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국민가수’, 신뢰도 깎아먹은 오디션 최악의 방송사고

[엔터미디어=정덕현] “다시 한 번 시청자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MC를 맡은 김성주는 연거푸 사죄의 말을 전했다. 또다시 벌어진 최악의 방송사고 때문이었다. 최종 결승 1차전으로 치러진 레전드 미션. 열 명의 결승 진출자들이 모두 무대를 마치고 이제 그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모두를 당황시키는 방송사고가 벌어졌다.

마스터 점수와 현장 관객 점수를 합산한 1차 중간 점수에 실시간 문자투표를 더한 최종 점수와 순위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열 명 중 톱7을 뽑는 이 1차전에서 첫 번째 탈락자가 될 10위로 전광판에 이병찬의 이름이 오르자 여기저기서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 탄성 중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도 섞여있었다. 이병찬은 1차 점수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터들과 참가자들이 모두 의아해하는 순간, 김성주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결과표와 다르다”며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발표를 중단시키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결과표와 전광판의 수치 중 어떤 것이 맞는 것인가를 먼저 물었고, 자신의 결과표가 맞다는 걸 확인한 후 전광판 수치를 수정하게 했다.

생방송 중에 벌어진 일이고 그래서 결과 발표가 지연되면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지만, 김성주는 확실히 베테랑이었다. 시간보다 중요한 게 정확성이라는 걸 그는 재차 강조했다. 10위로 발표된 이병찬에게 대신 사과도 했다. 하지만 시간을 벌어서 다시 나온 전광판은 또다시 오류를 보였다. 여전히 10위에 이병찬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던 것. 마치 그건 코미디의 한 장면 같았지만 이병찬이나 그에게 투표했던 팬들에게는 어이없고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김성주가 나서서 오류를 수정했다. 다른 건 다 맞는데 이름만 잘못돼 있다는 걸 밝혔고 결국 계속 지체되는 시간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전광판 화면을 포기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결과표로 하나하나 순위를 발표했다. 결국 10위로 첫 번째 탈락자가 된 건 김영흠이었다. 또 김희석, 조연호가 톱7에 합류하지 못하고 아쉽게 탈락했다. 집계의 문제가 아니라 전광판화면의 오류였다고는 하지만 결승전 탈락자를 발표하는 순간에 이런 방송사고는 참가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결과 발표하는 시간만 거의 40분에 가까이 진행됐다. 생방송이니 참가자들도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을 것이고, 참가자들을 지지하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게다. 방송사고로 인해 결과 발표가 한없이 길어졌지만 팬들은 어쩔 수 없이 오류가 수정되고 제대로 된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애초에 예정된 것이었겠지만 최종 1위 발표 전에는 여지없이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라는 말과 더불어 광고도 빠지지 않았다.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방송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도 생방송 문자투표를 집계하지 못해 우승자를 발표하지 못하고 방송이 끝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결국 이틀 후 긴급 생방송으로 최종결과가 발표됐지만, 오디션 사상 최악의 방송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생방송 방송사고가 또 다시 <내일은 국민가수>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내일은 국민가수>는 이미 대국민응원투표에서 부정 투표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신뢰를 한차례 잃었다. 물론 쿠팡플레이 측은 “전체 투표 중 1% 미만의 투표”가 허위 정보를 이용한 부정 투표라며 참가자 순위나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시스템적 허점은 TV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 운용 능력에 대한 신뢰 자체를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서 연거푸 터진 생방송 방송사고까지 겹쳐 ‘국민가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됐다.

엉뚱하게도 김성주 MC의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 능력이 돋보이는 상황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지난 <미스터트롯> 방송사고에도 제작진이 김성주의 능력을 칭송하며 앞으론 결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 다짐했지만, 또다시 반복된 방송사고로 근본적인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제작진은 현장 스태프 실수라며 사과했지만 바로 코앞에 있는 결승2차전부터가 걱정이다. 이런 방송사고의 반복으로 어디 국민가수 뽑는다는 경연이라 할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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