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드라마 편수 줄이기는 생존을 위해 필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매일 밤 지상파 3사가 드라마를 쏟아내지만 사실상 주목해서 볼만한 드라마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요즘의 현실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주중드라마의 면면만 봐도 이런 사정은 단박에 드러난다. 최근 월화수목을 통틀어 그래도 선전한 드라마는 MBC <검법남녀2> 정도다. 잘 만들어진 시즌제 드라마로 10%(닐슨 코리아)에 가까운 시청률과 화제성을 내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검법남녀2>를 빼놓고 보면 이렇다 할 지상파 드라마가 잘 보이지 않는다. KBS <퍼퓸>은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고, 수목에 포진된 MBC <신입사관 구해령>, KBS <저스티스>, SBS <닥터탐정> 모두 6.9%, 5.3%, 4.3%로 저조한 성적들이다. 물론 한 편 한 편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만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하루에도 다섯 편 정도의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고 동시간대에 경쟁하는 상황 속에서 이런 정도의 ‘볼만함’으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

한때 지상파 드라마들의 자존심처럼 여겨졌던 수목드라마를 보면 현재 지상파 드라마가 갖고 있는 질적인 한계를 실감하게 한다. <신입사관 구해령>은 로맨스 사극으로 조선시대 궁궐을 배경으로 사관과 세자 간의 달달한 멜로를 담고 있지만 그 이상의 메시지를 찾기가 어렵다. <닥터탐정>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만들었던 PD의 연출작이라는 관전 포인트가 기대감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산업현장과 의학드라마를 엮어놓은 퓨전의 묘미가 있지만 생각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저스티스>는 동명의 웹툰 원작으로 기대가 높았지만 어딘지 익숙한 장르물의 틀을 벗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여름 시즌이 워낙 비수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완성도가 높거나 밀도가 높은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이 어떻게든 찾아본다. 금토에 포진되어 있으면서도 SBS <의사요한> 같은 드라마가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건 그래서다.

최근 들어 지상파 3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월화극에서 발을 빼고 있다. MBC는 일찌감치 월화극의 잠정 폐지를 선언했고, 이에 따라 <웰컴2라이프> 이후에는 편성이 잡지 않고 있다. SBS는 여름 시즌에 월화드라마 대신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여름 비수기라도 피해가겠다는 전략이다. KBS 역시 오는 9월 방송을 시작하는 <조선로코-녹두전> 이후 편성을 비워뒀다. 재정비를 위한 잠정 휴식을 선언한 것이지만 최근 KBS가 만성 적자에 휘청하면서 내린 자구책으로 보인다.

사실 현재 우리네 드라마는 그 양이 너무 많다. 지상파 3사가 월화수목금토에 드라마를 쏟아내고 있고 여기에 tvN과 JTBC 그리고 OCN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채널A, TV조선, MBN 같은 종편 채널에서도 드라마 편성 비중을 높이고 있다. 거의 양적인 폭발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만한 드라마는 몇 편 안되는 그런 상황이다. 결국은 방송사들 간의 치열한 출혈경쟁이 오가는 것이고, 외주 드라마 제작사들 간의 경쟁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어떨까. 이제 본방 사수하는 시청자들은 점점 빠져나가고 있다. 선택적 시청을 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질수록 이렇게 일주일 내내 시간대별로 드라마를 편성해 경쟁하는 체제는 그다지 쓸모없는 일이 되고 만다. 드라마처럼 투자 규모가 큰 장르의 경우 이런 출혈경쟁은 자칫 방송사의 체질마저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양보다는 질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 편을 관성적으로 쏟아내기보다는 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한 편을 내보내더라도 제대로 된 경쟁력과 완성도를 보여줄 때 시청자들은 ‘선택적으로’ 찾아보는 시대라는 것. 우리는 드라마가 너무 많다. 줄이면서 대신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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