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다큐 지향하는 ‘온앤오프’가 새롭지 않게 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5월 초 시작한 tvN 예능 <온앤오프>MBC <나 혼자 산다>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나 혼자 산다>가 다소 소강상태인 요즘, 스타의 일상을 관찰하는 관찰예능 콘텐츠라는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 만한 요소가 다분했다. 관찰예능이 진화의 진화를 거듭해 굵직한 세부 장르만 몇 가지가 되고, 작법도 다큐에서 드라마나 시트콤에 가까운 극화로 발전하고, 리얼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까지 계승한 지금 스타의 일상을 엿보고 공감하는설정은 초창기 관찰예능의 초심을 넘어 순수함까지 느껴져 반갑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익숙한 기획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깊었던 듯하다. 그래서인지 저자극과 담백함부터 강조한다. 1회 프로그램을 소개할 때 원래는 안 기르던 반려동물이 있다거나, 평소 안 하던 요리를 하거나, 생얼이 아닌 메이크업과 착장과 같은 설정은 곤란하다고 했다.

, 단순한 일상 관찰 예능이 아니라 바쁜 일상의 본업(ON) 속에서도 사회적인 나와 거리두기 시간(OFF)을 담는 사적 다큐를 지향한다고 소개한다. 허나, 여기서 말하는 온과 오프가 없는 일상 관찰예능은 지금까지 단 한 편도 없었다. 화려하고 프로페셔널한 면모와 홀로 사는 외로움과 짠내를 교차 전시하는 방식은 당장 지난 주 <나 혼자 산다>에서도 다룬 소재다. 사실상 가장 주요한 볼거리인 연예인의 사는 공간 엿보기는 일상 관찰예능의 기본 장착 옵션이다.

그럼에도 흥미를 가진 지점은 사적 다큐라는 콘셉트에 방점을 둔 초반(3회 이전) 제작법이었다. 기존 관찰예능은 제작진과 카메라를 감추고 실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효과를 줬다면 <온앤오프>는 다큐처럼 촬영 중임을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성시경은 일상공간에서 제작진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카메라와 제작진이 함께하고 있음을 밝히는 일종의 소격효과를 통해 단순한 관찰과 엿보기를 넘어 출연자의 고민과 감정, 일상을 보다 진솔하게 느끼고 교감하며 함께 생각해보는 것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6회째 방송이 된 지금, <온앤오프>는 신선함보다는 <나 혼자 산다>의 압축성장판처럼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 혼자 산다>의 전매특허인 하나의 커뮤니티로 친밀함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9년 만에 음악활동을 재개한 성시경을 축으로 팬덤을 구축한 유튜버이자 전직 기상캐스터 김민아, 옆에 유재석이 없는 조세호, <이태원 클라쓰> 토니 역의, 크리스 라이언과 함께 볼빨간사춘기 안지영, 윤아, 솔라, 김동완, 심은우, 최귀화 등의 게스트들이 일상을 공유한다.

이들은 스튜디오에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지고, 서로를 응원하고 농담을 주고 사이로 발전했다. 4회에서 조세호가 속한 조남지대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김민아가 출연한 것처럼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이벤트도 첫발을 내딛으며 가족적 분위기도 점점 고조되는 중이다. 그리고 방송을 보다보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5년간 해왔던 기상캐스터를 그만두게 되면서 방송인으로 도약의 발돋움을 하는 김민아의 성장과 요가강사와 배우를 병행하며 씩씩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부부의 세계> 심은우, 홀로서기를 하는 안지영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게 된다.

경계하던 이벤트성 볼거리도 대폭 늘어났다. 성시경은 화보 촬영을 했고, 김민아는 퇴사와 소속사 계약이란 변화된 환경을 보여줬다. 구독자수 200만 유튜버로 거듭난 마마무 솔라의 야무진 기획 생활, 전원 라이프를 즐기는 신화의 김동완의 하루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이벤트로 하루를 채운다. 최근 출연한 소녀시대 윤아는 생활공간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배우 최귀화는 친한 연극 후배들과 함께 여행 같은 일상을 선보이는 등 프로그램이 처음 내세웠던 담백함이나 사회적 나와의 거리두기 같은 콘셉트는 무색하다.

토요일 밤 1040분이란 늦은 시간대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느덧 <나 혼자 산다>만 해도 8년째 방송 중이고,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전지적 참견 시점>,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대표적 관찰예능들도 수년 째 여전히 순항 중이다. 그런데 신규 예능 <온앤오프>는 연예인도 결국 사는 모습은 다 똑같은 사람임을 (좋은 집에서) 보여주는 초창기 일상 관찰 예능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 달 여 만에 콘셉트 변화가 감지되는 <온앤오프>는 별다른 고민 없이 캐스팅만 새롭게 내놓은 일상 관찰예능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적 다큐라는 콘셉트의 날을 새우든, 고정체제를 강화하든, 백화점식 진열을 벗어나 지금 이 시점에서 새로운 일상 관찰 예능을 꺼내든 이유를 통감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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