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앤 더 비스트’, 동물을 향한 진심과 돈, 책임감 사이 어디쯤.
‘뷰티 앤 더 비스트’, 인간의 책임을 강조하는 동물 예능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SBS2부작 파일럿으로 선보인 반려동물 예능 <뷰티 앤 더 비스트>는 동화 미녀와 야수이야기로 시작한다. 미녀의 사랑으로 야수가 왕자로 거듭난다는 동화 속에서, 과연 구원받은 게 야수 하나 뿐일까 하는 질문으로. 길에서 고양이를 구조하고, 강아지를 임시보호하고, 아픈 동물을 보살피고 하는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구원받는 건 어쩌면 동물이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시작한 <뷰티 앤 더 비스트>,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의 관계 맺기를 기존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과연 제작진의 야심은 성공했을까?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들이 내린 평가는, 글쎄, 조금 갈린다. 정석희 평론가는 반려 동물 프로그램들을 겉으로는 천사표 얼굴이지만 혹여 뒤로 딴 마음을 품은 건 아닌지 의심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면서도, 이초희가 임시보호견 퐁당이에게 보여준 정성과 진심에 경계심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반면 남지우 평론가는 인간을 뷰티’, 동물을 비스트라고 말하는 콘셉트부터 잘 와닿지 않으며 포맷 면에서도 전형성을 탈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평과 함께, 아무 의도나 계산 없이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들의 마음만을 긍정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뷰티 앤 더 비스트> 또한 동물이 (인간이 봤을 때) 얼마나 예쁘고 영리한지에 주목함으로써 자연스레 덜 예쁘고 덜 영리한 개체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동물 예능의 한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인간이 져야 하는 책임을 강조한 프로그램의 면모는 긍정했다.

◆ 실눈 뜬 경계를 녹인 이초희의 진심

반려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부턴가 실눈을 뜨고 흘겨보게 된다. 겉으로는 천사표 얼굴이지만 혹여 뒤로 딴 마음을 품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시청률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방송사들은 물론이고 반려 동물을 앞세워 화제몰이를 하고 싶은 이들은 또 오죽이나 많은가. 2018년 방송된 MBN 유기견 입양 프로젝트 <우리 집에 해피가 왔다>도 그랬다. 기꺼이 유기견을 입양했던 한 정치인이 급작스레 공직을 떠나며 관사에 개들을 두고 갔다는 소식에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그 후 의심이 더 눈덩이처럼 불어났지 싶다.

하지만 SBS <뷰티 앤 더 비스트> 첫 번째 에피소드, 배우 이초희 씨와 반려견들의 일상을 보는 사이 경계심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입양 동물 어플을 보며 무심히 관심 표시를 해놓곤 했는데 얼마 후 다시 찾아보니 입양완료 표식보다는 국화꽃 표식, 즉 안락사 되었다는 표식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파 임시 보호에 나서게 되었다는 이초희 씨.

 

입양을 잘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산책 훈련, 배변 훈련 등 다양한 교육이 이뤄졌는데 임시 보호견 퐁당이의 사회화 학습을 도와준 건 이초희 씨의 반려견 요고와 모지였다. 벌써 퐁당이가 세 번째 임시 보호견이라고 한다. 퐁당이의 SNS 계정을 따로 만들고 사진과 영상을 꾸준히 올린 결과 다행히 입양이 성사되었다. 보내는 이초희 씨의 마음도 아프고 떠나는 퐁당이의 발걸음도 무거웠지만 SNS를 매개체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입양 보낸 개들이 내가 임시보호자라는 걸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이초희 씨의 말이 깊이, 깊이 와 닿는다. 그렇지, 개들에게 임시보호자가 어디 있겠나.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사랑과 관심과 애정과 돈

거리의 음악가 제임스는 고작 몇 펜스가 모자라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는 처지. 약물중독을 치료하고자 들어간 보호소에서 만난 주황색 길고양이 을 우연히 떠맡게 된다. 동물병원에서 봉사하는 지인 덕에 무료 진료를 약속받아 밥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하지만, 약값만큼은 내가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 제임스는 다음 주 식비로 남겨놓은 22파운드를 탈탈 털어 약값을 지불한다. 고양이와의 우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22파운드로부터.

<내 어깨 위 고양이, >(2016)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난 건, 배우 이초희가 임시 보호 중인 강아지 퐁당이를 데리고 병원을 방문하는 장면을 보고서다. 임시 보호란 유기되어 보호소에서 지내던 동물이 새 가족을 찾을 때까지 잠시 맡아주는 일로, 이별이 예정된 일시적인 관계다. 임시 보호를 결심하기 위해서는 동물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마음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겠지만, 내가 이 생명체의 삶을 위해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가 그만큼이나 중요하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냥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을 위해 돈을 낼 능력을 기본으로 갖춘 사람들이라 보는 편이 더 맞다. 동물을 키우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내 마음이 예쁜지가 아니다.

동물 예능 명가 SBS가 내놓은 기획치고 <뷰티 앤더 비스트>는 어딘가 심심하다. 미녀와 야수 동화를 빌려와서, 인간을 뷰티’, 동물을 비스트라고 말하는 콘셉트부터 잘 와닿지 않는다. VCR에 대해 패널들이 논평하는 관찰 예능의 전형성을 탈피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럴 생각도 없어 보인다. (고양이를 키우게 된 박수홍 에피소드는 SBS의 또 다른 관찰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이어지는 성장 서사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자는 강아지와 고양이다. 아무런 의도도, 계산도 없이, 인간을 생각하는 예쁜 마음하나만으로 눈물짓는 서사를 만들어내니 말이다.

남지우 칼럼니스트 jeewoo1119@gmail.com

◆ 책임지는 사람만이 가족이 된다

동물 예능에서 동물들의 귀여운모습이나 영리한모습이 과도하게 강조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귀여우니까 사랑스럽고 영리하니까 기특하다는 말을 뒤집으면, 그다지 귀엽지 않은 개체나 지능이 높지 않은 개체는 덜 사랑스럽고 덜 기특하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니까.

물론 나를 비롯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제 새끼 귀엽고 영특한 거 자랑하는 즐거움으로 세상을 산다지만, 그래도 방송이 대놓고 동물의 외모나 (인간 기준으로 판단한) 지능을 기준으로 동물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걸 볼 때마다 움찔움찔한다. 막 길에서 구조된 고양이나 강아지는 많은 경우 관리를 받지 못해 외모가 볼품이 없고, 낯선 인간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모가 볼품없고 의사소통이 안 되니 덜 사랑스럽고 덜 기특하다고 판단해도 된다면, 그런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뷰티 앤 더 비스트>도 이 동물 예능의 고질적인 한계에서 자유로운 프로그램은 아니다. <뷰티 앤 더 비스트>는 이초희가 임시보호로 함께 한 퐁당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주목하고, 박수홍이 길에서 구조해 함께 사는 다홍이가 얼마나 영특한지를 보며 감탄한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을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것은, 인간의 책임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퐁당이를 입양가정에 인계해주고 난 허함을 달래기 위해 친구와 반려견들과 함께 바캉스를 온 이초희는, 자신이 임시보호를 했던 개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친구가 두 번째 임시보호견 너구리가 내성적이어서 이초희에게만 곁을 내줬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초희는 입양가정에서 보내준 사진을 보여주며 말한다. “사진 보잖아? 다 웃고 있어.” 사람들이 흔히 귀엽다고 생각하며 좋아하는 웃는 표정도, 결국 함께 사는 인간이 조건 없는 사랑과 책임감으로 정성스레 보살펴줄 때에 나오는 것이다. 이초희는 그런 책임감이 없다면 입양은 물론 임시보호조차도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가 맞다. 책임질 각오를 하는 사람만이 가족이 된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사진·영상=SBS.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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