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 앤 매너 없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 주말드라마 보는 줄
‘너와 나의 경찰수업’, 디즈니+ 오리지널치곤 존재감 너무 없어

[엔터미디어=정덕현] 지금 디즈니 플러스에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방영중이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가 디즈니 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가 오리지널로 제작해 방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라는 드라마는 존재감이 없다. 매주 수요일 2회분씩 벌써 6회가 소개됐지만 이렇다 할 시청자들의 반응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 가지가 겹쳐져 있지만 먼저 기획 자체가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KBS에서 방영됐던 <경찰수업>과 소재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경찰대 내부의 문제와 더불어 외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교수와 제자가 공조해 풀어가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제목부터가 유사한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지난해 밋밋한 반응으로 끝맺었던 <경찰수업>을 떠올려보면 왜 기획 제작되었는지가 의아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경찰수업>이나 <너와 나의 경찰수업> 같은 스토리는 이미 너무 익숙하고 뻔한 면이 있다. 2017년 영화로 제작되어 괜찮은 성적을 거뒀던 <청년경찰>도 이미 다뤘던 소재다. 물론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84년에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가 떠오르기도 한다. 색깔은 조금씩 다르지만 경찰관이 되기 전 단계의 학생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더불어 실제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의 맥락은 거의 비슷하다.

어쩌다 경찰대에 들어오게 된 청춘들이 학내의 사건과 연루되게 되고 그래서 퇴학 위기를 맞지만 학생들의 공조와 이를 뒤에서 든든히 지지해주는 교수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넘는 스토리가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이야기들이다. 여기에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등장하는 청춘 멜로도 빠질 수 없다. 정의로운 청년 위승현(강다니엘)과 현실적이지만 남다른 오기와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고은강(채수빈)을 중심으로, 지독한 개인주의자 기한나(박유나), 의협심이 강한 김탁(이신영),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감초 유대일(박성준) 같은 청춘들의 좌충우돌이 그려진다.

대단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린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느슨하게 진행되어 마치 시트콤이나 주말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 강다니엘 같은 아이돌 출신이 주연을 맡게 되면서 우려됐던 연기력 문제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역할 자체가 굉장한 내적 심리나 입체적인 면면을 연기해야 하는 게 아니라서다.

가장 큰 문제는 연출이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디즈니 플러스라는 글로벌 OTT에서 방영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톤 앤 매너가 느껴지지 않는 연출을 보이고 있다. 너무 밝기만 한 영상은 이 작품에 입체감을 지워버려 그저 대본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단순히 찍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가 주말드라마처럼 보이는 건 대본의 평이함보다 이러한 톤 앤 매너 없는 연출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아마도 디즈니 플러스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가족 모두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건전한(?) 이야기라는 점에 제작을 선택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편안하고 건전하다는 것과 뻔하고 평이하다는 건 다른 문제다. 이제 막 한국시장에 진출해 OTT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시기에 이런 선택은 너무 안이한 게 아닐까.

<설강화>에 이은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보여주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한국드라마의 면면은 이 글로벌 OTT가 가진 로컬 정책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확실히 넷플릭스와는 다른 선택들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이 과연 괜찮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오는 16일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또 하나의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그리드>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설강화>,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 이은 이 작품의 향배가 디즈니 플러스의 로컬 정책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게 될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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