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씽어즈’, 그냥 노래가 아니다, 인생이자 드라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예고영상으로 나문희가 무대에 올라 조덕배의 ‘나의 옛날이야기’를 부르는 모습이 나온 것으로 이미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결정된 것이 아닐까. JTBC <뜨거운 씽어즈>는 첫 회부터 제목처럼 뜨거웠다. 그건 엄청난 열기의 뜨거움이 아니라, 무언가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눌러 놨던 감정이 치솟아 오르는 그런 뜨거움이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나문희는 마치 연극무대에 올라 대사를 하듯 ‘나의 옛날이야기’를 노래했다. 그건 노래이면서 연기였고, 연기이면서 실제 자신의 삶이 얹어진 진심이었다. 연기란 그런 진심이 얹어질 때 상대방의 마음에 닿는 것이고, 그래서 그 노래는 굉장한 절창은 아니지만 듣는 이들의 마음을 첫 소절만으로 휘어잡았다.

서이숙이 그 첫 소절에 벌써 코끝이 찡해지는 감정을 느꼈고, 마치 전염이라도 되듯 옆 자리에 앉은 우미화의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자신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그 감정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이 감정의 전이는 그 자리에 앉은 모든 이들로 퍼져나갔다. 우현, 장현성, 이종혁, 김광규 등등 그 자리에 앉아있는 <뜨거운 씽어즈> 15인의 단원들이 모두 같은 감정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배우들로 합창단을 꾸려나가는 <뜨거운 씽어즈>라는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특별한 감흥의 지점이다. 지금껏 JTBC가 <팬텀싱어>, <슈퍼밴드>, <싱어게인> 등으로 갖가지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을 성공시켜왔지만, 이들 프로그램들과는 사뭇 다른 음악의 감흥이 이 프로그램에서는 느껴진다. 그것은 노래가 귀를 호강시키는 음색이나, 엄청난 고음, 기가 막힌 기교 같은 그런 것만이 아니고,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얹어져 전하는 스토리이며, 건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문희의 ‘나의 옛날이야기’는 스스로도 말했듯 자신의 남편에게 건네는 말처럼 노래했다고 했다. “수줍어서 말 못했나 내가 싫어 말 안했나, 그런 부분들이 그냥.. 괜찮더라구요.” 이 노래는 그래서 조덕배의 노래가 아닌 온전한 나문희의 자신의 삶과 이야기가 묻어난 ‘나의 옛날이야기“가 됐다. 그 곳에 앉아 노래를 들은 동료, 후배 배우들이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 시청자들 역시 마음이 움직인 건 그래서였다.

서이숙이 부르는 ‘나를 외치다’가 그가 오랜 시간 무명시절을 겪으며 그래도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고 밀고 나갔던 그 삶을 들려줬다면, 김광규가 부르는 ‘사랑했지만’ 역시 자신의 사랑이야기가 묻어난 듯 ‘청순하게’ 들렸다. 음악을 항상 짝사랑해 와서 이제 고백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장현성이 부른 ‘스물다섯 스물하나’ 역시 오랜 짝사랑을 해온 청춘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리고 김영옥이 임형주의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다. 자기 주위에 먼저 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부른다는 이 노래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노래가 슬픔을 자극하는 것 같지만 위로하는 음악 같아.” 떨리는 목소리로 김영옥이 부르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라는 가사에 나문희가 울컥하고, 이 합창단을 이끄는 김문정은 슬쩍 눈물을 훔쳤다. 죽어서도 곡식들을 비추는 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잠든 당신을 깨워줄 종달새로, 당신을 지켜줄 별이 되겠다는 가사가 마치 본인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배우들이 노래를 다 자기 연기로 하는구나.” 장현성이 전한 소회는 <뜨거운 씽어즈>가 가진 특별함을 정확히 짚었다. 저마다 자신의 길을 걸어온 족적이 분명한 배우들이 굳이 합창단 단원으로 소집된 이유가 여기 있었다. 그 연기로 표현되는 노래는 그냥 노래가 아니었다. 그건 하나의 삶이 온전히 담긴 것이었으니. 이들이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합창은 그래서 저마다의 삶의 진심들이 모여 그려나갈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참이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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