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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예능판 흔드는 유재석과 김태호에게 남은 과제
기사입력 :[ 2019-07-29 12:57 ]


유재석에 의한, 유재석을 위한 새로운 실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가 새롭게 내놓은 <놀면 뭐하니?>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진 예능이다. 우선 토요일 저녁 시간에 유재석이 돌아왔다. <무한도전>이후 토요일 저녁시간을 비워둔 유재석의 새 주말 예능인데, 무려 1년 4개월 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함께한다. 단짝과 함께하는 유재석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만큼이나 예능의 역사와 개념과 제작방식을 바꾼 바 있는 김태호 PD가 가져온 다음 예능은 무엇일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오늘날 예능의 정의를 갈아치운 <무한도전>의 거대하고 탄탄한 팬덤을 형성한 주역의 만남인 만큼, <무한도전>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다음 세대 예능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한 부담이자 최고의 마케팅 요소다. 유튜브와 프리뷰를 통해 미리 공개된 내용과 기자 간담회에 나선 김태호 PD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보면 <놀면 뭐하니?>는 1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예능, 그리고 관찰예능 이외(이후)의 예능에 대한 갈증과 고민을 담고 있는 실험이기도 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놀면 뭐하니?>의 평가는 이번 유벤투스전 호날두 사태와 같이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결론으로 도출되지 않았다. 유튜브와 프리뷰 방송을 통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비해 시청률은 평이했으며, ‘역시’나 ‘기다린 보람’ 과 같은 반응 대신 <무도>의 후반기처럼 방송이 끝나자마자 재미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유재석이기에 기댈 수 있는 재미가 분명 있었지만 워낙에 기대가 큰 탓이다.



우선 새 얼굴을 원한 것에 비해 너무 익숙한 ‘선수’들이 등판했다. 그리고 제작진이 유재석에게 카메라를 건넨 다음 촬영 단계에서 아예 빠지고, 모든 콘텐츠를 누가 출연할지도 모를 출연자에게 일임한다는 무정형의 콘셉트도 지금 시점에서는 애매하다. 관찰이란 단어가 이름에만 들어갔을 뿐, 큰 틀의 흐름과 에피소드를 상호협의 하에 미리 만들고 촬영하는 관찰예능을 넘어선 기획임은 확실하지만 카메라와 상황을 주체 모두가 출연자에게 일임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대세인 1인 인터넷 미디어와 만난다. 지상파 예능 차원에서는 엄청난 시도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익숙한 시청 방식이다.

대신, 1회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형식이나 설정보다 유재석이 ‘유느님’ 캐릭터에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혹은 변화를 해야 한다고 받아들인 첫 발걸음이란 점이다. 물론 그 전에도 변화를 모색한 적은 있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에너지로 방송을 하던 강호동이 갱년기에 걸리고, 호통 개그의 창시자 이경규가 낚시터에서 동생들에게 치일 때, 유재석은 한결같이 열심히 노력해서 웃음을 쟁취하는 예능관을 추구해왔다.

리얼버라이어티든, 토크쇼든 뭐든, 메인MC가 중앙에서 마에스트로 역할을 하고 샌드백 캐릭터가 존재하는 MC시대의 예능 방식을 고수하면서 대세인 관찰형 예능과는 거리를 뒀다. 오늘날, 극단적인 스튜디오 MC로 방향을 잡은 신동엽, 김구라 이외에 톱 레벨 MC 중 이런 마인드를 갖고 활동하는 인물은 현재 유재석이 유일하다. 덕분에 ‘유느님’의 캐릭터를 갖게 됐지만, 오늘날 예능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정서적 교감은 옅어졌다.



그런데 방송촬영과 일상의 경계를 허문 <놀면 뭐하니?>에서는 그간 유재석이 언급되길 꺼려한 대표적 이슈인 가족이나 일상 이야기가 대폭 늘었다. 특히 아들 이야기에 반응하는 유재석의 모습을 세심하게 조명한다. 또, 동료들 앞에서 막막해한다거나, 지금 망해서 촬영할 때 카메라 30대에서 2대로 줄었다거나 ASMR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등 자조적인 농담도 하기 시작했다. 김태호 PD도 그간 봤던 ‘유느님’과 달리 거친 언사도 하고, 행동도 한결 더 편안하게 하는 유재석을 만날 수 있음을 어필한 바 있다.

<무한도전> 이후 유재석은 출연자의 인간적인 매력, 친근감이 느껴지는 자연스런 콘텐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감대와 같은 정서적 매개와 일정한 보폭을 두고 걸어왔다. 개인적인 일상을 꺼내어 캐릭터를 만드는 요즘 예능과 선을 긋고 기술적이고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을 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 간 패러다임의 변화를 좌우할만한 위치에서 활약하지 못했다.



<놀면 뭐하니?>를 보고 많은 시청자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능의 역사를 바꾼 유재석과 김태호P D인 만큼 지난날들과 달리 일종의 확실한 ‘폭발’을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지켜보니 모든 것을 열어놓고 가다보니 방송이 어떻게 될지조차 불분명하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불이 붙었다고 환호하긴 애매하다. 하지만 유재석이 직접 선택한 김태호 PD와 함께하는 만큼, 이 기획은 유일한 고정 출연자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놀면 뭐하니?>는 관찰예능, 유튜브 이런 형식의 실험보다 중요한 핵심이 ‘유느님’ 캐릭터를 흔들고, 유재석에게 일상과 삶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입힐 수 있을까라는 데 있다. 예능은 캐릭터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유재석이 가장 정체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기 때문이다. 김태호 PD와 함께라면 유재석은 과연 넘어보지 못한 국민MC의 다음 버전을 찾을 수 있을까. 판을 다시 한번 리드를 할 것인가 아니면 적응의 좌충우돌기가 펼쳐질 것인가. 녹록치 않은 과제를 다시금 손잡은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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