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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전투’ 솔직해지자, 굳이 반일감정 억누를 필요 있나
기사입력 :[ 2019-08-08 16:47 ]


‘봉오동전투’, 유해진이 외치는 독립에는 남다른 울림이 있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영화 <봉오동전투>에 대해 주인공 유해진은 “반일감정보다 영화의 힘으로 굴러가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그렇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1920년 만주 봉오동에서 독립군 부대가 일본군을 대패시킨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걸 담는 방식에서 마치 <삼국지>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전략과 전술이 등장하고, 이를 구현해내는 액션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오동전투>는 만일 일제라는 부분을 떼놓고 보면 하나의 액션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게다. 일단 주인공 3인방이 액션영화에 등장하는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다. 황해철(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총으로 공격하는 적진에 들어가 일본군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는 영웅이고,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는 빠른 발로 종횡무진 적들을 교란시키는 영웅이며, 해철의 오른팔인 마병구(조우진)는 백발백중의 저격수다.



그러니 이들 3인방의 캐릭터는 그 자체로 <봉오동전투>가 보여줄 액션의 스타일들을 담아낸다. 즉 황해철이 대도를 휘두를 때는 마치 중국 무협영화를 보는 듯 하고, 이장하가 산 속을 달려 나가는 풍경은 추격 액션이 더해진다. 마병구의 저격 장면은 스나이퍼들이 대결하는 총기 액션을 보는 것만 같다.

이처럼 액션이 분명한 <봉오동전투>지만, 이런 3인방의 캐릭터는 그냥 설정된 건 아니다. 그것은 실제 역사에 기록된 <봉오동전투>가 어떻게 화력으로 무장한 일본 정규군을 아군의 손실을 거의 최소화한 채 무너뜨렸는가 하는 대목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봉오동전투는 화력에서도 군대의 수에 있어서도 절대 열세였던 독립군이 봉오동이라는 지형지물을 제대로 이용하는 전력과 전술을 써 대승하게 된 전투다.



그런데 그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방식이 이들 세 캐릭터가 가진 능력과 연관된다. 즉 일본군 주력부대를 항아리처럼 생긴 봉오동이라는 지역으로 유인해내는 것이 이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일이 되고, 그래서 발 빠른 이장하가 적들을 계속 자극하면서 퇴각해 그들을 봉오동으로 끌어 들이며, 그 과정에서 숨어 적을 사살하는 저격수와 결국 맞붙게 됐을 때의 백병전에서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인물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그 특이한 봉오동 주변의 지역을 마치 지도처럼 찍어내 보여주며 그 능선과 협곡을 오르내리며 벌이는 전투 장면들은, 그것이 독립군이 일제에 맞서 거둔 성취라는 걸 빼놓고 봐도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유해진이 “반일감정보다”라고 표현했어도, 지금의 대중들에게 이 감정을 빼놓고 영화를 보기는 어려울 게다. 영화 속에서 독립군들이 외치는 “대한독립만세!”에서 ‘독립’의 의미가 지금 상황과 겹쳐져 ‘경제 독립’으로 들리는 건 그래서다.



유해진의 말처럼 꼭 “반일감정”만으로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거기에는 충분한 액션 서사가 주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밀어 오르는 ‘반일감정’을 억누를 필요도 없을 게다. <봉오동전투>를 통해 보이듯 독립군들의 그런 숭고한 희생들이 있어 지금 대등하게 경제 전쟁을 벌이는 우리가 있는 것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봉오동전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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