캐릭터의 감정적 동요와 슬픔 속에 마다가스카르로 도망치듯 떠나려는 그 과정들은 드라마 첫 회로서는 속도감을 다소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래도 요한이란 캐릭터가 중간 중간 등장해 긴장감과 몰입감을 끌어올려주지 않았다면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의사요한>은 그래도 어렵지 않은 의학드라마의 틀에 성장드라마 그리고 환자들과의 교감이 만들어내는 휴먼드라마적인 요소들이 겹쳐져 금토의 시간대를 넉넉히 채워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믿고 보는 지성이란 연기자의 아우라가 확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여기에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진 않았지만 통증의학과라는 이 드라마가 다루는 의학 분야의 특수함이 새로운 이야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작품의 원작을 염두에 두고 보면 ‘안락사’라는 논쟁적인 소재들이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원작이 일본의 의사이자 작가인 쿠사카베 요의 <신의 손>이라는 건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와 맞물려 의외의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훨씬 이전에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해 이제 제작된 것이고, 리메이크가 결국은 재창작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보면 이것이 무슨 문제일까 싶긴 하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일 관계의 양상들을 들여다보면 ‘일본 원작’이라는 사실 그 자체가 대중들에게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의사요한>은 이런 난관들을 넘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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