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부터 정우성까지 화려한 출연진... 하지만 너무 익숙한 형식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은 출연자들의 면면이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금껏 남성 출연자들 중심으로 이끌어왔던 프로그램에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을 투입했다. 염정아와 윤세아는 JTBC <스카이캐슬>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고 여기에 척 봐도 싹싹하고 귀여운 막내 박소담이 더해졌다. 어딘지 허당기가 엿보이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의 염정아와 다정다감하고 유쾌한 윤세아 그리고 어리지만 의외로 이 시골살이가 더 익숙해 보이는 박소담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이번 <삼시세끼> 산촌편을 떠나기 전 사전 미팅 자리에서 나영석 PD는 이 프로그램의 ‘본래 기획의도’를 강조했다. 그건 이 곳에서 나는 작물들을 직접 수확해 음식을 해먹는다는 그 취지를 이번 편에서는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면 도회적인 방식의 요리나 식사는 잠시 접어두라는 나영석 PD의 은근한 엄포(?)다.



세 명 중 그나마(?) 요리를 하는 염정아가 메인셰프가 되었지만, 이 산골집에서 아궁이도 직접 만들고 솥을 걸어 불을 피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주부9단이라도 허둥대게 만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식재료들을 텃밭에서 직접 가져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솥밥에 콩나물국을 끓여먹으려던 식단은 만들면서 콩나물밥에 이상하게도 매운탕 맛이 나는 된장찌개(혹은 국)로 변신한다.

불 하나 피우는 일이 어렵고, 솥단지를 세워 요리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도 금세 익숙해진다. 염정아는 반나절만에 자신이 마치 그 곳에서 오래 산 사람처럼 밥을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감자를 잔뜩 캐와 부쳐 먹고 삶아먹고, 야채들을 가져와 즉석에서 겉절이를 무쳐 먹는 맛은 비가 촉촉한 산골 풍경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허기(정신적 허기까지)를 돋운다. 저런 곳에서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으로 전날 남은 밥을 볶아 만든 볶음밥을 쌈으로 싸먹는 아침도 식욕을 돋운다. 박소담이 좋아하는 계란국은 속은 뜨듯하게 데워준다. 실로 <삼시세끼>의 본래 취지에 맞는 그림들이 나온다. 모난 인물 하나 없이 모두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끼니를 챙겨먹는 풍경. 하지만 처음 당황했던 상황에서 금세 적응해 너무 척척 잘 맞아 돌아가는 세 사람의 모습은 프로그램으로 보면 다소 심심하게 다가온다.

굳이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삼시세끼>는 지금껏 ‘아무 것도 안하고 세 끼만 챙겨먹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안에 인물들끼리의 툭탁거림이나 투덜댐이 예능적 재미를 부여했던 프로그램이다. 이서진은 계속 투덜댔고, 심지어 이 프로그램은 망했다고 선언했던 인물이고, 유해진과 차승원은 살가우면서도 툭탁대는 부부케미를 보여줬다. 아직 진면목이 드러난 건 아니지만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은 이들과 비교하면 너무 ‘평화로운’ 정경을 보여준다.



그 어딘지 심심함을 나영석 PD가 가만 놔둘 리가 없다. 그래서 슬슬 고기반찬으로 유혹해 감자 한 상자에 1만5천원을 쳐주겠다며 노동을 부추긴다. 이렇게 키워낸 욕망은 향후 장터에서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줄 것이고, 거기서 사온 재료들이 식단 또한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서둘러 정우성 같은 초특급 게스트를 투입한다. 정우성의 등장은 프로그램 초반부의 심심함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놓는다.

<삼시세끼>를 워낙 다양한 버전으로 다양한 인물들과 해왔기 때문인지 나영석 PD는 캐스팅부터 과정까지 능수능란하게 어떤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들여다보면 이번 편에서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이라는 새로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여러 번 반복되어 갖게 된 익숙함과 능숙함은 이 프로그램의 최대 난적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런 자연이 주는 힐링의 시간들을 그간의 <삼시세끼>를 통해 익숙하게 경험해왔다. 그래서 인물은 바뀌었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보여지는 풍경들은 예전만큼의 감흥을 주기가 어렵다. <삼시세끼>는 여전히 재밌다. 하지만 그 반응은 예전만큼 100%의 호평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건 어쩌면 나영석 PD가 지금 처한 가장 큰 난제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이제 베테랑이고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갖고 있지만, 그것이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너무 익숙한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이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재밌지만 앞으로도 계속 더 재밌어지려면 나영석 PD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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