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였어’, 대리만족 넘어선 차박의 로망과 확장성의 한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 Joy 예능 <나는 차였어>가 약 한 달여의 공백 끝에 캠핑의 꽃이라는 겨울 캠핑을 주제로 돌아왔다. 김숙과 라미란, 그리고 모델 정혁이 역시나 함께한다. 올 한해 갑작스레 찾아온 팬데믹으로 인해 다시 떠오른 캠핑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방송가에서도 수많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는데, <나는 차였어>는 그중 대표적인 사례다. 캠핑 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장르인 차박을 주제로 차량, 장비, 장소, 문화, 트렌드 등 바퀴달린 텐트의 매력을 소개한다.

개성 강한 두 친구 라미란과 김숙의 콤비 플레이를 기대했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가장 주된 볼거리는 다른 캠퍼의 살림 엿보기다. 일반인 고수뿐 아니라 이천희, 윤택 같이 연예계의 유명한 캠퍼들을 초대해 그들의 장비와 캠핑 스타일에 대해 보고 듣는다. 감성도 감성이지만 다양한 장비와 운용, 감각들을 두루 보면서 정보공유와 소개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연예인 출연자들, 일반인 고수들의 살림을 들여다보면서 밀리터리가 강세를 보이고, 부쉬크래프트의 흔적이 보이는 요즘 캠핑 분위기를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고수들만 나오는 건 아니다. ‘캠린이정혁처럼 김요한이나 최정윤은 캠핑초보로서 배우고자 출연한다. <나는 차였어>의 주 타깃 시청자들은 바로 이들이다. 그래서 이런 캠핑초보들을 초대해 전수를 한다. 겨울철 캠핑의 핵심으로 냉기 차단의 중요성을 꼽으며 루프탑 텐트를 쓰는 이유를 설명하고, 면이 겨울철 결로에 강하다거나, 밀리터리 감성의 대두, 등유난로가 대란 등등 차박과 캠핑에 관해 관련 커뮤니티나 캠핑족들 사이에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이야기를 언급한다.

개조한 캠핑카, 트레일러, 픽업트럭 등등 다양한 종류의 기본적인 차박 장비부터, 라탄, 빈티지, 군용제품 등의 감성, 혹은 필수 아이템들은 물론 유명하거나 새롭게 뜨는 차박 명소들까지 쉴 틈 없이 보여준다. 캠핑은 감성이라지만 정보성 프로그램에 가깝다. 이를테면 겨울 캠핑의 핵심인 불멍을 연통까지 장착된 조립식 화목난로, 등유난로, 무동력팬, 장작을 직접 패서 모닥불 피우기 등등 다양한 불멍 장비들을 확인할 수 있다. 각자의 스타일과 방법, 장비를 다양하게 비교하는 재미와 유용함이 있다.

차박이란 트렌드를 알려주는 걸 넘어 이처럼 여러 장비와 제품을 구경하는 볼거리와 함께 엄마가 주도해서 캠핑을 다니는 미즈캠핑이란 문화와 수요 알려주고, 수납력 좋은 트레일러에 대한 필요도와 관심을 자극한다. 캠핑의 절반인 먹방과 쿡방도 빠지지 않는다. 춥고 출출할 때 금방 해먹을 수 있도록 밀키트를 적절히 활용해 간단한 요리를 만드는 법이나 바비큐는 물론이고, 다양한 레시피와 장비로 맛깔 나는 음식을 만들어 캠핑 로망을 자극한다.

<나는 차였어>는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넘어선 정보와 로망을 제공한다. 김숙과 라미란은 개인적 관심사가 깊게 개입해 있는 만큼 능숙하게 고수들의 사이트에 초대받아 공간과 장비를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좋은 점들, 잘 되어 있는 점들을 부각해 인터뷰하면서 쉽게 말해 갖고 싶게 만드는 소유욕을 자극하고 캠핑에 대한 흥미의 불을 지핀다. 그런데 방송 콘텐츠 차원에서 보자면 캠핑 인구가 아무리 비약적으로 늘었다고 하지만, 방송 콘텐츠 차원에서 캠핑, 그중 차박 장비 소개만으로는 외연 확장에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김숙과 라미란이라는 개성 강한 조합이 지금처럼 장비를 살펴보고 소개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캠핑 장비가 아닌 캠핑 자체의 재미, 자연에서 누릴 수 있는 차박의 즐거움을 단순 소개하고 인터뷰하는 포맷이 단조롭게 느껴진다.

매주 새로운 장비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라미란도 출연한 바 있는 <바퀴달린 집> 등등 방송이라기보다 실제로 캠핑을 누리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즐거움을 만드는 볼거리가 부족하단 점이 1차원적인 콘텐츠로 비춰진다. 차박에 관심이 없다면, 방송 콘텐츠로 관심 갖긴 어렵단 이야기다. 특정 장르의 트렌드를 소재로 하는 예능의 어려움이기도 한데, 지금은 확실한 타깃 시청자를 노리는 마니악한 방송에 가깝다. 비슷한 시간 방영하는 <도시어부>처럼 취미와 관심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조금 더 예능화된 스토리텔링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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