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2라이프’의 정체는 판타지? 범죄스릴러? 가족극!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는 그 정체가 애매모호하다. 처음 이 드라마의 시작은 현실에서 평행세계로 넘어오는 판타지였다. 누군가 테러로 자행한 자동차 사고를 겪고 깨어난 이재상(정지훈)이 헤어진 여자친구 라시온(임지연)과 결혼해 살고 있었고, 변호사로 심지어 가진 자들의 범법행위까지 변호하던 삶에서 이젠 그들을 잡아내는 검사가 되어 있었던 것.

평행세계의 판타지 설정은 <웰컴2라이프>라는 드라마가 향후 마치 <인생극장>처럼 선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그런 이야기를 그릴 것이란 예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웰컴2라이프>는 그 예상을 깨고, 평행세계로 들어온 이재상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이재상은 어쩌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검사직을 포기하고 율객로펌에 변호사가 될까 갈등한다. 현실로 못 돌아간다면 지금 이 세계의 삶을 자신의 선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웰컴2라이프>의 이야기는 평행세계로 들어온 이재상이 현실로 돌아가려는 노력에 집중하기보다는 검사로서 맡게 되는 사건들로 채워졌다. 타인의 관심과 동정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심지어 아이들을 학대하고 살해하기도 한 이른바 ‘약지엄마’ 사건은 그래서 또 다른 한 편의 범죄스릴러처럼 보였다. 이른바 ‘뮌하우젠 증후군’을 갖고 있는 약지엄마는 아이와 함께 하는 방송에서 애끓는 모성애를 연기했지만, 이재상이 이끄는 특수본은 해킹을 통해 껐던 카메라를 다시 켬으로써 그것이 모두 가짜라는 걸 만천하에 드러낸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이를 구해내고 약지엄마를 검거하지만, 경찰서에서 탈출해 이재상의 딸을 납치하는 이야기나, 위기의 순간에 딸을 구해내는 대목에서는 액션 스릴러의 한 장면이 연출됐다. 최근 범죄 스릴러가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진 사회적 이슈를 끌어오는 방식도 이 드라마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었다. ‘약지엄마’는 누가 봐도 ‘어금니 아빠’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관심을 얻기 위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의 이야기는 그토록 많은 SNS 상의 엇나간 방송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웰컴2라이프>는 판타지 장르나 범죄 스릴러 장르보다 더 가족극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재상이 점점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고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가는 건 모두 가족 때문이다. 과거 약지엄마가 저질렀던 세경보육원 사건 당시 제대로 조사도 해보지 않고 라시온에게 거짓말을 했던 이재상은 결국 라시온이 다시 받아줌으로써 엇나가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찾아와 기회를 달라며 “너를 배우겠다”고 한 말에 라시온이 그 손을 잡아줬던 것.



검사직을 포기하고 율객로펌으로 갈까를 고민하던 이재상의 발길을 되돌리게 한 것도 가족이었다. 마침 약지엄마에 의해 딸이 납치되고 그래서 모든 걸 제쳐두고 이재상은 딸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게 됐다. 그래서 약지엄마가 검거되고 딸을 구함으로써 범죄 스릴러의 면면이 끝나는 지점에 이재상의 가족이 운동회에 참여해 딸이 그토록 원하던 자전거를 타는 가족극이 전개된다.

<웰컴2라이프>는 이처럼 판타지에서 범죄스릴러로 또 그것이 가족극으로 옮겨가는 정체성이 애매한 드라마다. 그래서 적당한 긴장감과 반전 그리고 따뜻한 가족극의 이야기로 어느 정도 기본은 하는 드라마라고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한 방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다시 그 불분명한 정체성의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장르의 퓨전은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퓨전에서 중요한 건 얼마만큼 유기적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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