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 11회 동안 테러 배후도 못 찾아낸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폭염, 열대야에 그나마 시원한 사이다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가 담고 있는 퍽퍽한 고구마에 목이 턱턱 막혔을 지도 모르겠다. 벌써 11회가 지났고 이제 종영까지 단 5회분이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첫 회에 파격적으로 국회의사당이 폭탄 테러를 당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보여줬지만, 11회가 지나도록 테러의 배후조차 찾지 못한 이야기는 너무 지지부진한 게 아닐까.

11회에서는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인해 얼떨결에 60일 간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박무진(지진희)이 총격 테러에 의해 쓰러져 그 자리를 오영석(이준현) 국방장관이 또 다시 대행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이미 이 테러의 배후가 오영석 의원과 그와 함께 하는 배후 세력이라는 게 드러났지만, 드라마 속 박무진을 위시한 청와대 비서진과 참모들은 그 낌새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오영석 의원을 의심하고 그 배후를 뒤쫓고 있는 인물이 국정원 대테러 분석관 한나경(강한나) 요원이지만, 그 역시 국정원에 의해 총격 사건을 일으킨 공범으로 몰려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유일한 희망은 박무진의 경호처 수행 비서관인 강대한(공정환)과 한나경 요원을 돕던 서지원(전성우) 요원. 하지만 이들이 치밀한 계획 하에 오영석 의원을 권한대행으로 세우는 그 배후 세력들과 대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국정원장도 그 배후세력과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 아닌가.

배후세력은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공개되어 있지만, 정작 이들과 대적해 싸워야할 드라마 속 인물들은 그 배후가 누구인지조차 파악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11회 한 회 동안 주인공인 박무진은 쓰러져 병실과 수술대 위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누워 있었고, 대신 그 빈자리를 오영석이 채워나갔다.

이른바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하는 ‘눌러주기’는 그 후에 이어질 반전의 쾌감을 높이기 위한 설정이다. 그래서 고구마 설정이 어느 정도 들어간 연후에 사이다 반전이 일어나게 되는 것. 하지만 <60일, 지정생존자>는 끝없이 박무진은 물론이고 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한나경 요원이 번번이 무너지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 아무리 눌러주기라고 하지만 매 회 작은 성공담 하나 정도라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시청자들로서는 너무 답답한 전개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악역이지만 오영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비호감이 커져가는 것도 이런 전개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건 작품이 의도한 일이긴 하지만 오영석을 보는 것 자체가 힘겹다는 시청자들의 토로는 이 드라마가 가진 답답함과 갑갑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게 만든다. 한나경이란 캐릭터가 너무 무력하다는 이야기도 이런 지지부진한 이야기 전개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런 고구마 전개는 일종의 막장드라마가 보여주는 ‘뒷목 잡는’ 설정의 반복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결국 막장드라마는 시종일관 뒷목 잡게 하다가 끝날 때쯤 반짝 권선징악의 결말로 정리해내는 전개가 대부분이다. 과연 <60일, 지정생존자>는 이런 뒷목 잡는 설정을 언제까지 이어가게 될까. 무더위에 지쳐 그나마 뭔가 시원함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그 지지부진함에 더 지칠 법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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