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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트론을 보면 아우디 디자인의 미래가 보인다
기사입력 :[ 2019-08-08 09:45 ]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라니, 아우디답다

[아우디를 아우디답게 하는 것들] 지난 회에서 아우디 선의 변화를 다뤘다. 그 출발점은 프롤로그 콘셉트카였다. 새로운 디자이너의 새로운 포부. 프롤로그 콘셉트카는 이후 아우디 모델들에 조금씩 스며들었다. 유려한 곡선에 조각도로 파낸 선이 스며들었다. 화려한 무늬는 아니지만 어떤 무늬보다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우디는 그동안 변화가 적었다. 적어서 자기 색깔을 또렷하게 유지했다. 그 상황에서 작은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아우디가 받아들인 단호한 직선은, 그래서 어떤 치장보다 화려해 보였다. 프롤로그 콘셉트카에서 아우디의 선은 진화했다.



이후 아우디 모델은 직선의 날카로움을 반영했다. 부드러운 차체를 직선으로 재가공해 시각적 강도를 높였다. 이전 아우디는 잘 연마한 쇠공처럼 부드러웠다. 이후 아우디는 쇠공에 면을 절삭해 가공한 느낌을 줬다. 둘 다 매끈해 보이는 건 같다. 하지만 인상은 확연히 달라졌다. 우아함과 역동성의 차이랄까. 매끈한 질감이 각기 다른 성질을 표현한다. 변화를 택한 아우디는 정적인 유려함에서 동적인 활력에 집중했다. 그 변화는 날카롭게 벼린 직선에서 뻗어나가 완성된다. 직선은 하나의 선으로 기능하면서 결국 전체 형상의 인상을 바꿨다.



프롤로그 콘셉트카 이후 아우디 모델은 조금씩 선을 가다듬었다. 부분 변경 모델에선 조금, 세대 바뀐 모델에선 대폭. 차종 가릴 거 없다. 선보인 순서대로 날카로워졌으니까. 공통적 변화는 이렇다. 싱글 프레임 그릴은 좌우로 뾰족하게 늘어났다. 외곽선은 두텁게 매만져 각진 그릴을 강조했다. 헤드램프 역시 각을 세웠다. 그 안의 LED 형상은 각을 더욱 분명하게 강조했다. 하단 공기흡입구는 쐐기형태로 더욱 커졌다. 그 결과 인상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새침한 아우디가 매서운 아우디로 변했달까. 더불어 이런 변화는 수평을 강조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좌우로 날카롭게 늘어난 형태. 싱글 프레임을 수평으로 가르는 여러 개 선은 그 느낌을 배가한다. 언제나 자동차는 낮고 넓은 형태를 통해 역동성을 표현하잖나. 아우디는 직선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직선에서 발현된 인상을 형태로도 확장했다. 아우디가 프롤로그 콘셉트카 이후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까진 현재다. 그 다음은 뭘까? 아우디 디자인의 또 다른 방향성은 전기차에서 찾을 수 있다. 각 브랜드가 선보이는 전기차는 미래를 가늠하게 하잖나. 특히 디자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상을 드러낸다. 전기모터라는 낯선 심장을 품은 다음 세대 자동차를 표현하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아우디는 e-트론으로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대중적 선호도가 높은 중형 SUV 형태에 미래 아우디 디자인 성향을 담는다. e-트론을 보면 이후 아우디가 보인다.



e-트론의 디자인은 익숙한 편이다. 기존 아우디 디자인에 비해 극적으로 변하진 않았다. 누가 봐도 아우디가 연상되는 기본적인 특징이 담겼다. 당연한 일이다. 전기차 시대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할 테니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적은 건 맞다. 싱글 프레임 그릴 테두리를 각기 다른 두께로 강조해 더 시선을 끈다는 정도? 사이드미러 대신 앙증맞은 카메라를 달아 미래적 요소를 첨가했다는 정도? 보다 친숙하게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이어나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 정도로 아우디가 만족할까? 디자인의 아우디로 군림한 아우디가 제시하는 미래로선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다. 그럴 땐 더욱 자세히 바라봐야 한다. 전체가 아닌 부분에서 발현하는 새로운 특징이랄까. 있다. e-트론에는 구석구석 가로선이 도드라진다. 나란히, 혹은 겹겹이 쌓아올린 가로선. 이 요소가 e-트론을 다시 보게 한다. 전체가 아닌 부분에서, 그 부분이 확장해 다시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요소다.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아우디 디자인의 핵심이랄까. 전체에 흐르는 직선의 날카로움과 이어지면서도 독립적으로 기능한다.

우선 싱글 프레임 그릴에 얇은 가로선이 촘촘하다. 굵고 적은 세로선과 대비된다. 수평으로 그은 선은 넓고 낮게 보이는 데 일조한다. 그릴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가로선은 헤드램프에서 두텁게 빛난다. 아래는 짧고 위로 갈수록 길어지는 짧은 가로선이 쌓였다. 디지털 눈금처럼 점점 증폭하는 형태랄까. 이런 그래픽은 리어램프에서도 반복된다. 그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 기능하면서,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 그래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오디오 음량을 디지털로 표시한 이퀄라이저가 떠오른다. 짧은 가로막대가 쌓인 형태 있잖나.



아우디의 의도다. 전기차는 조용하다. 그러면서 내연기관 못지않게 역동적이다. 상반된 성질을 디자인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아우디 디자이너는 고민했다. 조용하다는 청각적 특성과 역동적이라는 시각적 특성 사이에서 접점을 찾은 셈이다. 그 결과가 디지털 음량을 표시한 듯한 디자인 요소로 나타났다.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을 여는 e-트론의 특성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셈이다.



램프류 그래픽이 아니더라도 가로선은 여럿 보인다. 특히 가로선은 차체 하단에 몰려 있다. 휠에 네 가닥 가로선을 새기고, 측면 하단 가니시도 가로선을 강조한다. 후면 디퓨저 또한 양쪽으로 가로선을 세 가닥 새겼다. 하단에 수평으로 그은 선은 낮은 무게 중심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 또한 전기차의 특성을 디자인으로 구현한 셈이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해 무게 중심이 낮잖나. 그러고 보면 e-트론은 가로선을 다채롭게 활용해 전기차의 특성을 보여준다. 단지 멋있는 디자인이 아닌 전기차라는 기능적인 면을 디자인으로 치환했달까.



e-트론은 앞으로 나올 아우디 전기차 라인업의 기본이다. 디자인 콘셉트를 새로 제시할 모델로 적합하다. 이후 아우디 디자인의 방향성을 시사한다.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라니. 낮은 무게 중심을 디자인으로 설명하다니. 자동차에 이런 디자인을 선보인 브랜드가 있었나? 얼마나 대중에게 명확하게 전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아우디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e-트론을 전기차답게 표현한다. 알고 보니 많은 게 달라졌다. ‘디자인의 아우디’다운 참신한 시도 아닌가.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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