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팝 어게인’, 이 국악 퓨전과 콜라보 무대가 특별했던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지난해 추석 가장 주목받았던 특집 프로그램은 단연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그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송준영 PD가 올 설 특집으로 마련한 <조선팝 어게인>은 남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조선팝이라는 지칭이 특이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국악을 새롭게 지칭한 것이라 보이는 조선팝은 이제 다양한 장르들과 퓨전되고 콜라보 되는 새로운 국악을 표현했다. 이건 아무래도 최근 범 내려온다로 이날치 밴드가 판소리를 재해석해 내놓은 얼터너티브 팝이나, 이희문이 이끌었던 싱싱밴드 같은 국악 퓨전밴드가 일으키고 있는 국악의 새 바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팝 어게인>은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로 문을 열었다. 이미 우리는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이 노래가 조선팝이라 명명한 이 공연의 색다른 음악들을 특별한 설명 없이도 바로 소개해줄 수 있어서다. 또한 글로벌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K팝 아이돌 BTS‘Idol’BAE173이 재해석한 무대로, 그 음악에도 국악의 흥이 깃들어 있다는 걸 보여줬다.

국악 퓨전으로 이미 이날치 밴드만큼 유명한 악단광칠이 엑소의 으르렁을 국악의 맛을 섞어 불러낸 무대나, 송소희와 포레스텔라가 ‘Nella Fantasia’태평가를 매시업 해 기막히게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무대는 실로 놀라웠다. 또한 장구의 신으로도 불리는 박서진이 장구 연주팀과 함께 뱃노래를 부르고, 나태주가 K타이거스와 함께 태권무를 하고 무대에서 줄타기 공연이 펼쳐지는 등 다양한 음악적 장르와, 악기와 퍼포먼스가 뒤섞이는 무대들이 연출되었다.

송가인은 트로트와 민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한 많은 대동강은 물론이고, 조유아, 서진실이 함께 한 엿타령무대로 보여줬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5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를 국악버전으로 편곡해 불러주는 이색적인 무대도 선보였다. 그리고 엔딩에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한바탕 굿이 펼쳐지기도 했다.

<조선팝 어게인>은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공연으로 시도됐지만 오히려 무대를 증강현실 기반으로 연출함으로써 매 무대가 갖는 색깔들을 더욱 잘 표현해낼 수 있었다. 이를 테면 범 내려온다에서 호랑이가 튀어나오고, 포레스텔라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부를 때 녹두꽃 밭이 펼쳐지는 식이었다. 이런 디지털의 특징이 묻어나는 무대는 조선팝이라는 다소 옛 음악을 더욱 현대적인 발랄한 느낌으로 만들어주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좋은 무대에 굳이 전현무와 김종민의 가벼운 상황극 연출이 왜 필요했는지 잘 모르겠고, 또한 비대면 외국인 관객들의 리액션 영상에 다소 지나치게 집중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지만, 하나의 작품처럼 잘 만들어진 무대는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그간 옛 노래로 치부되곤 했던 국악이 변신하고 있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대중들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국악이 어디까지 퓨전되고 콜라보될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조선팝 어게인>은 보여준 면이 있다. 물론 설 특집으로 마련된 이벤트적 성격이 짙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향후에도 국악의 이런 다양한 변신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독특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국내는 물론 해외 클럽까지 들썩이게 만드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 신드롬의 실체를 알아봤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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