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2라이프’가 평행세계 판타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애초 MBC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는 평행세계라는 판타지가 강조된 드라마처럼 보였다. 본래 ‘이재썅’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가진 자들의 불법적인 범죄까지 변호해주며 율객로펌의 에이스로 활동해온 이재상 변호사(정지훈)가 어느 날 사고를 당하고 깨어보니 전혀 다른 평행세계에 와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설정이니 말이다.

그 평행세계에서 이재상은 검사이고 현실에서는 전 여자친구였던 라시온(임지연) 형사와 결혼한 사이다. 게다가 이들 사이에는 아이까지 있다. 그래서 그 삶은 현실에서 럭셔리한 집과 차를 갖고 살아가던 이재상 변호사의 삶과는 완전히 다르다. 육아를 함께 해야 하고 부동산 대출금을 갚기 위해 수십 년 간 매달 돈을 갚아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재상은 이 평행세계의 삶이 잠시 머물다 다시 현실로 돌아갈 꿈같은 것이라 치부한다. 힘겨워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변호사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 하지만 점점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재상은 이 평행세계의 삶 역시 자신의 선택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다.



<웰컴2라이프>는 검사와 형사, 변호사 게다가 재벌, 정치인 등이 대립구도를 갖는 전형적인 장르물의 소재들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을 꿈꾸는 백금건설 대표 장도식(손병호)은 부동산 재개발로 부와 권력을 누리는 인물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사주하는 이 인물은 라시온과 사건으로 얽혀 있다. 과거 라시온의 이복오빠가 누명을 썼던 보육원 화재사건의 배후에 장도식이 있는 것. 그리고 그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은 다시 현재에 비슷한 형태로 재연된다.

이재상은 착한 검사의 길로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여기며 검사직을 포기하려 하고, 그래서 현실에서의 변호사 시절 모습으로 검사의 일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불법적인 일까지 동원했던 변호사의 그 방식은 그러나 의외로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검사직을 포기하려 했던 마음을 되돌리게 되는 건 아내 라시온을 장도식과 그를 비호하는 율객로펌 강윤기(한상진)가 위협하기 시작하면서다. 이재상은 “우리 와이프는 건들지 말았어야지”하며 변호사 시절 이재썅의 면모를 꺼내 본격적으로 저들과 대적하려 한다.



<웰컴2라이프>의 이야기는 이처럼 현실과 평행세계를 오가는 판타지 그 자체에 맞춰져 있지 않다. 그것보다는 그 두 세계를 겪으며 이재상이라는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며 검사직을 포기하려 하던 이재상이 아내 때문에 마음을 바꿔 장도식 일당과 한바탕 맞붙는 이야기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진짜 판타지가 된다.

세상은 가진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로 나뉘어 가진 자들이 더 잘 되고 못가진 자들은 핍박받는 것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심지어 정의조차 가진 자들의 것이라고 말한다. 가진 자들을 뒤봐주는 변호사와 그들의 부정과 범죄를 캐는 검사라는 직종을 오가며 겪는 이재상의 갈등은 그래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도무지 바뀌지 않는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그럼에도 바꾸려 노력하는 선택을 할 것인가. 비록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