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말만 많은 이유는 뭘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2017년 방영한 tvN ‘비밀의 숲’은 한국 드라마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했다. ‘비밀의 숲’을 당시 시청률로 볼 때 대히트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볍거나, 자극적이거나, 뻔한 한국 장르물 드라마 사이에서 ‘비밀의 숲’은 확실한 존재감으로 마니아층을 빨아들였다.

‘비밀의 숲’은 우선 조승우, 배두나처럼 마니아적 팬덤을 보유한 배우들이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 두 배우는 각자 연기의 강점으로 황시목과 한여진이라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두 사람의 연기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두 사람의 연기 모두 전형적인 검사와 형사를 벗어난 인물들을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여기에 ‘비밀의 숲’의 다스베이더 같은 이창준 역의 배우 유재명과 ‘비밀의 숲’에서 가장 비극적인 클라이스막스의 주인공 영은수 역의 배우 신혜선도 확실한 팬덤을 얻으며 사랑받는 배우로 약진했다.

또한 ‘비밀의 숲’은 검사 스폰서 박무성 살인이란 소재에서 시작해 검찰 조직 내부 비리와 정경유착까지 파고드는 폭넓은 전개를 보여줬다. 이렇게 깊이 있게 한국 사회의 폐부를 장르화 시킨 작품은 없었다. ‘비밀의 숲’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한국 권력조직의 비밀스러운 숲에 들어간 것처럼 음산하고 무거운 기분을 주는 드라마였다. 그 안에서 시청자들은 감정은 없지만 그 때문에 권력욕도 없는 황시목 검사와 날카로운 감각과 따뜻한 마음이 공존하는 형사 한여진의 손을 잡고 이 비밀스러운 이야기 안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게 된다.

이처럼 ‘비밀의 숲’은 한 번 발을 디디면 벗어나기 어려운 드라마였다. 그 때문에 오히려 종영 후에 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2020년 ‘비밀의 숲 시즌2’가 시작하기 전부터 ‘비밀의 숲’은 더더욱 입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첫 방부터 꽤 높은 시청률로 선전했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비밀의 숲2’는 과거의 ‘비밀의 숲’과는 다른 숲이다. 무엇보다 ‘비밀의 숲2’는 말이 많다. 다만 그 이유도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다. 첫 회부터 대놓고 검경 수사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왜 검사와 경찰이 갈등하는지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어떻게 수사 방식이 달라지는지 전달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전달 과정에서 시청자가 느끼는 것은 재미보다는 피로감이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들은 피상적이고 그들이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서 계속되는 입씨름만 이어진다. 제작진은 조직의 완력싸움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이 부족했던 걸까? 두 강력한 조직 간에 이어지는 긴장감을 아직까지는 극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결국 서로의 당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대사로 떠들 뿐이다. 그러다 식당에 가서 매운 음식 먹는 게 전부.

일부 네티즌의 평처럼 ‘비밀의 숲’이 아니라 수많은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떠들어대는 ‘비말의 숲’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 것이다. 또한 대사량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출연 배우들의 존재감도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전작에서도 서동재(이준혁) 검사는 전형적인 수다맨이었다. 하지만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고 음흉한 박쥐같은 매력이 빛나서 날카로운 검사의 멋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밀의 숲2’에서 서동재는 수다맨 겸 약장수 같은 캐릭터로 변해 버렸다.

경찰청 구조혁신단으로 등장한 한여진은 단순히 머리만 기른 게 아니라 캐릭터도 달라졌다. 이번 시즌에서는 한여진이 황시목보다 오히려 메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작에서 한여진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형사로서의 매력이 훨씬 더 드러났다. ‘비밀의 숲2’에서는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경찰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스피커 역할에서 멈춰 있는 듯 보인다.

또한 새로 등장한 캐릭터도 본인의 단점을 노출시킨다. 특히 형사법제단 부장검사 우태하 역의 최무성은 대사가 길어지면서 캐릭터도 잡지 못하고 대사들도 이래저래 씹히기 일쑤다. 택이 아버님이 왜 힘든 조직에 들어가셔서 고생인가요, 라는 마음이 들 정도.

‘비밀의 숲2’에도 매력적인 장면은 있다. 황시목 검사가 경찰 자살 사건을 회상하는 장면과 실제 사건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다만 이때의 장면이 빛났던 것은 잠시나마 ‘비밀의 숲’ 특유의 분위기를 맛보게 해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비밀의 숲 시즌2’는 이제 겨우 첫 발을 내딛는 중이다. ‘비밀의 숲’도 어두운 스토리 안에서 탄력이 붙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시즌2는 전개 속도는 오히려 ‘비밀의 숲’을 앞지르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지금 바라는 것은 검, 경 대립 이야기가 좀더 긴장감 있게 펼쳐지면서 경찰과 검찰이 서로의 비리를 캐내고 또 각자 덮기 위한 개싸움이 이어지는 것. 아니면 검, 경 대립은 그저 ‘비밀의 숲2’의 맥거핀이고 진짜 사건이 따로 있었으면 하는 것.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기대는 후자 쪽이다. 더구나 검, 경 수사권 싸움이야 현실에서 합당하게 하면 되는 거지, 그걸 굳이 그걸 픽션인 드라마 안에서까지 교육받듯 시청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