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정원’, 실질적 주인공이 차화연으로 보이는 까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MBC 주말극 <황금정원>은 겉보기에 그 자리에 딱 어울리는 드라마다. 운명이 바뀐 두 명의 여주인공 은동주(한지혜)와 사비나(오지은)가 존재하고 역시나 사비나는 재벌가의 남자 최준기(이태성)를 유혹해서 사로잡는다.

이처럼 <황금정원>은 언뜻 뻔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흥미롭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타래가 방대하고, 또 실태를 조였다 푸는 방법들이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은근히 서스펜스 넘치기 때문이다. 아직 초반이기는 하나 막장극 뜨개질의 화려한 장인급 바느질을 보여주는 것 같은 신공이 돋보인다.

이 시간대의 MBC 주말극 히트작인 <애정만만세>와 <여왕의 꽃>을 쓴 박현주 작가는 전작들보다 한 단계 올라선 필력과 구성능력을 보여준다. 주말극의 특성상 후반부에 어떻게 시들해질지는 모르나, 초반인 현재까지는 매회 흥미로운 떡밥들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황금정원>의 갈등은 여주인공 사이에 뻔한 신경전이 아니다. 제목인 ‘황금정원’ 자체가 이 드라마의 주요 갈등이며, 미스터리의 근원이다. 처음에는 그 뜻이 무엇인지조차 애매했던 ‘황금정원’은 다발성경화증 환우들의 ‘황금정원’ 축제로 밝혀진다.

I&K 회장 진남희(차화연)는 ‘황금정원’ 축제와 다발성경화증 한우들을 위한 열정적인 후원자다. 거기에는 진남희 역시 한때 다발성경화증 환우였다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한편 과거 ‘황금정원’ 축제에서 돌아오던 세 차량 중, 두 차량이 충돌사고를 일으킨다. 그리고 나머지 한 차량의 운전자들이 이 사고를 목격한다.



<황금정원>은 시시한 출생의 비밀 따위가 아닌 이 사고로 비극을 맞이한 인물들의 드라마를 중심으로 삼는다. 어린 시절의 은동주(한지혜)와 사비나(오지은)는 이 현장에 있었고, 사고는 사비나의 모친 신난숙(정영주)에 의해 일어난다. 이 사고 이후 은동주는 고아원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이 뺑소니 사고로 어린 시절의 차필승(이상우)은 의사이자 ‘황금정원’ 노래 작곡가였던 아버지를 잃는다. 또 이 사고의 목격자는 불륜 관계였던 두 남녀 역시 중요하다. 불륜남녀는 바로 진남희 회장의 무능력한 남편 최대성(김유석)과 진남희의 충실한 비서 한수미(조미령)였다. 그리고 이들은 사고 현장에 불륜의 씨앗인 아이를 유기한다.

드라마 <황금정원>은 결국 신난숙이 은폐한 과거의 뺑소니사고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모든 비밀들이 수면 위로 하나둘씩 올라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황금정원>은 영리하게도 이 이야기의 중심에 젊은 남녀 주인공들이 아닌 I&K 진남희를 올려놓는다. 과거 진남희는 다발성경화증 환우였던 남편을 잃은 신난숙을 위로해준 적이 있었다. 또 당시 ‘황금정원’ 뺑소니 사고 현장에는 진남희의 남편과 충실한 비서가 불륜관계로 함께 있었다. 또한 진남희는 거짓된 진실로 위장한 사비나를 며느리로 맞이했다.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진남희와 은동주 사이에도 무언가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



이쯤 되면 <황금정원>의 실질적인 주인공 젊은 네 남녀가 아니라 차화연이 연기하는 진남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실제로 젊은 주인공들의 감정선은 그리 복잡 미묘하지 않고 단순하다. 사비나 쪽은 공포에 떠는 악녀, 은동주는 씩씩한 캔디 스타일. 차필승은 허허, 최준기는 침울 스타일 이게 전부다. 그리고 젊은 배우들은 이 영역 안에서 무난하게 연기하고 적당하게 로맨스를 그려낸다.

반면 진남희는 드라마에서 꽤 지분이 높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하다. 모든 비밀이 터질 때마다 고통의 주인공은 진남희이며, 그녀는 현재 다발성경화증이 재발하기에 이른 상태다. <황금정원>은 모든 비극적 감정과 복잡하고 미묘한 사건의 연결고리는 이 인물에 다 몰아준 듯싶다.



더구나 진남희에게는 한때 자신을 배신했던 남편 최대성과의 미묘하게 멜로적인 장면들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김유석과 차화연이 보여주는 이 멜로 장면은 짧지만 이 드라마의 어떤 장면들보다 흡인력이 있다.

차화연은 도돌이표 지루함의 반복이었던 KBS 주말극 <하나뿐인 내 편>에서도 꽤 인상적인 호연을 보여주었다. 반면 작가가 공들여 쓴 티가 나는 <황금정원>의 진남희는 배우 차화연에게 날개를 달 수 있는 선물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동시에 비슷한 시간대 KBS 주말극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의 전인숙 캐릭터를 연기하는 최명길이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최명길의 연기를 보면 말도 안 되고 재미도 없는데 의미도 없고 욕까지 먹는 캐릭터를 끝까지 솜씨 있게 연기해야 하는 중견 여배우의 결의 같은 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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