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트랙#1’, 1주일 기다려 40분짜리 1회라니

[엔터미디어=정덕현] 영상은 더할 나위 없이 예쁘다. 마치 물감을 칠해 놓은 것 같은 색감이다. 눈 내리는 밤길을 술에 취한 은수(한소희)가 선우(박형식)와 걸어오는 장면은 나무의 초록색과 불빛이 만들어내는 파랑색 그리고 인물들에 비춰지는 부드러운 붉은 색조가 더해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을 만들어낸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운드트랙#1>은 이처럼 눈이 먼저 즐거운 드라마다.

풍경이나 배경 연출만이 아니다. 그 배경 위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포착해낸 영상들은 하나하나가 화보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쁘다. 물론 한소희와 박형식이라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가 가진 매력이 먼저 시선을 압도하고, 그 위에 음영과 색감을 선명하게 만들어낸 영상 연출이 또 한 번 눈 호강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 친구를 빙자해 은수를 짝사랑하는 선우가 작사 작업을 돕는다는 핑계로 은수 집에 2주간 머물겠다며 찾아온 상황은 설렘을 주기에 충분하다.

은수가 요청받은 가사는 다름 아닌 ‘짝사랑’.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하는 성격의 은수는 그런 건 해본 적이 없다며 선우에게 도움을 청한다. 선우는 곧잘 은수에게 도움을 주는데 그건 작사를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우가 은수를 짝사랑해왔던 그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니 두 사람이 술에 취해 저도 모르게 껴안고 잠을 자다 깨고, 은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선우의 손을 잡는 그런 장면들이 시청자들에게는 심쿵하게 다가온다.

<사운드트랙#1>은 여기에 감성적인 음악도 더해 넣는다. 작사가인 은수가 짝사랑이라는 주제로 작사를 하면서 선우와 갖게 되는 감정 변화를 담는 드라마다. 그러니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돈꽃>, <왕이 된 남자>와 <빈센조>로 주목받은 김희원 PD는 연출에 있어서 음악을 잘 활용하는 연출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니 눈 호강에 이어 귀 호강도 빼놓을 수 없는 이 드라마의 묘미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체 4부작으로 그 규모가 작다. 게다가 한 회 분량이 40분 남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시청자들 중에는 박형식과 한소희가 등장하는 웹드라마 같은 느낌을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너무 예쁜 장면들로 안구 정화가 절로 되는 드라마지만, 어딘가 소품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 이런 소품 성격의 드라마를 수요일에 한 회씩 공개한다는 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물론 이건 디즈니플러스가 취하고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서비스 정책을 따른 결과다. 지난 30일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최고의 기대작인 <문나이트> 역시 47분짜리 한 회만 공개됐다.

디즈니플러스의 서비스 정책이 콘텐츠가 가진 기대감을 꺾는다는 이야기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잘 만든 작품이나 잔뜩 기대를 갖게 만든 작품도 이런 공개 방식에 의해 그 가치나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형식과 한소희의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서비스 정책으로 인해 <사운드트랙#1>이 더더욱 소소하게 느껴지는 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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