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사단의 5분 콘텐츠는 실험일까 안전판일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삼시네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 <라끼남>, <마포멋쟁이>에 이은 나영석 사단의 4번째 5분 편성 숏폼 프로젝트다. 5분 편성의 시작은 충격적일 만큼 신선했다. 인터넷 콘텐츠의 호흡에 맞는 짧은 콘텐츠를 방영한다는 것도 새로웠고, 그 전에도 방송과 인터넷 콘텐츠의 결합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방송사가 주객을 뒤집어서 유튜브에 본방송격인 풀버전을 올리고 방송에는 예고편 수준의 콘텐츠를 편성 제작한 시도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이와 동시에, 나영석 사단의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는 유튜브와 인터넷 세상에 갓 발을 들인 나영석 PD와 제작진의 좌충우돌 성장서사를 다루면서 짧은 시간에 200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채널로 거듭났다.

젝스키스의 남은 멤버들이 활동 당시에도 해보지 않은 합숙을 하는 <삼시네세끼>의 발화점 또한 <채널 십오야>의 첫 방송에서 구독자 100만 명 돌파 시 내건 달나라 여행 공약이었다. 계산한 것이든 아니든 무려 우리나라 최고의 방송 콘텐츠 창작집단이 유튜브 방송을 어색해하는 이색적인 모습에서 시작해 동네의 사이즈를 전혀 모르고 내뱉은 한마디에 대중은 흥미를 느끼고 기꺼이 공약 실천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그 결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달나라 여행 공약을 대신해 준비된 프로젝트 미운 우리 지원이 새끼의 일환으로 젝스키스의 <삼시네세끼>가 나오게 됐다.

<라끼남>의 강호동과 달리 단독 방송을 꺼려하는 은지원의 성향과 요청에 맞춰 멤버들과 함께하는 시골생활은 제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다. 차승원처럼 요리에 능한 멤버도 없고, 유해진처럼 쿠션이 되어 중심을 잡아주는 캐릭터도 없다. 분명 산촌편의 바로 그 장소지만, <신서유기><12>이 연상되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제목부터 장소까지 <삼시세끼>의 설정 속에 있지만 야식을 부르는 <삼시세끼>편 특유의 밥상과 전혀 다른 무드다.

첫 끼니로 라면 끓여먹는데 물 하나 맞출 줄 몰라 좌충우돌이고, 비를 맞으며 아궁이에 불을 어렵게 떼고, 계산과 달리 눌어붙은 솥밥에 계란을 넣어 임기응변하고, 운치 있게 한잔 걸치고자 만든 김치전은 반죽 비율이 잘 못돼 두툼하다. 삼겹살 한 상을 위해 제작진과 사자성어, 속담 이어말하기, 노래 제목 맞추기 등의 퀴즈 대결도 그리 순탄하진 않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예의 그렇듯 그 과정에서 익숙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삼시네세끼>의 준수한 시청률이나 평가는 숏폼의 실험 성과라기보다 낙수효과의 예에 가깝다고 본다.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과 젝스키스의 인지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전작과 비교했을 때 대폭 오른 시청률은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등 손이 차유가 맹활약하는 <삼시세끼 어촌편5>에 바로 이어 붙어 편성된 영향이 분명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시네세끼>는 뜯어보면 앞선 5분 편성 프로그램들처럼 기획이나 제작 방식에 있어 형식의 변주나 유튜브에 최적화된 숏폼 콘텐츠를 찾는 실험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로 데뷔 23주년을 맞은 젝스키스 멤버들이 함께 며칠을 보내며 삼시 세끼를 해먹는 과정을 담는다. 이른바 납치라 하여 출연자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과 상태에서 방송을 만드는 <꽃보다 청춘>의 설정을, <삼시세끼 산촌편>의 세트에서는 자급자족 음식을 해먹는다는 콘셉트와 먹방을, <신서유기> 스타일의 게임과 서로간의 반목과 화해의 파도타기에서 분량과 웃음을 가져온다. , 기존 나영석 사단 콘텐츠의 혼용이다. 이 점을 신선하게 볼 수는 있겠지만 <삼시네세끼>는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미래예능에 대한 연구 차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과연 이 콘텐츠를 5분 편성하고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 어떤 실험의 의의가 있는지 애매하다.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재미는 맥락을 이해하고 작은 부분들을 관찰하며, 그 분위기를 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5분 안에 전편 요약과 예고까지 담아내야 하다 보니 과감한 편집이 이어지면서, 투닥거리는 재미나 게임 예능 특유의 들뜬 분위기와 전개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5분 편성 시간과 유튜브에 초점을 맞춘 기획을 자유롭게 열어놓았지만 그 안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가 기존 방송 예능과 같은 버전이다 보니 새롭지 않고, 오히려 적절한 시도인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일까, 꾸준히 우상향 시청률 그래프를 그린 <삼시세끼 어촌편5>와 달리 <삼시네세끼>의 조회 수는 초반보다 대략 30% 정도 증발했다.

나영석 월드에서 유튜브 콘텐츠는 실험적인 콘텐츠 기획 환경이면서 시청자들과 대면하는 가장 친밀한 창구이자 <신서유기> 세계관과 교집합을 이루는 영역이다. 반가움과 익숙함도 훌륭한 가치지만, 유튜브 연계 콘텐츠를 시도로써 인정받는 걸 너머선 작법이나 콘텐츠 자체로의 재미와 함량, 실험의 신선함이 점차 떨어지는 건 아쉽다. 파격 편성과 유튜브 활용은 새로운 가능성과 환경조성을 위한 실험의 의미가 크다. 그러니 안정지향적인 콘텐츠보다 웹 예능에 더욱 어울리는 콘텐츠가 방송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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