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에게 듣다 [대담]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MBC <지구의 눈물> 시리즈 완결 편 <남극의 눈물>이 드디어 막을 올리고 순항 중이다. ‘우리는 과연 남극의 도전자일까, 침입자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프롤로그’, 그리고 황제펭귄의 삶을 통해 인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1부 - 얼음대륙의 황제’가 가져다준 감동은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300일 간의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방송국을 찾았더니 ‘무릎팍 도사’ 출연 당시와는 다른 이미지로 변신한 김진만 PD가 비좁은 작업실로 안내했다. 세 개의 모니터는 바로 조금 전까지도 작업을 한 듯 더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언제라도 쓰러져 눈을 붙일 수 있는 간이침대가 담요와 함께 놓여 있었다.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오지 남극에서 무려 300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에겐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대담: 김진만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 반응이 뜨겁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을 웃고 울린 황제펭귄 촬영은 제작진이 월동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들었는데요. 남극에서의 월동이 그렇게 힘든 건가요?

김진만: 어쩌다보니 저희 팀이 대한민국 최초 남극대륙 월동 기록을 남긴 셈이더라고요. 그래서 세종기지나 장보고기지 관계자들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원래 차근차근 준비해 오신 분들이 계신데 어쭙잖게 저희가 처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어서요. 사실 우리는 촬영 팀으로 간 게 아니라 남극 호주기지 대원 자격으로 머물렀어요. 때문에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면 기지 내에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야만 했죠. 어떤 행사에든 다 참가했고 심지어 청소, 설거지도 다 같이 똑같이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대원 월급을 받은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정덕현: 아마존에서 돌아와 얼마 만에 다시 남극으로 간 건가요? 300일 동안 남극에서 풀타임으로 계속 있었던 건가요?

김진만: 아마존에서 돌아온 게 2009년 12월이었고요. <아마존의 눈물> 방송을 마치고 영화까지 끝낸 게 2010년 4월, 그리고 바로 다음 달, 5월에 남극으로 갔죠. 그때 60일, 그 다음에 가서 70일을 또 보냈어요. 마지막 305일 출장이 2011년 1월부터 11월까지네요.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1월 중순에 호주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3주간 극지 훈련을 받았는데 죽을 것 같이 힘들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보이 스카우트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도 1주일 정도 훈련 받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어요. 아, 제가 사실은 지극히 도시 지향적인 인간이거든요.(웃음) 이상하게 오지전문으로 포장이 된 것 같아 민망합니다. 한 달 정도 아마존에 머물렀을 때도 콜라, 아이스크림이 자꾸 생각나고 자동차, 도시의 불빛 같은 것이 너무 그리웠어요. 그런데 300일을 갇혀 지낸 거니까요. 상상을 해보세요. 저희가 도전 정신이 남다를 것으로 기대들을 하시지만 저희는 어쩌면 멘탈이며 체력적인 면에서 일반인보다 더 못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에요.



◆ 욱일승천기 장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석희: 그럼 다 합하면 400일이 넘는군요? 대단들 하세요. 그런데 ‘프롤로그’의 욱일승천기 장면이 문제가 됐잖아요. 국민 정서로 봤을 때 당연히 거슬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는데요. 왜 굳이 그 장면을 내보내셨나요? 제작진의 어떤 의도가 분명히 있지 싶어요.

김진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프롤로그만 나온 상태에서 오해를 받았다는 게 저희 입장에서는 속상하죠. 하지만 일단 ‘아픔’이라는 단어를 쓴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잘못입니다. 제 3자의 시선으로 담담히 풀어갈 생각이었지만 잘못된 선택이었으니 사과드리는 게 백번 옳아요. 그러나 다큐멘터리라는 입장을 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1박2일’에 욱일승천기가 나갔다면 그건 말이 안 되죠. 그런데 다큐멘터리에서 욱일승천기를 단 자위대 군함을 남극으로 보내는 일본을 보여준 거거든요. 사실 4부에서 왜 일본이 자위대 군함을 남극으로 보냈는지, 그 부분을 자세히 다룰 예정이었는데요. 어쨌든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거의 다 민간인 기지에요. 남미의 경우만 모두 군기지이구요. 칠레나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는 아예 군인 가족을 남극 대륙으로 이주를 시킵니다. 남극조약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들은 왜 이렇게 하고 있으며 일본 또한 왜 그렇게 남극에 목을 매는지, 그 점에 대해 4부에서 설명하고 싶었죠.

정석희: 일본의 남극 진출이 생각보다 빠르더군요. 기무라 타쿠야 주연의 드라마 <남극>이 실화라면서요? 그렇다면 100년 전에 일본은 이미 남극에 간 거잖아요?

김진만: 그렇죠. 아문센이나 스콧과 같은 시기에 탐험을 시작했어요. 일본이 섬나라라서 대륙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잖아요. 패전 후 바로 눈을 돌린 게 남극대륙이죠. 그런데 그때 개를 놓고 오는 바람에 그 개들이 모두 얼어 죽었거든요. 그래서 국제적으로 비난을 많이 샀어요. 당시 패전국이기 때문에 일본은 상당히 척박한 지역을 할당 받았습니다. 그래도 50년대에 호주, 영국, 미국과 같은 시기에 기지국을 세웠는데요. 그 당시 국민들이 성금을 낼 만큼 열정적으로 참여했어요. 그들의 대륙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그리고 자위대 군함을 남극으로 보내게 됩니다. 그런 정치적 의미들을 4부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싶었는데 이제는 더 부담이 되네요.

정덕현: ‘프롤로그’라는 게 편집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 한 부분만 놓고 얘기를 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김진만: 앞에 음악이 흐르면서 휴먼적인 부분과 맞붙여 놨던 게 적절치 못했어요. 아무리 ‘프롤로그’라 해도 신경을 좀 더 썼어야 했는데, 4부에서는 욱일승천기로 시작을 해야 하거든요. 정말 걱정이 됩니다. 저희 나름으로는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시청자들이 진실보다는 불편함이 더 신경이 쓰인다면 어떻게 해야 옳은가 계속 고민 중입니다. 게다가 지금 또 문제가 뭐냐 하면, 일본 측에서 우리가 자기네의 욱일승천기 장면을 내보내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전해 왔다는 거예요.

정석희: 그런데 그들은 국기인 일장기를 놔두고 왜 굳이 욱일승천기를 사용하는 거죠?

김진만: 그런 이유들을 저희가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겁니다.

정덕현: 충분히 설명을 하면 될 것 같아요. 불만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삭제를 하는 건 전 아니라고 봐요. 다큐멘터리는 불편하더라도 그대로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진만: 자체적으로도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에요. 나름대로 사내 평가절차를 다 거쳤고 외부 기자 시사도 했으니까요. 그런 와중에 우리들끼리 이 부분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시사에 참여하신 분들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셨거든요.

정석희: 그분들이 대중의 마음을 너무 모르는 건 아닐까요. 한 마디로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긴데.(웃음)

김진만: 나름대로 한다고는 했지만 결국에는 조심하지 않았던 부분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남극에서 한 해를 지내보니 어이없는 것이 아르헨티나 대장은 아예 우리 땅이라고 얘기를 해요. 그리고 영유권이 몇 도부터 몇 도까지는 영국,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캐나다, 호주도 다 있어요. 다들 다 겹치죠. 지들끼리요(웃음) 나중에 영유권이 인정되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겠죠. 결국엔 기지 근처에 있는 땅이 우리 땅이 되는 거예요.

정석희: 그렇다면 우리 기지, 세종이나 장보고를 세운 터는 좋은 곳인가요?(웃음)

김진만: 나쁘진 않아요. 왜냐하면 미국 기지 근처거든요.(웃음) 사실 고생들을 엄청나게 하세요. 전재규라는 대원이 2003년도에 29세라는 아까운 나이로 세종기지에서 돌아 가셨어요. 다른 대원들의 구조를 위해 떠났다가 그곳에서 돌아가신 거예요. 그때 이슈가 많이 됐고 그 덕에 이후 ‘아라온’이라는 쇄빙선이 만들어진 겁니다. 2009년이었죠, 아마? 일본 쇄빙선의 역사는 무려 50년이에요. 그러나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부분은 결국 국민들에게 던져진 질문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또 고민되는 것이 사실 인간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이잖아요. 장보고와 세종기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당연히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해답을 시청자들께 넘길까 해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니까요. 장보고나 세종기지에서는 사명감을 갖고 목숨 걸고 일을 하고 있는데 그걸 환경파괴 운운할 수는 없잖아요. 국익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거고요. 그런 문제들을 공론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정덕현: 그냥 그대로, 찍은 대로 보여주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힘이겠죠. 우리가 뭔가를 얘기하고 들자면 내용이 걸러지잖아요. 그런데 카메라는 찍은 그대로를 전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힘 있게 작용하죠.

김진만: 있는 그대로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는 게 사실 엄청 큰 거거든요.



◆ 제작진들의 촬영기가 또 하나의 다큐

정석희: 프롤로그에는 제작진들의 모습도 보였는데요. 그런데 낯익은 분들이 나오시니까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김진만: 서로 대화하는 장면을 몇 컷 찍어 뒀던 건, 저희가 한번 들어가면 약 10개월 후에나 다시 나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황제 펭귄을 찍으러 갔었을 때, 그들이 서식지를 갑자기 옮길 수도 있고 기후변화도 크기 때문에, 만약 황제 펭귄을 찍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그 빈자리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메울 것인가, 그 점에 대한 회의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우리끼리 대화하는 것도 살짝 넣어봤는데 시청자들께서 재미있게 봐 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정덕현: 결과적으로 황제펭귄이 연기를 잘 해주던데요.(웃음)

정석희: 펭귄들이 그처럼 감동을 줄 줄이야. 그렇게 종류가 다양한지도 몰랐고요..

김진만: 프랑스 다큐멘터리 을 보고 저도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거든요. 저희가 황제 펭귄을 찍을 때도 짝짓기부터 산란과 부화 과정을 쭉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으로부터 애정이 우러나더라고요. 어제 아팠던 펭귄들이 오늘 가보면 얼어 죽어가고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정말 마음이 아프죠. 규정 때문에 펭귄들이 알을 품을 때는 70m 안쪽으로는 접근 자체를 못해요. 그러니 만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죠. 만약 규정을 어겼다가는 바로 쫓겨납니다. 촬영하는 동안 호주기지 대원들이 내내 감시를 하고 있어요. 새끼들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걸 보면 옷 안으로 넣어주고 싶고 대피소로 데려가 따뜻한 미역국이라도 먹이고 싶었어요. 그러면 바로 원기를 찾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가슴이 미어져도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정덕현: 고생들이 많았겠어요. 대피소에서 문을 닫아 놨는데도 안쪽으로 성에가 얼어들어오는 걸 보니 무섭더군요.

김진만: 카메라 감독님이 제일 고생이었죠. 말이 대피소지 영하 7도에서 8도 정도 되고요. 침낭에서 자기는 하는데 그 침낭을 들춰보면 습기 때문에 안에서 물이 후드득 떨어져요. 모든 음식이 다 얼죠. 처음에 속없이 콜라를 가지고 갔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다 터져 있더라고요.

정석희: 그럼 화면에서 보듯 주로 라면만 드셨나요? 더구나 퉁퉁 불어터진 라면을 드시던데요.

김진만: 호주기지가 있고 50Km 떨어진 곳에 대피소가 있고, 10Km를 더 가면 황제펭귄들의 서식지가 있어요. 촬영 때는 주로 대피소에 있지만 한 2주 정도 지나면 기지로 돌아오죠. 거긴 급식 시스템인데요. 주방장의 허락을 받고 음식을 좀 만들었어요. 가져간 쌀로 밥을 하고 돼지고기에 고추장과 김치를 넣고 요리를 해먹곤 했는데 결국 나중에는 그마저 귀찮아서 결국 라면을 자주 먹었어요. 그런데 조연출이 답답하게 라면을 한 종류만 챙겨온 거예요. 짜장 라면도 한 종류만, 500개씩이나요. 솔직히 나중에는 좀 질리더라고요. 더군다나 라면 임자가 불은 게 좋다고 해서.(웃음) 나중에는 별걸 다 섞어 먹었어요. 즉석 북어국을 같이 넣어 끓이니까 그것도 은근 맛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꼬꼬면’을 따라 우리는 북어국과 라면을 결합해서‘ 황제면’이라 명명하고 6m 카메라로 찍어 상품화시켜 보려 했지만 너무 상업적이라서 그냥 빼버렸어요.(웃음) 제작진이 등장하는 장면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내부적으론 염려되는 점이 있어요. 어쨌거나 다큐잖아요? 그 다음에 하시는 분에게도 부담을 줄 수도 있고요.

정덕현: 이미 다큐의 판도라도 열렸다고 봐요. 카메라 뒤에 계셨던 분들이 이제는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잖아요. 신비로운 자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생활을 했나 들여다보는 재미도 꽤 쏠쏠 하거든요.

김진만: 예능 버라이어티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런 구도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남극의 경우 영하 50도 안팎이지만 TV를 보는 시청자들은 영하5도인지 10도인지, 알 수가 없잖아요. 결국 우리 얼굴에 서리가 허옇게 끼어 있는 장면을 보면서 추위의 정도를 체감할 수 있는 거죠.

정석희: 송인혁 촬영 감독님이 동상을 입으셨던데 예후는 어떠신지요.

김진만: 병원에서 재발이 잘 되니까 조심하라고 그랬대요. 처음에는 하얗게 되자마자 바로 그 부위를 덮어 보호해야 했는데 안경에 김이 서려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고글을 쓰면 초점을 확인하기가 어렵거든요.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뤘다가 나중에 블리저드가 보름 이상 불어 닥치기라도 하면 중요한 장면을 놓치기 때문에 그대로 강행 할 수밖에 없었죠. 우리가 믿을 건 결국 촬영뿐인지라 촬영 감독님이 무리를 많이 하셨어요.

정석희: 촬영 장비들이 예전보다 좋아졌나요?

김진만: 아무리 좋아져도 기계들은 3시간을 채 못가요. 다 얼어버리죠. 그래서 우리들이 기계에 맞춰서 촬영을 해요. 일반 ENG 카메라인데 사람보다 조금 덜 버티더라고요. 호주에서 경험이 많은 BBC 카메라맨을 만났는데 그분이 뭔가로 덮으려 들지 말고 그냥 오픈한 채로 쓰라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뭔가로 덮으면 눈이 들어가서 녹았다가 얼면서 오히려 더 기계를 망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 말이 맞더군요. 그래서 카메라가 줌인이 안 될 경우에는 우리가 직접 근접 촬영을 하기도 했고요.

정덕현: 오늘 서울 날씨, 어떠세요?

김진만: 솔직히 춥습니다.(웃음) 마음가짐 때문이겠죠. 그곳에서는 만약 내일 촬영하러 떠난다하면 그 전날부터 걱정이 되어서 마음이 콩닥콩닥 뛰거든요. 다짐을 단단히 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총 24가지의 옷들을 찬찬히 다 챙겨요. 그런데 한국은 무방비 상태로 나오니까 너무 추운 거예요.(웃음)



정석희: 일단 방한복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졌기 때문 아닐까요?

김진만: 그렇죠. 그 말씀도 맞아요. 당시 극지 전문용 옷을 입었거든요. 상의만 6개 정도 입는데 그 사이사이에 핫 팩도 막 넣어서 입어요.(웃음) 그런데 문제가 뭐냐 하면 잘 걷지를 못한다는 거죠. 서식지에 방해가 될까봐 차를 약 1.5Km 떨어져 있는 위치에 세우게 되는데요. 그리고 호주기지 대원들은 저희를 감시하는 차원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이동할 때 전혀 도움을 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촬영팀 셋이 그 불편한 몸가짐으로 약 1.5Km 떨어져 있는 서식지까지 100Kg정도 나가는 장비들을 들고 움직여야 했어요. 그때는 정말이지 촬영이고 뭐고, 정말 힘들더라고요.(웃음)

정석희: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왜 얼음집을 만드느냐 하는 장면이 나왔죠.

김진만: 훈련을 너무 심하게 시키니까요. 사실 저희는 절대로 무리는 안할 사람들이거든요. 겁도 많아서 혹한에는 절대로 밖에 나갈 일이 없어요. 그러나 그 사람들은 촬영을 하다보면 갑자기 블리저드를 만날 수 있다는 거죠. 일기예보라고 해서 다 믿어서도 안 된대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블리저드가 불어 닥친 상황에서 24시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대요. 왜 24시간이냐 하면 어차피 그 시간 밖에 못 산다는 거예요. 그 시간 안에 구조가 이루어져야 하고요. 그런 이유로 우리한테 비닐 백 하나를 던져 주면서 자라는 거예요. 바람이 불지 않는 장소를 찾아서 땅을 파고 자리를 잡아 그곳에서 비닐을 덮고 자는 거죠. 그거 말고도 서바이벌, 필드 등 네 가지 정도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촬영을 허가해주더군요.

정덕현: 밖에서 많이 자 보셨어요? 가장 힘든 건 뭐였어요?

김진만: 네 많이 자봤지요. 그런데 예상 밖의 문제는 언어소통이었어요. 제가 호주 영어가 좀 약하거든요. 저희 조연출이 플로리다에서 공부를 했고 ENG 카메라도 어느 정도 다루고 해서 20명 오디션을 봐서 뽑은 최고의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분도 호주 쪽 영어를 못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언어소통에 큰 문제가 있었죠.(웃음) 우리가 일단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오케이를 해버리니까, 그들이 도와주겠냐는 물음에도 무조건 오케이를 한 통에 자꾸 부엌일과 주방보조일등 허드렛일을 하게 되니까 나중에는 주부습진에도 걸리더라고요.
(김진만PD와의 대담은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그림: 정주연 기자
사진: 전성환 기자, 김진만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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