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송중기식 을의 반격이 특히 통쾌하고 짜릿한 까닭
‘빈센조’, 약자가 아닌 강자의 방식으로 싸우는 다크히어로

[엔터미디어=정덕현] “왜 약자의 말들은 검증도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시는 겁니까? 약자라고 다 정의는 아닙니다. 원고 측은 약자라는 입장을 이용해서 가진 자들을 모두 악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더 이상 원고 측의 약자, 가난한 자 코스프레에 현혹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에서 바벨화학의 독성 화학물질로 인해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의 소송에 사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우상의 최명희 변호사(김여진)는 기자들 앞에서 피해자들의 호소가 약자 코스프레라고 말한다. 약자라는 걸 이용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법정이 등장하는 정의와 진실을 다루는 드라마 속에서 약자들은 대부분 눈물로 호소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그게 어쩌면 현실일 게다. 재판의 결과조차 진위와 상관없이 어떤 힘을 가진 변호사를 더 많은 돈으로 고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법 현실 속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눈물의 사연을 통한 감정에의 호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센조>는 이런 방식을 보여주지 않는다. 법정 앞에 모여든 기자들에게 뻔뻔하게도 약자 코스프레를 설파하는 최명희 변호사의 말에 뒤통수를 치겠다고 작정한 듯, 나타난 빈센조(송중기)와 홍차영(전여빈)의 모습은 마치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으러 오는 것처럼 등장하기 때문이다. 빈센조의 슈퍼카를 타고 나타난 그들은 선글라스를 낀 채 런웨이를 하듯 법정 계단을 오르고, 기자들의 시선은 그들에게 집중된다. 심지어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레드카펫을 밟는 여배우처럼 과장된 포즈까지 취하는 홍차영의 모습이라니.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 기자들 앞에서 이탈리아어로 빈센조가 던지는 그 말은 이 드라마가 그리는 독특한 복수 방식이다. 악에 대항하는 선이 아니라, 악에 대항하는 악. 사람의 목숨까지 이기기 위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없애는 저들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선의 방식. 하지만 빈센조는 저들을 알기에 저들의 방식 즉 강자의 방식으로 싸우겠다 나선다.

금가프라자 지하에 묻혀 있는 금괴를 가져가기 위해 왔다가, 세입자들을 위해 싸우게 되는 어쩌다 영웅빈센조는 마피아 변호사로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을 보여준다. 마약 성분이 든 진통제를 권력의 힘으로 승인받아 유통하려는 바벨제약에 맞서, 원료저장창고를 모조리 불태워버리는 빈센조의 방식은 눈물 한 방울 들어가 있지 않다. 대신 속 시원한 통쾌함을 넘어 심지어 우아하게까지 느껴지는 폭력미학으로 연출되어 있다.

갑질 횡포에 대항하는 을의 반격은 이제 정의나 진실이 주제의 한 측면으로 들어가 있는 드라마에서는 어디나 등장하게 됐지만, <빈센조>식의 방식이 유독 통쾌하게 다가오는 건 저 최명희 변호사가 말하듯 늘 클리셰처럼 그려지던 약자의 방식을 벗어나 있어서다. 이탈리아 마피아들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홍차영 변호사의 말처럼, 공고하게 구축된 저들의 카르텔과 맞서 저들의 방식으로 싸우는 다크히어로. <빈센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송중기, 전여빈 콤비의 활약과 최덕문, 양경원, 김설진 등 조연들의 호연이 빛나는 드라마 ‘빈센조’를 다뤘습니다. ‘김과장’과 ‘열혈사제’에 이어 또 한번의 대박을 예감케 하는 박재범 작가의 신작 ‘빈센조’에 대해 정덕현 평론가가 헐크지수를 매겼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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