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달생’, 금기 속 조선에서 버텨내는 청춘들의 선택은

[엔터미디어=정덕현] 왜 하필이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금주령을 소재로 가져왔을까. KBS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그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다. 물론 가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실제 역사 속 인물도 없고 따라서 어떤 특정 시대인지도 불분명하다. 중요한 건 이 조선사회라는 시공간이 주는 시대적 제약에 금주령이라는 금기 설정까지 더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 배경이 중요한 건 <꽃 피면 달 생각하고>가 그저 그런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 남녀의 멜로에 머물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선비로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져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남영(유승호)은 감찰로서 법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인물이지만, 그와 계속 인연으로 엮이는 로서(이혜리)는 몰락한 양반가문의 아씨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밥벌이라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금주령에 오히려 호황을 맞은 밀주에 손을 대고 점점 그 사업 깊숙이 빠져드는 인물이다.

흥미로운 건 금주령을 임금인 이강(정성일)이 선포했지만, 그 아들은 이표(변우석)는 술을 좋아해 수시로 궐 밖에 나가 밀주를 사 마시는 청춘이라는 점이다. 또 병판의 딸인 애진(강미나)은 뭐든 취하려면 취할 수 있는 귀한 가문의 소생이지만 여인은 금강산에 갈 수 없다는 그런 현실 앞에 어딘가 엇나가는 듯한 인물이다. 도둑질로 허한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어른들끼리 마음대로 남영과의 혼담을 이야기할 때도 저잣거리에서 그 잘 생긴 얼굴 때문에 첫 눈에 반한 이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전형적인 청춘 멜로의 구도로만 보면, 이 드라마는 남영과 로서가 서로를 마음에 두고는 있지만 겉으로는 툭탁대며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고, 로서를 짝사랑하는 이표와 이표를 바라보는 애진이라는 4각 멜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면 그저 조선 사회를 배경으로 가져온 뻔한 4각 멜로라는 진부한 스토리에 머물렀을 게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여기에 청춘들과 기성세대들 간의 대결구도를 더해 넣음으로써 이러한 진부함을 벗어나고 있다. 금주령은 그런 의미로 들여다보면 기성세대들이 저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세상에 만들어 놓은 금기를 보다 극명하게 담는 소재로 읽힌다. 즉 반상이 엄격하고, 남녀가 유별한 금기의 시대인 조선을 금주령이라는 소재를 통해 보다 분명하게 그려내고 그것이 기성세대들의 정략에 의해 빚어진 현실이라는 걸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금기 속에서 <꽃 피면 달 생각하고>의 청춘들은 그걸 뛰어넘는 저마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로서는 생존하기 위해 반상과 남녀의 구분 따위는 던져버리는 인물이고 나아가 나라가 금한 술을 몰래 만들어 파는 일에 점점 깊게 들어가는 인물이다. 남영과 이표는 태생부터 진골(?) 출신이 아닌 인물들이다. 남영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남태호(임철형)에 의해 양자로 키워져 출세한 청춘이고, 이표는 본시 무수리였던 경빈 이씨(안시하)의 소생으로 10년 전 성현세자가 급사하면서 세자가 된 인물이다.

반면 이 사극 속에 등장하는 기성세대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략적인 선택들을 하는 인물들이다. 경빈 이씨의 오라비인 이시흠(최원영)과 중전 연씨(변서윤)의 조부인 연조문(장광)이 대립하는 건 지금으로 치면 차기대권을 잡기 위함이다. 연조문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시흠을 조정의 뒷배로 세운 임금 이강이 금주령을 선포한 것도 정치적인 선택이다. 청춘들은 나라가 정한 이러한 금기 속에서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그 금기를 넘어서려 한다.

물론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청춘 남녀들의 멜로와, 금주령 속에서 오히려 더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이는 밀주업자들과 이들을 추격하는 감찰들 간에 벌어지는 액션이다. 하지만 이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의 관점으로 보면 정략으로 말아먹는 기성세대들과 저들이 만든 금기에 맞서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특히 대선 정국을 맞아 진정한 청춘세대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당장의 표를 얻기 위해 정략적 갈라치기만 남발하는 현재를 떠올려보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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