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를 흥미롭게 만드는 이서진 나비효과와 반전

[엔터미디어=정덕현]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뀐다. OCN 토일드라마 <타임즈>가 가져온 이른바 타임워프장르의 세계관은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해 방영됐던 MBC 드라마 <카이로스>가 바로 이 세계관을 보여준 바 있다. 전화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이를 통해 벌어질 일들을 막고 어떤 미래의 변화를 도모하는 이야기.

물론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 <시지프스> 같은 드라마에서도 망해버린 미래에서 과거로 온 인물이 이를 통해 미래를 바꿔보려는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지만, <타임즈>의 세계관은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그 공간을 뛰어넘지 않고 전화로 연결된다는 점이 큰 차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서정인(이주영)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자신의 아버지 서기태(김영철)가 누군가의 저격에 의해 살해당한 지 5년 후 5년 전 인물인 이진우(이서진)와 전화로 연결된다. 그래서 서정인은 이진우에게 부탁해 서기태의 저격을 막게 함으로서 미래를 바꾼다.

5년 후와 5년 전이 전화로 연결되어 있어, 당장 벌어질 사건을 미리 알고 있는 서정인과 그를 돕는 이진우의 절박함은 <타임즈>가 가진 긴박한 스릴러 액션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 사건을 막기 위해 그 전에 벌어질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지만 가장 극적인 순간에 서기태의 목숨을 살려내는 이진우의 영웅담이 쫄깃하게 그려진다.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달라진다는 나비효과는 이 드라마가 가진 세계관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이런 변화가 단번에 해피엔딩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게 또한 이 드라마가 계속 동력을 갖는 부분이다. 가까스로 저격범을 막아 서기태 의원을 구해내지만, 서정인은 그렇게 바뀐 후에도 서기태 의원이 뺑소니범으로 몰리고 그 사고피해자 아버지의 보복에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서정인은 다시 이진우에게 부탁해 이 일을 막으려 하는데, 거기에 누군가 조직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즉 제 아무리 과거를 바꿔 미래의 불행을 막으려 한다고 해도, 그 근본적인 문제(여기서는 서기태를 제거하려는 모종의 세력)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음모들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불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다는 걸 서정인도 이진우도 알게 된다. 이진우는 서기태 의원을 제거하려는 음모에 오랜 친구였던 한도경(심형탁) 강력팀 팀장이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렇게 검거되어 감옥에 들어간 한도경은 이진우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꺼낸다.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이진우의 동생 이근우(하준)가 사실은 살해당했고, 그 범인이 바로 이진우가 돕고 있는 서기태 의원이라는 이야기다.

이진우는 서정인의 부탁에 의해 과거를 바꿔 미래의 서기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내지만, 이제 정반대의 입장에 놓일 상황이 됐다. 서기태가 만일 진짜 자신의 동생을 죽인 범인이라면 이를 단죄함으로서 그가 대통령이 되는 걸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입장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하게 되고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미래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타임즈>가 갖는 장르적 재미의 근간이지만, 거기에는 재미의 차원을 넘어서는 메시지 또한 담겨 있다.

지금의 어떤 선택이 만들어내는 미래라는 건, 우리가 흔히 정치권 선거에서 그토록 무수하게 들었던 이야기가 아닌가. 그 실체를 모르고 한 어떤 지지가 범법자를 의원으로 세우기도 하고, 그런 그들이 권력의 중심에 들어가 국정을 농단하기도 한다는 걸 우리는 이미 현실을 통해서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니 지금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와 더불어, 그 선택을 하기까지의 제대로 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게 <타임즈>가 이진우라는 인물의 선택이라는 나비효과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는 이야기다. 당장 우리 눈앞에 보이는 정치적 선택들이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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