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 팔아 장사하는 이대 백반집. 이래도 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특집으로 한 ‘재점검’은 일종의 ‘보너스’ 성격이 아니었을까. 이를테면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 같은 경우, 진짜로 지금도 잘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러 왔지만 사실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사장님의 면면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백종원은 그래서 홍탁집 사장님의 건강까지 걱정했고, 헬스클럽을 끊어서 인증샷을 보내라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게다가 백종원은 이번 재점검을 통해 여름 장사를 위한 솔루션을 추가해주기도 했다. 닭곰탕이 아무래도 여름에는 더워서 찾는 분들이 줄었다는 홍탁집에 백종원은 여름 메뉴로 초계탕 레시피를 전수해줬다. 시청자들도 개과천선해 열심히 살아가는 홍탁집 사장님을 응원하는 터라, 백종원의 새 레시피 전수가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있었다.



또 백종원은 성내동 분식집에도 신 메뉴인 비빔국수 레시피를 알려줬다. 비빔국수를 먹어 본 김성주와 정인선은 그 맛에 감탄했다. 백종원은 “내가 불편하면 손님들이 좋아한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분식집 사장님은 지금까지도 열심히 해왔지만 재점검을 통해 초심을 다잡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대 백반집을 찾아가는 백종원과 김성주, 정인선의 마음은 무거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SNS 상으로 올라온 이대 백반집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음식이 짜다거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악평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백종원은 1년 반 동안 6번 정도의 점검을 했다며 그 참담한 결과를 알려줬다. 양이 들쑥날쑥하고 소스가 줄었고 대량으로 조리한 후 퍼주고 있다는 등의 보고서 내용은 모두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대 백반집의 맛을 점검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찾은 요원(?)들은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두부찌개가 “너무 맵다”는 이야기를 하자 사장은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해명을 늘어놓았다. “백대표 음식 많이 안 먹어봤지? 백대표 음식이 맛이 다 강하다. 다 약간 맵고 짜고 달다. 지금은 원래 알려준 것보다 더 맛있어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거짓말까지 했다. 새로운 레시피로 추가된 김치찌개와 백숙이 “백종원이 자문해줘서 개발한 것”이라고 했고, 모든 레시피가 백종원이 가르쳐준 것이라 다르게 하면 “금방 전화 온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이미 초심과 멀어져 애초의 맛을 내지 못하는 음식들을 내놓고 있었지만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계속 팔아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받는 이유가 된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방터 시장 같은 경우는 아예 없던 상권이 살아나기도 하지 않았던가. 백종원의 공도 크고 방송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종의 혜택을 받는 입장이라면 애초 왜 그들이 그런 수혜를 입을 수 있었던가를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그 대의를 위해서라도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대 백반집은 초심을 버리고도 심지어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팔아 장사를 하고 있었다. 백종원으로서는 참담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것은 시청자들도 허탈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음 주 예고편에 슬쩍 들어가 있는 “저도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는 백종원의 목소리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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