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드’, 보이지 않는 걸 보이게 해주는 박진영의 말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덕현] “Quiet people have the loudest minds.” SBS의 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에 출사표를 던지며 박진영은 스티븐 호킹이 한 이 말을 인용했다. “조용한 아이들 마음이 제일 시끄럽다”고 그 말을 해석한 박진영은 이제 이런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간 오디션으로 아이돌을 뽑을 때 기준이 되곤 했던 ‘춤, 노래’만이 아닌 무언가 다른 시각을 가진 ‘아티스트’를 만나고 싶다는 뜻이었다.

<라우드>는 당장의 눈에 띄는 실력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 출연자의 매력 또한 보는 오디션이었다. 준비한 무대는 그래서 두 종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매력무대 다른 하나는 실력무대. 자신을 ‘빙판 위의 아이돌’이라고 표현한 첫 출연자 이동현군은 그래서 먼저 선보인 매력무대에서 재치 있는 몇 줄의 ‘시’로 웃음을 주는 이상한 매력(?)을 선보였다. 그는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로 이제 막 아이돌의 꿈을 키우고 있었고, 그래서 춤과 노래 실력은 생각만큼 출중하다 보긴 어려웠다. 하지만 <라우드>의 프로듀서인 박진영과 싸이는 기꺼이 이동현군에게 ‘패스’를 줬다.

작곡을 하고 있다는 16살 은휘 군은 독학으로 모든 걸 했다며 자기소개를 하고 처음 작곡한 곡과 최근 작곡한 곡을 들려줬다. 사실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박진영은 기꺼이 3단계 중 2단계 버튼을 눌러 합격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 이유로서 그 곡이 가진 매력을 화성학적으로 설명해줬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가 보여준 실력무대에서 자작곡에 스스로 가사까지 쓰고 퍼포먼스까지 더한 랩을 선보인 지점이었다. 그 무대에 반한 싸이는 단번에 3단계 버튼을 눌러 먼저 패스 버튼을 눌렀다.

확실히 춤과 노래만으로 승부가 나곤 하는 여타의 아이돌 오디션과는 다른 관점들이 들어가 있었다. 이른바 ‘스타성’을 내놓고 경쟁력으로 박진영과 싸이가 드러내고 있었고, 그 위에 실력이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했다. 그래서 작곡 능력에 작사, 랩까지 모두 소화하는 은휘 군 같은 출연자가 돋보이는 무대가 세워졌다.

일본에서 온 고키군은 작은 키에 귀여운 외모를 가진 친구였지만, 춤에 있어서는 엄청난 실력자였다. 4살 때부터 춤을 시작했고 크럼프를 6살 때부터 했다는 고키군은 각종 크럼프 대회를 석권한 이력의 주인공이었다. 이제 겨우 13살이었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선보인 고키군의 무대에 박진영은 자신들을 관객으로 만들었다고 감탄했다.

미국에서 온 다니엘 제갈은 영화와 음악의 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드러내며 자신을 소개하는 뮤직비디오 영상을 음악부터 촬영 출연까지 모두 혼자 소화해내는 다재다능함으로 박진영과 싸이를 매료시켰다. 나중에 <라우드>에서 그룹이 탄생하면 그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줄 수 있냐는 싸이의 제안에 흔쾌히 그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하는 다니엘은 음악은 물론이고 영상까지 섭렵한 <라우드>가 찾는 인재임을 증명했다.

박진영이 재차 강조한 이야기는 “예술이라는 것이 안 보이는 걸 보이게 해주는 것”이었다. 즉 출연자를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그의 생각이나 마음, 태도 같은 것들이 그가 하는 예술을 통해 밖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라우드>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이기도 했다. 겉보기에 조용해서 잘 모르겠던 아이들의 내면에 담겨져 있는 ‘시끄러운 것들’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예술일 수 있다는 것.

여기서 중요해진 건, 어찌 보면 그게 뭐 대단한 것이냐고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퍼포먼스나 말과 행위들에서 그 ‘내면의 시끄러움’을 발견해내는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건 그냥 지나치고마는 재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은 박진영과 싸이, 특히 오디션 베테랑인 박진영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보이지 않는 걸 보이게 해줘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심지어 아이들조차 스스로 몰랐던 재능과 매력들을 찾아내고 끄집어내줘야 하는 일이다. 박진영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얼마나 시청자들을 설득시켜 줄 수 있느냐에 성패의 관건이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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