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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파를 단순히 예쁘게만 생긴 스쿠터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기사입력 :[ 2019-08-05 13:12 ]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출생지에 따른 모터사이클 브랜드 특성 (2) 이탈리아

[최홍준의 모토톡] 이탈리아 모터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디자인이다. 엔지니어와 타협하지 않을 것 같은 미를 추구하는 그들의 디자인은 오랜 시간 인정받아왔다. 이탈리아 브랜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도 많다. 비싸고 고장이 잘나며 수리하는데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도 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부정적 인식들이 사실인 경우도 많았다. 가격은 수입품이다보니 당연히 현지가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고, 부품 수급은 거리가 멀어서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았다. 타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한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제대로된 수입사나 취급점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고장이 나도 그 원인을 몰랐으며 제대로된 부품 주문 체계도 없었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이탈리아 브랜드의 정식 수입사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이탈리아 브랜드는 스쿠터에서는 베스파, 모터사이클에서는 두카티가 있다.

이탈리아 역시 1차 대전을 전후로 엄청나게 많은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난립했었다.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많은 곳들이 도산을 하거나 전쟁 관련 물자를 만드는 것으로 전향했다. 전쟁이 끝난 후 연합군의 제한 조치 때문에 높은 배기량의 엔진을 만들지 못하게 되자 이들이 집중한 것이 바로 모터사이클이었다. 전쟁 전후로 개인 이동 수단이 필요해지자 군수물자를 만들다가 남은 것들로 만든 것이 바로 베스파이다. 스쿠터의 가장 오래된 이름이자 클래식 스쿠터의 상징 같은 베스파가 바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쿠터이며 디자인이다.



◆ 피아지오그룹

피아지오 역시 스쿠터로 시작한 브랜드이다. 첫 시작은 작은 기계부터였지만 대형 수송기까지 만들던 브랜드였다. 비행기를 만들던 브랜드가 전쟁 이후 비행기를 못 만들게 되자 만들어낸 것이 바로 스쿠터. 당연히 높은 품질과 뛰어난 성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피아지오 스쿠터의 유럽내 점유율은 상당하다. 그 피아지오가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스쿠터가 바로 베스파이다.

현재는 피아지오의 이름으로 비버리350이나 메들리125 같은 프리미엄 스쿠터를 생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거나 인기를 끌고 있지는 않지만 유럽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스쿠터가 바로 피아지오에서 만들어낸 스쿠터들이다.

스카라베오 시리즈도 서브 브랜드로 큰 인기가 있었다. 50부터 90, 110, 125, 250, 500cc 등 다양하게 출시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 그 자리는 베스파가 채우고 있다.

독립 브랜드로 베스파가 있으며 아프릴리아, 모토구찌 등을 휘하에 두고 있다. 질레라, 데르비 등의 브랜드도 갖고 있지만 그 활동은 미미하다.



◆ 베스파

피아지오의 대표적인 스쿠터 모델인 베스파. 베스파는 이탈리아어로 꿀벌이라는 뜻이다. 엉덩이 부분이 볼록해서 위에서 봤을 때 꿀벌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면서 이름을 날렸으며 미려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 수많은 애호가가 있다. 국내에서도 LX125를 비롯해서 300cc인 GTS300 시리즈는 300클래스 스쿠터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베스파를 단순히 예쁘게만 생긴 스쿠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달리기 성능도 굉장히 뛰어나다. 피아지오 스쿠터들의 특징이기도 한 활기차게 도는 엔진에서 나오는 경쾌한 출력이 있다. 다시 시트고가 높은 편이며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이여서 초보들이나 여성들이 처음 타기에는 보기만큼 만만하지 않다. 스쿠터시장에만 만족하지 않고 각종 레이스도 활발히 참여했다. 아프리카 사막 랠리 경기에도 출전하는 등 도심 커뮤터로의 활용을 벗어나 스쿠터라는, 베스파라는 한계를 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브랜드다.



◆ 아프릴리아

1945년 시작된 아프릴리아는 125, 250cc 레이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이름을 알렸다. 1995년 2스트로크 125cc 레이스에서 연승을 거두며 점차 배기량을 올려 갔다. 현재 모토GP의 레전드급 선수들 모두 아프릴리아를 거쳐갔을 정도로 레이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브랜드였다. 이후 리터급 바이크들을 만들어 모토GP나 월드 슈퍼바이크 레이스 등에서도 맹활약했다. 그러나 양산형 바이크들은 크게 성공을 거둔 모델은 많지 않다. 연료탱크 대신에 트렁크를 넣은 마나750이나, 슈퍼모터드 콘셉트의 하이퍼 내이키드 도르소두로 같은 모델이 2000년대 이후에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양산형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다. 그럼에도 다른 브랜드의 OEM 생산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자체 개발 모델의 판매가 저조해도 레이스에 큰 돈을 쓸만큼 여유가 있는 브랜드이다.

역시 디자인에도 일가견이 있어 남들이 하지 않는 독특한 디자인을 하기로 유명하다. 아프릴리아 디자인의 결정체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RS시리즈였다. 2004년에 피아지오 그룹에 인수됐다.



◆ 모토구찌

1921년부터 모터사이클 만들어오던 모토구찌 역시 레이스에서 잔뼈가 굵은 브랜드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바이크를 만들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엔진 구성과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유선형의 디자인이 세로배치 V트윈 엔진과 맞물려 색다른 디자인을 보여준다. 모토구찌의 베스트셀러는 스탠다드 타입의 네이키드인 V7 시리즈이다. 기본에 충실하지만 자신들만의 디자인감각을 한껏 담아놓았다. 국내에서는 가격 포지션의 아쉬움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브랜드이다. 역시 2004년에 피아지오 그룹으로 인수됐다.



◆ 두카티

1926년, 라디오 같은 전자제품을 만들며 시작된 두카티는 전후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탈바꿈하면서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역시 그 베이스는 레이스였다. L트윈 엔진을 고집하면서 레드존이 없는 데스모드로믹 밸브 개폐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4기통 엔진을 뛰어넘는 출력과 민첩한 운동성능으로 슈퍼 바이크레이스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두카티 디자인은 예전부터 정평이 나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바이크라고 칭송받는 916시리즈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멋진 클래식 바이크로 인정받고 있는 네오 클래식 GT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현재는 V4 엔진을 장착한 파니갈레 V4로 4기통 V형 엔진의 시대를 열고 있으며 서브 브랜드인 스크램블러 시리즈나 리뉴얼된 하이퍼모타드 시리즈로 다시 한 번 두카티의 디자인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렇다고 두카티가 디자인만 좋은 브랜드는 아니다. 뛰어난 달리기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 디자인이 더 돋보였던 것이다. 여전히 레이스에서 맹활약 중이며 세계 레이스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 MV아구스타

1945년부터 비행기를 만들면서 시작된 MV아구스타의 역사. 현재는 비행기 분야와 완전히 독립했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레이스에서 활약해 왔다. 한때 MV아구스타 그룹으로 두카티를 비롯해서 질레라 같은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었지만 럭셔리 정책으로 인해 여러 차례 경영 위기가 있었다. 펀드 회사를 비롯해서 할리데이비슨으로도 소유권이 넘어간 적도 있다. 그것은 그들의 자부심이 만들어낸 오판이었다. 세계 최고의 4기통 엔진을 만들겠다는 집념과 가장 아름다운 모터사이클이라는 타이틀을 위해 한 노력들이 물론 인정은 받았지만 경영악화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MV아구스타 F4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만든 최초의 인라인 4기통 엔진에 미려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대중적인 브랜드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이기도 하다. 모터사이클계의 럭셔리를 자체하고 있으며 하나를 만들더라도 최상의 파츠만을 고집한다.

최근에는 세리에 오로 시리즈로 다시금 전성기 시절의 디자인을 다시 뽑아내며 가장 아름다운 모터사이클을 만들어내는 브랜드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모터사이클의 가장 특징은 바로 디자인이다.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고 조형미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듯이 이탈리아 모터사이클은 하나같이 고유한 미적감각이 숨어있다. 기능이나 사용상의 편의성을 줄여서 라도 아름답게 구현하는데 있어서는 세계 최고이다.

이탈리아 명품이 정말 기능성이 뛰어나서 명품일까, 물론 품질도 좋지만, 이탈리아 디자인이기 때문인 것도 크다. 많은 이탈리아 모터사이클 유저들의 선택의 이유도 이것이었다. 그만큼 충분한 만족을 느끼고 값을 지불할 만 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상대적인 것이다. 오히려 더 내구성 좋고 무난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테니말이다. 디자인에 대한 선택은 호불호가 강한 부분이고 이 모든 것들을 인정하는 이들에게 이탈리아 모터사이클만큼 만족스럽고 아름다운 기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탈리아 브랜드의 시작과 성장과정을 보면 항상 레이스가 존재했다.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 레이스였고 모두 거기에서 큰 성과를 얻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레이스에 집중한 나머지 양산형 바이크에 소홀한 브랜드도 있었다. 모든 모터스포츠 관련 업체가 그렇듯이 자신들이 주목받는 가장 쉽지만 어려운 방법이 바로 레이스이다. 이탈리아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 그리고 레이스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열정이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최홍준 칼럼니스트 : 모터사이클 전문지 <모터바이크>,<스쿠터앤스타일>에서 수석기자를 지내는 등 14년간 라디오 방송, 라이딩 교육, 컨설팅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더 모토> 편집장으로 있지만 여전히 바이크를 타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아주 가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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